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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7. 2020

짜장면이 아니라고

-생선 육수로 만든 매콤한 해물 스파게티  

스파게티.. 어디까지 드셔 보셨나요..?!!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가 내 준 최고의 맛 해물 스파게티.. 그 현장으로 초대한다. 파래가 파릇파릇하게 돋아있는 풍경은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시내로부터 대략 5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의 바닷가이다. 바를레타와 인접한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Margheritta di Savoia) 바닷가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이곳은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으로 잠시 피신 중인 하니와 자주 들렀던 곳이며 출사와 운동을 겸해서 들른 곳이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이곳 아드리아해는 해산물 보고이다. 어패류는 물론 생선들이 연일 바를레타 재래시장 어물전에 올라와도 마를 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산물 천국인 대한민국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아드리아해가 내 준 해산물들은 그들만의 맛을 풍긴다. 


따라서 바를레타에 위치한 미슐랭 별을 단 리스또란떼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드넓은 주차장에 주차할 장소가 모자랄 정도이므로 이곳 해산물 요리가 얼마나 인기를 끄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여서 뜸해졌지만 곧 코로나가 물러가면 다시 사람들이 붐빌 것이며 날새는 줄 모르고 흥청망청 하게될 것이다. 



오늘 등장하는 생선 육수로 만든 매콤한 해물 스파게티 요리 리체타는 이들 뿔리에제(Pugliese_뿔리아 사람들)는 먹어보지 못한 요리이자 나의 창작품이다. 요리 절차는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맛 또한 일품이다. 우리나라 입맛을 생각하며 만든 꼴라보라찌오네(Collaborazione, 합작) 요리인 셈인데.. 보통의 해산물 요리(Frutti di mare)는 어패류를 주로 사용하지만 본 리체타는 잡어를 이용했다. 생선들은 어느 날 바를레타 재래시장 어물전에서 싼값에 구입한 것으로 우리나라 매운탕을 떠올리며 요리에 들어간 것이다. 



잘 손질한 잡어들은 큼직한 팬 위에서 매운탕을 만들 듯 조려나간다. 나의 리체타는 항상 간결하다. 생선을 다듬는 과정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노력도 없이 요리를 할 수 있겠는가. 리스또란떼의 요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각설하고.. 잘 손질된 생선들은 센 불에 달구어진 팬 위에 마늘 기름을 만든 즉시 투입한다.(치익~) 그 즉시 비노 비앙꼬 한 컵 분량을 투입하고 뚜껑을 덮었다. 잠시 후 뚜껑을 열어 준비해둔 양파를 올리고 조미간장과 한국에서 공수해온 고춧가루를 뿌렸다. 



매운탕 선수들인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이런 과정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미리 양념장을 만들었다가 투입해도 괜찮을 것이다. 다른 점이 있자면 마늘 기름과 비노 비앙꼬를 사용한 것뿐이다. 양념이 투입되면 약불에 뭉근하게 조리면 끝! 이렇게 잘 조려진 생선들은 살을 잘 발라먹은 다음 육수는 따로 챙긴다. 매운탕을 홀짝홀짝 다 마셔버리면 안 된다는 거..ㅜ 



생선살이 많이 붙은 녀석을 접시에 골라내고 비노 비앙꼬 한 잔을 곁들이면.. 잠시 동안 천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중요한 공정을 남겨두고 있다.  비노 비앙꼬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아니면 잠시 후에 스파게티를 알덴테(Al dente)로 잘 삶는다. 이날 사용된 스파게티면은 굵은 것으로 삶는 시간이 12분 정도였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스파게티를 12분 동안 삶으면 실패할 확률이 90%가 넘는다. 



이유가 있다. 자료에 등장한 것처럼 잘 끓여낸 매운탕은 채에 받쳐 건더기를 건져내고 육수를 따로 챙겨 다른 팬 위에서 끓이기 시작한다. 이때 대략 7~8분 정도 삶은 스파게티를 건져 육수에 넣어준다. 이때 센 불로 대략 5분 정도(국물이 졸아들 정도) 조려주며 잘 섞으면.. 생선 육수는 스파게티에서 빠져나온 전분(요걸 잘 이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과 어우러지며 걸쭉한 크림 상태로 변하게 된다.



최초 매운탕 양념을 보다 심심하게 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매콤한 국물을 마실 요량으로 간을 미리 다 맞추어 놓았다면.. 조린 후의 육수는 짜게 될 게 틀림없는 것. 이날 나는 육수 전부를 크림 상태로 만들었으며 스파게티는 대략 1,5인분을 투입했다. 1인 분은 성에 차지 않아 인증숏을 남긴 후 접시 위에 마저 첨가했다. ^^



이 요리 과정에서 생각해 내야 할 게 있다. 대략 3킬로그램 분량의 잡어들이 쏟아낸 육수는 얼마나 진하겠는가. 만약 특정 리스또란떼에서 이렇게 요리하면 가격을 얼마나 받아야 할까.. 코로나 시대 때 가족들이 집콕을 하면서 만들어 먹으면 모를까. 이렇게 만들어 판매하는 곳 또한 전무후무할 것이다.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며 생선 육수의 감칠맛을 너무 잘 아실 텐데.. 이때부터 생선 육즙으로 만든 매콤한 스파게티는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를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동해나 서해 혹은 남해바다 및 어느 섬에서 만든 스파게티라고 한다면.. 어떻게 그 바다를 잊을 수 있을까.. 겉모습은 짜장면 같아 보이지만 짜장면이 아니라고라고라..!! ^^


Spaghetti con brodo di pesce ad salsa di Piccante
il 17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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