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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9. 2020

코로나 시대 두 번 떠나는 여행

#13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

한 번 다녀오기도 힘든 여행지.. 두 번 다녀올 수 있을까..?!!



서기 2020년 12월 14일,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오후 5시만 되면 날이 어두워지고 곧 성탄 트리가 반짝이기 시작한다. 사진첩을 열어 당시의 느낌을 회상하고 있자니 정말 귀한 것들은 꼭꼭 숨겨져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브런치를 응원해 주시는 이웃분들과 독자님을 너무 닮았다. 그분들의 응원으로 오늘 모처럼 나의 브런치가 폭발적인 뷰(한국시간 자정 직후)를 기록하고 있었다. 관련 포스트는 <김밥, 시금치 빼면 더 맛있다>였다.
이 모두 이웃분들의 응원 때문이라는 걸 너무 잘 안다.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드린다. 아울러 글이 발행될 즈음 우리나라 현대사에 굵직한 선을 그을 사건이 처리되는 날이다. 도마 위에 오른 검찰총장 징계건이다. 우리 민족과 귀한 이웃을 지키기 위한 시금석 마련이 부디 잘 되기를 희망한다. 민주시민들과 함께 먼 나라에서 힘차게 응원한다. 


지난 여정 귀한 것은 찾기 힘들지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세월 참 빠르다. 연재 글이 발행된 지 어느덧 일주일이 흘러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평소와 별로 다를 바 없다. 가끔씩 구급차의 경적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달리는 소음을 제외하면 달라질 게 없다. 


나는 주로 집콕을 하며 브론치에 글을 끼적거리고 있다. 코로나 19가 만든 새로운 풍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콕을 하거나 자유 일부가 구속된 상태에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을 감수해야 하던지 잠시 미루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온 여행지를 두 번 떠나는 것이다. 여러분들을 그 현장으로 초대한다. 



코로나 시대 두 번 떠나는 여행




   서기 2020년 12월 19일 주말 아침 컴을 열고 외장하드에 기록된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우리가 다녀왔던 여행지가 고스란히 남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저 멀리 눈을 머리에 인 안데스와 온통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진 산들은 처음 보는 풍경이자 외계에서 만난 모습들 같다. 



옥색으로 물든 강의 이름은 리오 코크랑(Rio Cochrane)으로, 하니와 나를 태운 버스는 이 강 옆으로 길게 이어진 먼짓길을 달리고 있다. 우리는 장차 이 강의 발원지 중 하나인 코크랑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며, 다시 남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까지 진출할 것이다. 사진첩을 열자마자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며 여행을 다시 떠나는 느낌과 설렘이 교차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주게 된 배경에는 기록 때문이었다. 당시에 만난 풍경들이 현장감 있는 1:1의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에 사용하던 블로그와 또 다른 브런치의 공간에서 만나는 스펙터클한 현장감은 여행지에서 보던 풍경보다 더 나았으면 나았지 부족할 게 없는 모습이다. 



당시에는 달리는 버스 속에서 찰나의 순간만 포착했지만, 컴을 열어 포착된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풍경도 있었나 싶은 생각도 절로 드는 것이다. 내가 가진 무형자산 1호이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네 삶의 기록이 외장하드에 기록된 것이다. 



행운이었다. 누가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시대가 올 줄 알았겠는가. 그저 나의 기록 습관이 그렇게 만든 것뿐이다. 이런 습관은 코로니 시대에 여행을 두 번 떠나게 만드는 효과 이상의 행복을 주는 것이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버스 차창 앞으로 나타나던 먼짓길과 연줄처럼 이어진 강 곁으로 드러누운 파타고니아의 산들은 길 옆에 도열해 있는 풀꽃과 어우러져 시간을 돌려세우고 있는 것이다. 



주말 아침에 열어본 사진첩 속에는 뽀얀 먼짓길에서 기분 좋은 흙냄새가 나는 듯하다. 고불고불.. 몇 구비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한 구비를 돌아서면 다시 굽어지는 먼짓길.. 강은 재촉하는 법 없이 그렇게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우리네 삶도 알고 보면 먼짓길과 강을 쏙 빼닮았다. 가끔씩 소란을 피우는 듯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집콕을 하면서 천천히 돌아보는 여행지.. 전혀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여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초행길의 설렘은 여행자를 들뜨게 만들어 사물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버스 창에 비친 세상은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한 꼬집 두 꼬집 자꾸 뜯어보게 되는 여행지.. 한 번 다녀오기도 힘든 여행지를 두 번 다녀오게 만든 건 코로나와 나의 기록 습관 때문이었다.. 이런 행운도 있었네..!



*아래 영상은 장차 우리가 만나게 될 아름답고 작은 도시 코크랑과 리오 코크랑 옆으로 이어지고 있는 먼짓길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우리가 발도장을 찍었던 곳으로 감회가 새롭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La strada per andare a Cochrane, la destinazione nascosta della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Patagonia CILE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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