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
어떻게 잊을까..?!!
주말 아침에 열어본 사진첩 속에는 뽀얀 먼짓길에서 기분 좋은 흙냄새가 나는 듯하다. 고불고불.. 몇 구비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한 구비를 돌아서면 다시 굽어지는 먼짓길.. 강은 재촉하는 법 없이 그렇게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우리네 삶도 알고 보면 먼짓길과 강을 쏙 빼닮았다. 가끔씩 소란을 피우는 듯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집콕을 하면서 천천히 돌아보는 여행지.. 전혀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여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초행길의 설렘은 여행자를 들뜨게 만들어 사물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버스 창에 비친 세상은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한 꼬집 두 꼬집 자꾸 뜯어보게 되는 여행지.. 한 번 다녀오기도 힘든 여행지를 두 번 다녀오게 만든 건 코로나와 나의 기록 습관 때문이었다.. 이런 행운도 있었네..!
지난 여정 코로나 시대 두 번 떠나는 여행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브런치를 열어보니 지난해 12월 19일에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해를 넘겨 2021년 1월 4일 오후(현지시각)에 다시금 사진첩을 열어놓고 당시를 회상하는 것이다. 꿈만 같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이런 기록이 없었다면 기억 속에서 그저 가물가물한 추억으로만 남았을 테지..
우리는 머지않아 먼짓길을 따라 파타고니아의 오지 코크랑에 도착할 것이다. 먼짓길은 리오 코크랑(Rio Cochrane_Región de Aysén, Chile)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으며, 버스 곁으로는 엉겅퀴의 보랏빛 꽃은 물론 이름도 알 수 없는 풀꽃들이 졸졸 따라다녔다.
리오 코크랑은 코크랑 마을 곁에 위치한 라고 코크랑(Lago Cochrane) 호수로부터 발원하여, 장차 만나게 될 리오 베이커(Río Baker) 강으로 흘러들어 갈 때까지 서북 쪽 방향으로 흐른다. 자료를 다시 챙기면서 보니 가슴이 설렌다. 설렘은 나이 조차 잊는 현상인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는 법이 없다.
이 강은 다시 아르헨티나로 흘러 뿌에이레르돈 (Pueyrredón en Argentina)으로 불리면서 코크랑의 국제 호수 지류(lago internacional Cochrane)로 바뀌게 된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실제로 이 장면을 만나는 것이며, 현지에서 느껴봐야 제맛이란 걸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버스 운전석 옆 출입구 계단에 서서 창밖을 응시하며 셔터를 누른 수만큼,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호기심과 설렘이 바람처럼 지나쳤던 곳. 하지만 가슴에 콕 박힌 그때의 느낌과 풍경들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만약 먼짓길이 아니라 포장이 잘 된 도로였다면 이 같은 풍경은 얼마나 빨리 지나쳤을까.. 또 그러했다면 버스 창은 먼지가 덜 끼었을 것이며 풍경들은 보다 더 선명하게 뷰파인더로 들어왔을 테지..
세월은 광속으로 달린다. 어느 날 다시 열어본 사진첩 속의 풍경은 그대로이건만 나이테를 한 바퀴 더 늘렸다. 나이테가 자라면 보다 더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그만큼 더 넓어지겠지만, 아름드리 이상의 고목이 된다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어린 왕자가 자기 별에 돋아나고 있는 바오밥 나무의 싹을 뽑아버리는 이유를 알 때쯤이면, 우리는 보다 먼 세상을 향해 머리를 뉠 것이다. 그때 가져갈 세상의 추억이 있다면 우리가 돌아보았던 여행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먹고사는데 바빠 돌아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상이 지근거리 혹은 발 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먹고사는 일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지..
가슴에 콕 박힌 세상은 마음에 그려진 세상의 풍경이자 나를 낳아준 우리 행성의 모습이다.
리오 코크랑 너머 저만치서 우리의 흔적이 오롯이 고개를 들고 있는 한 작은 마을이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La strada per andare a Cochrane, la destinazione nascosta della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Patagonia CILE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