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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18. 2019

9300년 전 인류의 흔적을 찾아서

#1 손바닥 그림 찾아가는 길에 만난 특별한 풍경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조차 멀어지는 법이지..!


우리가 이동한 궤적을 돌아보면 원시인들의 상상 속에서 꿈도 꾸지 못할 거리였다. 서울 강남에서 인천 국제공항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다시 대권 항로를 따라 단 한 번에 남반구의 시드니까지 도착할 수 있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다시 대권 항로를 따라 북상하며 칠레의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하는 일.. 원시인들이 꿈도  꾸지 못한 일이 혹은 부처님 조차 황당해할 공간 이동은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우리가 말하는 현대는 손바닥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것. 과학은 우리 스스로를 신격화했다고나 할까.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동안 기내에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인간이 만든 기막힌 발명품 비행기였다. 만약 오늘날 휴대폰만 있고 비행기가 없었다면 앙꼬 빠진 찐빵 격이겠지 아마도.. 우리가 먼 나라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여 그곳의 문물을 접할 수 있는 것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 때도 비행기에 의존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 끝. 기막힌 발명품이다. 



그런데 남미 대륙에 살고 있던 선사시대의 어느 원시인들은 돌아갈 곳이 없었거나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뜻하거나 사냥감이 풍부한 곳을 찾아 이동하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어느 강가 커다란 계곡에 모여 살았던 것. (우리가 학습한)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그들은 극동아시아 깊숙한 시베리아 지역에서부터 베링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다는 유력한 가설이 존재한다. 그런 가설을 참조하면 이 땅에 살던 원주민 인디오(in Dios_신의 품속)들이 동양적인 색채가 강하다는데 동의할 것 같다. 물론 남미 대륙 전체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많이도 달라졌지만, 그들의 생김새를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친근한 모습이 남아있는 것이다. 실례로 글쓴이가 남미에 머물 때는 사람들이 "이곳 원주민인 줄 알았다"라고 말하곤 했다. 말씨도 그렇고 생김새는 더더욱.. 그래서 거울을 들여다보니 검게 그을린 얼굴과 길게 자란 머리카락이 영락없는 원주민의 모습을 닮은 것. 우리가 찾아 나선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리오 삔뚜라스 암각화)는 최소한 9300년 전부터 이곳에 살던 원시인들이 손바닥 그림을 남긴 곳이어서 그들이 누구일까 하고 생각해 본 것이다. 





우리는 칠레의 중부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다시 북상하며 라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혹은 라고 헤네랄 까르레라(I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를 지나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호수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접경 지역에 있으므로 이름이 두 가지였다. 우리가 이동하고 있는 곳은 아르헨티나 쪽. 칠레의 7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다가 265번 국도로 접어들면 버스 차창 왼쪽으로 호수가 끊임없이 따라다닌다. 실로 엄청난 크기의 바다 같은 호수이다. 


그리고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이 맞닿은 곳까지 도착하면 작은 마을 칠레 치코(Chile Chico_Regione di Aysén Cile)가 나타나는데, 그곳에서부터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의 로스 안티고스(Los Antiguos_Provincia di Santa Cruz Argentina)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입국심사를 한 후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 



우리가 타고 온 미니버스는 입국심사장 바깥 도로에서 승객들이 심사를 끝마치는 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심사를 일찍 마친 우리는 입국장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는 산들은 엊그제 화산재를 쏟아내 놓은 것처럼 잿빛으로 뒤덮여 있었고, 때 묻지 않은 신선한 바람이 무시로 국경 근처로 불어대고 있었다. 발아래는 말라 바싹거리는 풀들 때문에 한동안 비를 뿌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눈에 띈 한 무리..


그냥 지나치면 그저 벌판에 버려진 듯 피고 지는 풀꽃들이 '희귀한 야생화'라는 이름으로 내게 다가온 것. 여행의 재미는 이런 게 아닐까. 처음 발을 디딘 새로운 곳에서 난생처음 만나는 장면들. 이들도 이 땅의 오래된 주인 이건만 우리는 애써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래전 이 땅에서 살아왔던 원시인들의 존재 조차 그들의 흔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까마득히 몰랐는 우리들 아닌가.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동한 궤적과 원시인들이 이동한 궤적을 너무 얕잡아 본 것 같다. 원시인들이 상상 조차 하지 못할 일을 현대인들이 해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조금만 더 숙고했더라면 그런 실수는 없었을 것. 오래전 이 땅의 주인이었던 원시인들은 현대인들이 상상 조차 하지 못할 일을 해내고 있었다. 



우리는 불과 최근(1903년)에 동력 비행기를 발명하고 지구별을 하나의 촌락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원시인들이 베링해를 건너 여기까지 혹은 다른 지역까지 진출한 데에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을까. 원시인들이 발품을 팔며 이동한 거리와 시간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현대인들이 상상 조차 하지 못한 위대한 일이었다. 나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떠나는 목적지가 경로는 다를지라도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뷰파인더 속에서 녀석들은 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황량한 벌판에서 샛노란 꽃잎을 내놓은 이름 모를 녀석들. 어쩌면 이들의 조상들은 오래전 아메리카 대륙을 건너온 원시인들의 눈에 띄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 먹잇감을 따라 사냥을 나섰을 때 잠시 망중한을 달래주었을지도 모를 일. 


생각을 바꾸어 보니 우리가 발품을 팔며 만난 존재들은 모두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살아왔던 것. 그야말로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지 우리의 처지만 생각하며 앞만 보며 달려온 게 아닌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조차 멀어지는 법이란다. 우리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반드시 누군가 무엇인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모른 체 하고 살아온 것이랄까. 




여행은 현재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모두 잊어버리는 행위이다. 그리고 지금껏 살아왔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자 또 다른 호기심에 빠져드는 것. 그와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칠레 치코에서부터 로스 안티구오스(Los Antiguos Provincia di Santa Cruz Argentina)까지 이동하는 동안, 장차 다가올 새로운 세상이 어떨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뷰파인더는 새로운 세상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일행들의 입국심사가 끝나자 리오 삔뚜라스 암각화가 위치한 뻬리또 모레노가 매우 궁금해졌다.   





미리 만나보는 리오 핀투라스 암각화_Cuevas de Las Manos, Rio pintura_Perito Moreno Argentina 



La Cueva de las Manos è una caverna situata nella provincia argentina di Santa Cruz, 163 chilometri a sud della città di Perito Moreno, all'interno dei confini del Parco Nazionale Perito Moreno che comprende altri siti di importanza archeologica e paleontologica. / 리오 핀투라스/RioPinturas/W all Printing/Unesco / 리오 핀투라스 암각화, Cueva de las Manos, Río Pinturas


CUEVAS DE LAS MANOS_PERITO MORENO
Parco Nazionale Perito Moreno ARGENTI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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