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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7. 2020

아드리아해 뿔고동의 화려한 변신

-내가 좋아하는 아드리아 해산 뿔고동 요리 

해산물 천국 대한민국에 대한 갈증 해소 하나..?!!



   서기 2020년 12월 26일(현지 시각) 오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재밌는 일이 생겼다. 보슬비가 보슬보슬 오시는 가운데 혹시나 하고 재래시장을 들렀는데 시장 입구의 한 어물전이 가게를 열었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연휴로 인해 문을 닫았는데 한 두 곳의 가게가 문을 연 것이다. 그곳은 평소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그런데 성탄 연휴 기간이어서 그런지 어물전에는 두 가지 품목만 눈에 띄었다. 



아드리아 해산 굴과 뿔고동이었다. 이미 몇몇 품목들은 바닥을 보이고 곧 문을 닫을 참이었다. 이곳의 굴은 맛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가격을 묻기도 전에 "1킬로그램에 5유로, 2킬로그램에 7유로에 가져가시라"라고 말했다. 솔깃했다. 평소에는 킬로그램당 10유로에서 15유로 하던 가격이었다. 그래서 속으로 이것 봐라 하며 "2킬로그램에 5유로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며 되받아 쳤더니 의외의 기격이 나왔다.



글쎄.. "그냥 가져가시라"며 2킬로그램을 저울에 다는 동시에 나머지 전부를 봉지에 담아주었다. (이런 횡재 봤나 ^^) 대략 3킬로그램에 해당하는 굴을 5유로에 구입한 것이다. 시쳇말로 미친 가격이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더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굴을 싹쓸이하고 남은 건 뿔고동이었는데 주인은 "2킬로그램에 5유로 주세요"라고 했다. 평소 킬로그램당 3유로 하던 가격을 조금 할인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는 얼토당토않는 조건을 제시했다. 뿔고동 무더기를 보아하니 나머지는 재고로 남을 게 뻔해 보였다. 그래서 전부 5유로 해주시면 안 돼요?라고 제안하며 씩 웃었다. 주인도 따라 웃었다. 무슨.. 장난도 아니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 즉시 주인은 흔쾌히 "네, 좋아요. 전부 5유로..!! ㅋ"라고 맞장구쳤다. 그냥 한 번 던져본 흥정인데 200% 먹혀들어간 것이다. 대략 5킬로그램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그러니까 어물전에 남아있던 굴과 뿔고동 전부를 10유로에 구입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ㅋㅋ)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었다. 



아드리아해 뿔고동의 화려한 변신




이렇게 착하디 착한 가격에 구입한 굴과 뿔고동을 집까지 들고 오는데 얼마나 무거운지 비닐봉지 손잡이가 손가락에 자국을 낼 정도였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즉시 요리에 들어갔다. 굴은 껍데기를 깨끗이 씻은 다음 하나씩 까서 접시에 담아놓고 곧바로 시식에 들어갔다. 그리고 손질된 굴은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뿔고동 손질에 들어갔다. 뿔고동.. 요게 정말 맛있다.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해물 중에서 그나마 해산물 천국 대한민국에 필적할만한 맛을 가진 것이다. 요리도 간편 한데 막까지 일품인 것이다. 



굴에 이어 즉시 요리에 들어갔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잘 헹궈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팬 위에 넣었다. 큼지막한 팬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에 나누어 쪘다. 잘 달궈진 팬 위에 녀석들을 올려놓고 비노 비앙꼬 한 컵 분량을 붓고(치익~) 뚜껑을 덮은 다음 잠시 후(2~3분) 약불로 낮추고 5분 정도(지글지글~) 익혔다. 주방에 고동 냄새가 난리가 아니다. 그리고 다 익은 절반을 볼에 옮기고 나머지를 같은 방법으로 익혔다. 그다음 절반은 분리작업에 들어갔다. (이거..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ㅜ) 


위 바닷가 자료사진은 바를레타 인근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Margherita di savoia) 바닷가(아드리아해)에서 건져(?) 온 것임.


보통은 고동을 빼먹을 때 이쑤시개를 사용한다. 그러나 아드리아 해산 뿔고동을 다 빼먹으려면 이쑤시개 한 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쫀득거리는지 이쑤시개로 하나만 빼먹으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어떤 도구가 좋을까.. 나는 하니가 남기고 간 머리핀을 사용했다. 물론 새것이자 한 번 씻었다.(그냥 쓰던 거 사용하기 없기..ㅋ) 


그리고 비노 비앙꼬를 옆에 두고 한 알 까고 한 모금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절반을 다 까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 이때 뿔고동을 잘 먹는 팁이 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레몬 껍질을 강판에 갈거나 얇게 저민 후 잘게 썰어 고동 한 알에 레몬 한 조각씩 먹어주는 것이다. 아드리아 해산 뿔고동의 화려한 변신이 입안에서 시작됐다. 맛은 물어보기 없기..!! ^^


il mio preferito Bolinus brandaris dell'Adriatico_Mercato di Barletta
il 27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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