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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9. 2020

태곳적 시간 속으로

#14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흙으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공부는 교실이 전부가 아니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만드는 일에 열중해야 할 것이다. 인성을 바르게 하는 초등교육이 중요한 것도 그러할 것이며, 매우 부족해 보이지만 현장체험학습을 보다 더 늘려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이 한동안 부재한 현실이었으므로 떨수나 뚱렬이 혹은 국민의 짐 같은 불편한 집단들이 생길 게 아닌가. 코로나 19 때문에 코로나를 욕할 게 못된다.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들이 이웃을 못살게 구는 코로나처럼 굴어서는 될 일인가. 지근거리에 있는 성당의 종소리가 요란하다.


지난 여정 나(自我)를 찾아 떠나는 여행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세상을 사노라니 학교 공부는 자아를 망치거나 흩트려 놓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공부가 밥벌이로 전락하기 시작하면서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사는 것이랄까.. 그것도 아니면 인생을 너무 빨리 깨달은(?) 나머지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지천명의 언덕을 넘어 이순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세상의 진정한 가치 혹은 삶을 보다 더 뚜렷이 관조하게 되는 것이다. 



태곳적 시간 속으로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이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계곡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었다. 만년설을 머리에 인 거대한 산봉우리 곁으로 구름 조차 쉬어가는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계곡 속을 걸을 때 보이지 않던 또레스 델 빠이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계곡의 물소리는 우레를 닮아 귀가 멍해질 정도였지만 정상으로 가까워지면서 그 소리 조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한편, 산기슭에서 만나지 못한 특별한 비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놀라운 풍경이었다.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에는 수목한계선이 뚜렷이 보이는 가운데 켜켜이 쌓인 시간의 나이테가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나이테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서기 2020년 12월 29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열어본 남미 여행 사진첩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밤 마저 잠이 들어 새까만 밤에 침묵을 깨고 새벽을 열고 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박물관.. 거대한 바위의 퇴적층 위로 만년설이 녹아 작은 폭포를 이루며 수직의 강을 연출하고 있는 곳. 조물주는 인간을 흙으로 만들고 생기를 코에 불어넣어 영혼(영과 혼魂을 따지지 말자)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흡이 멈추는 날이면 혼은 흩어지고 육신은 필경 흙으로 돌아갈 테지.. 



그 시간이 100년이나 될까.. 파타고니아에 살던 원주민들은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으며,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마늘에도 영혼이 깃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일했던 동료 요리사가 마늘 속에서 싹을 틔우는 부분을 아니마(Anima)라고 불렀는데 그 뜻은 정신체인 영혼이라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인간만 유일하게 지닌 게 영혼이 아니었으며, 태양계의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제들은 개나 소나 닭이나 돼지나 병아리나 그 어떤 생명체 들고 영혼이 있다는 말이다.(재밌군 ㅋ) 그렇다면 고체로 변한 바위 덩어리에도 영혼이 깃들었을까..(너무 나간 거 같으다. ㅜ ) 




물질과 비물질.. 물질의 상태는 고체와 액체와 기체로 나뉜다. 고체는 정해진 크기와 형태를 가진다. 액체는 정해진 크기를 갖지만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다. 기체는 크기도 형태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거시적 성질로 구분되고 있다. 이들은 열에너지를 흡수하면서 본래의 모습이 달라진다. 융해 (고체→ 액체)되고, 응고 (액체→ 고체)되며, 기화 (액체→ 기체)되는 현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또레스 델 빠이네 산군의 거대한 바위산도 한 때는 액체였으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지표면과 내부 마그마가 들끓으면 다시 액체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때 액체의 일부가 미립자의 형태로 남아 기체로 떠돌아다닐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 축적된 미량의 소립자들이 흙이며, 그 흙으로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조물주의 정체성이 열에너지란 말이며, 그것은 서구의 침탈자 피사로(Francisco Pizarro González)가 태양신을 믿는 잉카제국 사람들보다 더 무지했다는 말이자, 침탈의 도구로 정체불명의 영혼을 끌어들였던 게 아닌가.. <계속>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29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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