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아드리아해 겨울 바닷가 풍경
코로나가 무색한 풀꽃들..!!
서기 2020년 12월 22일 오후, 이곳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인근의 공터이다. 저만치 앞으로 두 아주머니가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길 왼쪽으로 갈대가 누워있는 곳이 보인다. 그 아래 작은 웅덩이가 길게 이어지고 있고 보기 드물게 미나리가 자라고 있는 곳이다. 웅덩이의 물은 용천수가 샘솟아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 또 길 오른쪽 숲 너머로는 아드리아해의 해변이 길게 펼쳐지고 있는 곳.
겨울이 오시기 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트랙터가 땅을 뒤집어 잡초를 묻어버린 곳이었다. 이런 일은 한 해에 한두 번씩 거듭되고 있었다. 처음 이곳을 봤을 때는 누군가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일구는가 싶었지만, 두 해 겨울을 지나면서 농사가 쉽지 않은 땅이자 농사를 짓지 않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만약 농사를 짓게 되면 농토에 빼곡히 뿌려진 풀꽃(잡초)들의 씨앗들 때문에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거나 잡초를 뽑다가 세월 다 보낼 게 분명했다. 그런 땅에서 겨울(우기)이 찾아오면 비를 흠뻑 맞은 벌판에서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며 경쾌한 합창을 불러대는 것이다. 만약 이곳이 시유지가 아니라 사유지라고 한다면 토지의 주인은 약이 바짝 오를 게 틀림없다.( 요 녀석들 두고 보자 싹 갈아엎어버릴 테니..ㅜ)
그러거나 말거나 이곳은 풀꽃들의 잔치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코로나 19와 풀꽃들이 공생(?)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창궐할 시기가 되면 듬성듬성 풀들만 자라던 이곳에 풀꽃들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지난 2월 23일 하니가 한국에서 이곳 바를레타로 돌아올 때쯤 풀꽃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 농부의 트랙터가 풀꽃들을 전부 갈아엎어버린 것이다. 안타까웠다. 우리나라에 이런 명소가 있다면 근처의 카페나 식당에 사람들이 붐빌 것이며 풀꽃 사이의 통로를 따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난리법석일 텐데..
이곳 바를레타 시민들은 물론 어떤 농부까지 풀꽃들을 미워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결코 꽃을 미워하는 민족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풀꽃만 홀대받는 곳. 그런 이유 등으로 그녀가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에게는 코로나 19의 피난처가 되었다.
사람들을 피해 바닷가 언덕까지 진출하고 다시 작은 벌판을 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돌아오면서 이탈리아에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잠시 피신해 있는 동안 풀꽃들이 다시 고개를 내민 것이다. 코로나도 무색한 풀꽃들..
이틀 전 나는 그곳에 자연산 비에똘라(Bietola) 채집을 나섰다가 그녀의 빈자리를 가득 메운 풀꽃들을 보며 잠시 삼매경에 빠졌다. 그녀가 자리를 비우면 꽃을 내놓는 얄미운 녀석들이자 귀여운 녀석들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풀꽃들이 지천에 빼곡히 피어난 자투리 땅에서 대략 3킬로그램에 해당하는 비에톨라를 채집해 왔다. 겨울을 두 해 동안 보내는 동안 이 땅에서 내어주는 소산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 녀석들은 꽃무리들과 함께 이 땅에서 자랐다가 얼마 되지 않는 양의 채소를 내어주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등한시 결과 이방인의 차지가 된 것이다. 녀석들은 곧 나의 식탁에 오를 것이며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풀꽃들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신발이 흠뻑 젖었다. 땅은 푹신푹신했으며 풀잎 가득 머금은 빗물이 발을 적신 것인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 농부가 들었으면 기막힐 생각을 하며 혼자 씩 웃게 되는 것이다.
-얘들아 하니가 돌아올 때까지 합창을 멈추면 안 돼.. 알찌?! ^^
-(이구동성으로) 네~ 잘 알겠쪄요. 삼촌..ㅋ 안녕히 가세요~ ^^
Italia, paesaggio invernale sul mare Adriatico_Barletta
il 24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rr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