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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3. 2020

시금치 김밥의 변신은 유죄

-김밥, 조연을 주연으로 바꿔 봤더니

김밥을 시금치에 싸 먹으면 어떨까..?



   서기 2020년 12월 22일(현지시각) 오후,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바닷가 공터에 풀꽃들이 무리 지어 피었다. 장관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꽃잎을 내놓는데 이곳은 하니와 함께 운동 겸 산책을 하던 곳이다. 또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릴 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산책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바를레타 시민들은 늘 봐 왔던 풍경이었던지 풀꽃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의 경우와 정반대의 시선을 가진 사람들.. 



그런데 풀꽃들은 코로나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마다 얼굴을 내밀곤 했다. 지난 2월 23일 그녀가 한국에서 볼 일을 마치고 코로나를 피해 이곳으로 다시 귀국할 때는 물론, 10월 23일 다시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일시 피신했을 때는 공터에 피어있는 풀꽃들이 트랙터로 밀어버렸을 때거나 시기가 지난 다음이었다. 아쉬웠다. 무엇이든 혼자 즐기는 곳 보다 누군가와 함께 바라보는 건 풀꽃들도 좋아할 일 아닌가.. 



이틀 전, 아드리아해의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싱싱하고 도톰한 시금치가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 인근에서 생산되는 시금치는 우리나라의 포항초와 섬초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덩치가 크며 맛 또한 일품이다. 가격은 두말할 나위 없다. 시금치 1킬로그램의 가격은 1.5유로였는데 이날 2킬로그램을 구입했다. 해산물이면 몰라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철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금치는 국민 야채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영양가는 말할 것도 없다. 시금치의 효능에 따르면 우리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 중의 하나인 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한다고 한다. 그리고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하고 혈압 조절애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항암 성분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 뼈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 건강을 도울 뿐만 아니아 체중감량은 물론 면역력을 향상한다고 한다. 코로나 19 시대에 눈여겨봐야 할 건강식품인 것이다. 



시금치의 이런 영양 때문인지 시금치는 다양한 리체타를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다. 각종 양념에 무쳐먹고 국을 끓이는가 하면 김밥의 속재료 등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날 내가 구입한 시금치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싶었다. 무쳐 먹거나 김밥을 싸 먹는 것. 그런데 이 순간 나의 역발상이 시작됐다. 보통 김밥의 속재료로 쓰이던 시금치를 조연에서 주연으로 바꾸는 역할 분담이었다. 



이때 도움을 준 김밥이 통영 김밥이었다. 주지하다시피 통영 김밥은 보통의 김밥과 달리 김밥 속의 재료가 모두 겉으로 나와 있는 게 특징이다. 맨밥을 김에 돌돌 말아 무김치와 오징어무침 등으로 함께 먹는 것이다. 보통의 김밥 속재료는 시금치 계란지단 단무지 등으로, 속재료 일부만 바꾸게 되면 치즈 김밥이나 쇠고기 김밥 등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이날 내가 만든 시금치 김밥은 시금치가 주류를 이루었다. 김밥 속은 시금치만 넣고 김 한 장을 절반으로 잘라 통영 김밥처럼 만들었다. 시금치는 질 좋은 뿔리아산 올리브유로 맛을 내고 참기름 몇 방울로 풍미를 돋구웠다. 그리고 간장으로 적당하게 간을 맞추고 깨소금을 넣어 잘 무쳤다. 이렇게 완성된 시금치 무침을 김밥과 함께 먹는 것. 김밥 속의 시금치가 아니라 시금치에 곁들인 김밥으로 완벽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맛이 어떻게 궁금하겠는가.. 



시금치의 달콤한 맛과 용궁의 향기를 품은 김이 쫀득쫀득한 밥과 어우러지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그렇다면 시금치 김밥의 제목에 왜 변신은 유죄라 했나.. 너무 맛있으니까..!!  별 희한한 죄목도 다 있다. ^^


La conversione degli spinaci al Ghimbap è colpevole
il 23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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