#34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세상의 풍경 보다 더 중요한 사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13일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1명이었고, 12월 21일 현재 사망자 수는 24명이었다며 2300%의 근거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기막힌 일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 이런 언론 이런 기자들이 있다는 말인가. 이런 사람들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여비를 잘 챙겨서 이탈리아 북부를 한 달만 여행하도록 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언론개혁 등을 말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므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현실을 직시해 보라는 말이다.
나의 생일이었던 어제(21일 현지 시각)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많이 나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자 수는 10,872명이며 사망자 수는 415명이었다. 빠쏘 지아우의 고갯마루 풍경을 잘 감상하다가 꿈이 확 달아날 뻔했다. 아무튼 아침부터 구급차의 경적 소리가 시끄러운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에서 코로나 시대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여정 이탈리아로 떠나야 할 사람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 19를 정치판까지 끌어들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부를 흠집 내 보려는 이러한 시도 등으로 먼 나라에 살면서도 불편을 느끼는 것이다. 시공을 달리해도 나의 정체성은 조국과 질기디 질긴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0년 12월 22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모처럼 봄 날씨처럼 화창했다. 지난 2월 23일 하니가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올 때도 이런 날씨였다. 이탈리아 남부의 겨울 날씨는 대략 섭씨 10도씨 내외를 가리키지만 볕이 좋은 날은 봄 가을 날씨를 닮았다. 아울러 비바람이 몰아치는 음산한 날에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우리나라 한겨울을 방불케 한다.
아점을 챙겨 먹고 작은 보따리를 챙겨 바닷가에서 자연산 비에똘라(Bietola)를 채집하고 돌아왔다. 대략 3킬로그램이나 된다. 묵직하다. 그곳은 한적한 바닷가 공터로 인적이 드문 곳이자 하니와 함께 자주 산책에 나섰던 곳이다. 코로나를 피해 떠난 그녀의 빈자리에는 샛노란 풀꽃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가 이런 풍경을 봤다면 어쩔 줄 몰라하겠지..
2020년은 코로나와 함께 시작하고 코로나와 함께 막을 내리는 전혀 원치 않았던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코생코사(?).. 잠시 쉬었다가 사신첩을 열어보니 그곳에 우리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해발 2,236미터의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 고갯마루 능선에서 내려다본 고갯마루는 첫눈을 찾아 몰려든 사람들이 주차장을 메우고 있었다.
그들은 방송사 카메라맨들 혹은 포토그래퍼 등이었다. 전편에 언급했지만 그들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있었으며, 고갯마루가 함박눈에 하얗게 덮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반면에 나의 시선은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가 곧 다른 방향으로 옮겼다. 그곳은 지난여름 19박 20일 동안 돌로미티 여행을 떠났다가 여정 끝무렵에 만난 능선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이 고갯마루는 두 번째 방문이자 첫눈을 따라나선 마지막 종착지라고나 할까. 우리는 한 번 오기도 쉽지 않은 곳을 두 번씩이나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용케 코로나를 피해 다녀온 것이므로 하니가 이탈리아로 돌아올 때는 물론 코로나 19를 피해 다시 한국으로 떠날 때 겪은 일들이 꿈만 같았다. 하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 우리 곁을 따라다니며 행운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잠시 뒤를 돌아보니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함께 했던 것이다. 그녀와 나는 이 능선을 끝으로 지난여름 우리가 발도장을 찍었던 능선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카메라맨들에게는 고갯마루에 하얗게 쌓인 풍경이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잠시나마 머물렀던 장소를 추억하는 게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그 능선에는 풀꽃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며 그들은 능선 위에서 고갯마루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그 능선 위로 바람이 불면 이름 모를 새들이 골짜기 위로 비행했으며 상승기류를 타고 날갯짓 없이 저만치 이동하곤 했다. 마치 하늘의 전령사라도 되는 양 요정들 곁을 오가며 그들의 나라를 방문한 이방인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라고나 할까..
고갯마루 위의 능선에서 다시 바라본 풍경 좌우편으로 이어진 고갯길은 우리가 다녔던 길이며 각각 1박을 한 곳이었다. 지난여름 하늘은 우리에게 삶의 피난처와 안식처를 제공했으며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게 보듬어 주셨다. 그것도 이역만리 머나먼 땅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나의 시선은 다시 그녀의 뒷모습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여자 사람으로 인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조물주가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남자 사람을 만든 다음.. 다시 여자 사람을 만들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내가 모자라는 빈틈을 그녀가 문풍지처럼 바람 한 점 들지 않도록 막아준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팔불출을 떠올릴지 모르겠다만 한 사람의 증언자로 그렇게 쓰고 싶다. 이런 기록이 무슨 큰 벼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억만금을 벌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네 삶을 고백하는 중요한 공간임은 틀림없는 것.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당신이 걷고 있는 능선 뒤의 나의 시선을 느낄 것이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여행길에 남겨진 당신의 흔적 중에는 뒷모습이 꽤 많이 남았고,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너무 사랑했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없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여자 사람 1인을 향해 가끔씩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하니.. 잠깐 뒤를 돌아봐..!! ^^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_Passo di Giau
il 23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