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에 만난 진공상태의 작은 마을
일상으로부터 멀어져야 느낄 수 있는 것들..!
동틀 무렵, 우리는 중부 파타고니아의 작은 마을 코크라네(Cochrane)에 위치한 숙소를 떠나 뒷동산으로 향했다. 대략 3천 명도 채 안 사는 작은 마을 코크라네는 중부 파타고니아에서는 도시로 불렸다. 지도를 펴 놓고 근처를 둘러보면 전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위치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우리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로부터 뿌에르또 몬뜨까지 빠르게 남하한 후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을 따라 계속해서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작은 도시 코크라네가 여행자에게 특별한 느낌을 선물해 준 것.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진공상태를 경험한 것이다.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소음이 전혀 없는 무공해 지역이랄까. 대도시에 사는 동안 익숙해진 소음이 사라지자 마치 진공상태를 느끼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정말 조용한 도시였다. 만약 이 작은 도시를 포근하게 감싸고 도는 리오 코크라네(Rio Cochrane) 강이 없었다면, 이날 아침 우리는 모든 세상이 박제된 채 잠든 도시를 발견하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작은 도시의 나지막한 뒷동산에 올라 마을을 굽어보면 그야말로 꿈을 꾸는 듯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굳이 소음을 발견하라고 한다면 발아래로부터 전해져 오는 사부작 거림이 전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른풀들이 발바닥 아래서 사부작사부작 소리를 냈다. 또 가끔씩 로사 모스께따의 가시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봄이 저만치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 가운데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지만 이곳은 여전히 가을 냄새가 드라이아이스처럼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곳의 지형을 살펴보면 오래전 천지가 개벽될 때 지구별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용암이 불현듯 솟아오른 곳. 작은 도시를 둘러싼 나지막한 산들은 온통 바위 덩어리였다. 그러니까 이 작은 도시는 마치 조물주가 빚어낸 작은 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것. 이방인의 방문에 가끔씩 이름 모를 새들이 저만치서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발아래는 여전히 사각거림이 계속된다. 아내는 가끔씩 '너무 좋다'는 표현을 이렇게 말하곤 했다.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이민자들은 이곳에 둥지를 트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중 물이 철철 넘치고 리오 코크라네 강에는 연어와 송어들이 유유자적 놀아나는 곳. 동양의 신선들은 왜 이런 곳을 발견해 내지 못했을까..
소음이 없는 곳..
소음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곳..
서울 강남의 동네 뒷동산에 오를 때면 집안에서 느끼지 못했던 소음이 우레같이 들렸었다. 희한하지.. 사람들이 부지런히 동네를 오고 가도, 이곳 작은 마을의 뒷동산에 오르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른풀들은 그래서 고개를 삐죽 길게 내밀고 소리 나는 곳을 찾아 기웃거렸지 아마..
La Mattina_Cochrane Aysén
Centrale Patagonia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