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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5. 2020

우리 동네 고성(古城) 엿보기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 성의 12월 풍경

우리 동네 집 앞의 풍경..!!



   서기 2020년 12월 24일 날씨 화창..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바람이 적당히 살랑거렸으나 구름은 없고 볕이 좋아 산책하기 좋은 날. 성탄 전야를 맞이한 이날은 도시가 텅 비다시피 했다. 모처럼 집 앞 공원이 코로나 19로부터 폐쇄되었다가 개방되었다. 집을 나서면 코 앞에 있는 이 공원 옆으로 바실리카 까떼드랄레 산타 마리아 마지오레(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_두오모) 성당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두오모 앞으로 바를레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이 있다. 



집을 나서자마자 두오모를 한 바퀴 돌아 바를레타 성을 천천히 돌아봤다. 이탈리아 남부는 12월에도 아직 잎을 떨구지 않은 나무가 만추의 모습을 풍기고 있다. 또 양지바른 곳에는 풀꽃들이 낙엽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곳. 집 앞에 있는 고성(古城)의 현재 용도는 시립 박물관과 회의실 및 전시실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상시 개방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처음 이 성을 만나는 사람들은 성의 외부 구조에 놀라게 된다. 건축물에 관한 한 내로라하는 이탈리아인들의 건축 솜씨가 고성에 오롯이 묻어나는 것이다. 성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조각품처럼 반듯하게 잘 지어졌다. 비잔틴 양식의 두오모의 종탑은 현재 수리 중이고 곧 완공될 시기에 이르렀는데 두오모와 고성이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것도 볼만하다. 



우리가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둥지를 옮긴 이후 하니와 함께 주로 고성 앞의 공원을 이용했다. 그녀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도 짬만 나면 공원에 나와 장의자에 걸터앉거나 성곽 주변을 산책했다. 그런데 이곳 시민들 다수는 공원에서 쉼을 얻는 동안 고성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는다. 이들의 문화 속에서 이런 정도는 별 것 아니라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 동네 고성(古城) 엿보기




두오모를 한 바퀴 돌아 바를레타 성이 잘 조망되는 곳에 도착했다. 마치 장난감 같이 반듯한 모습은 사실 시민들이 아끼는 건축물이자 바를레타의 상징이다. 이 고성은 11세기부터 18세기까지 다양한 왕조의 계승으로 이어졌다. 성곽 주변에는 빙 둘러 해자(Fossato동물이나 적들로부터 성을 보호하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연못을 한다)를 조성하여 적이 함부로 침투하지 못하게 했다. 



지금은 성 뒤로 도로를 만들고 석축을 쌓아 바닷물이 들어올 수 없지만, 한 때 이곳 해자는 바닷물이 채워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성 뒤로 바를레타 항이 위치해 있고 아드리아해가 펼져진 곳이다. 한 때 적의 공격을 방어한 이 성은 지금은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는 못하지만, 이탈리아 남부 관광을 나선 사람들에게는 좋은 볼거리 중에 하나이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여서 관광객을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코로나가 물러가면 공원을 가로지르는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를레타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B&B를 마련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다른 명소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바를레타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보유 1위인 이탈리아에서 이 고성을 찾아보기나 할까. 흔해 빠진 유적들 때문인지 우리 동네의 천년 고성은 홀대를 받거나 시민들만 즐기는 풍경이다. 너무 흔한 유적들 때문에 덜 귀해 보이는 것이랄까. 



자료에 따르면 고성의 시작은 1046년에서 1050년 사이로 중세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며, 1054년까지 비잔틴 통치하에 있던 트라니 시(오늘날 바를레타, 안드리아와 함께 통합 시에 해당)에 대한 후속 공격을 앞두고 노르만 백작 피에트로(il conte Pietro il Normanno)가 바를레타의 방어되지 않은 땅을 점령하고, 오늘날 남동쪽에 요새를 건설했다고 전한다. 



볕 좋은 날 천년고성 근처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시민 한 사람과 몇 사람만이 겨울 볕을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시민들로 북적였지만, 공원을 개장하고 다시 폐쇄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자 사람들은 아예 이곳을 찾지 않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게 이날은 성탄 전야이므로 밤늦게까지 이어질 성탄미사를 준비하느라 인적이 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기독교 국가로 가톨릭 교회는 이탈리아에 있는 모든 기독교인의 93 %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 영토 내에 위치한 바티칸 시국 (Città del Vaticano_Vatican city)은 전 세계적으로 10 억 명이 넘는 천주교의 본거지이며,  이탈리아의 가톨릭 교회 성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중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의 구성은 이탈리아 부족들과 라틴족과 함께 그리스 문화 혈통 등을 지녔는데 시민들의 생김새는 이들의 본향이 어딘지 구분해 줄 정도로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페르시아에서 또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 등지로부터 유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하나로 잇는 연줄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개신교와 다른 기독교 문화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착하고 정직하며 매우 보수적이어서 늘 가족과 함께 외출을 하거나 삼삼오오 짝을 이룬 친구들과 연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이들의 문화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정치적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이다.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 땅에도 하루속히 따뜻한 볕이 찾아들고, 발악하는 적폐 세력들이 코로나와 함께 하루빨리 사그라들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그때가 언제쯤일까..



참 희한한 일이지.. 아무리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도 그렇지 동네가 이렇게 한산하냐..(갸우뚱)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난 지금 바를레타 성 앞 공원에는 만추의 모습을 한 나무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리고 낙엽 속에서 풀꽃이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2020년 12월 24일 오후의 볕 좋은 날..


il Castello di Barletta a dicembre_Vigilia di Natale
il 24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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