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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1. 2020

김밥, 시금치 빼면 더 맛있다

-차메 디 라파로 맛을 낸 국민 김밥 

이탈리아서 김밥이 먹고 싶었다!!



   서기 2020년 12월 11일 아침, 며칠 전 김밥이 먹고 싶어서 냉장고를 뒤졌다. 그곳에는 김밥에 어울릴만한 식재료는 당장 눈에 띄지않았다. 나는 한국에서 먹던 김밥을 떠올리며 걸맞는 식재료를 둘러보고 있는 것이다. 피렌체서 살때는 근처의 중국 마트에 들러 단무지와 시금치 등으로 김밥 속을 채우곤 했다. 어떤 때는 쇠고기로 또 어떤 때는 참치 등으로 김밥을 만들어 먹곤 했다. 



그런데 막상 김밥을 싸 먹으려니 눈에 띄는 건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와 계란뿐이었다. 다행인 건 아직 100장들이 김이 10묶음은 남아있다는 것. 나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부자 인양 착각를 하곤 한다. 이 김은 하니가 지난 2월에 한국에서 공수해온 고급 김이었다. 꼭꼭 눌러서 진공 포장해 왔으므로 부피가 거의 1/10 정도나 줄어든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공수해 온 김은 하니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올 때까지 두고두고 아껴먹을 요량이다. 하니의 그림 선생님 루이지가 김밥을 먹고 싶다고 찌질 대도 난 모른 척한다. 그게 한 두 번이었냐..ㅜ 이탈리아 사람들은 김밥을 발칙하게도 일본의 '쓰시'라 불렀다. 나는 그때마다 김밥의 종주국은 한국이며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고급 식재료는 우리나라 완도 등지에서 생산되는 것이라 단단히 교육시켰다. 



그때 나의 주장 사실이 맞는지 곧바로 확인 들어간다.(발칙한 녀석!!) 그러면서  깨알만 하게 적힌 생산지 속에서 'Prodotto di Corea'라는 글을 발견하고 눈이 휘동그래 진다. 그때부터 나의 세뇌교육에 따라 발음 연습에 들어갔다. 김밥은 쓰시가 아니라 "김밥_Ghimbab"이거든..!


-자 따라 해 봐 김밥..!

-긴빱..!

-긴빱이 아니라 김밥!

-긴바브!

-긴바브가 아니라 김밥!!

-김밥!! ^^

-브라보! 다음부터는 김밥이라 해야 선물을 해 줄거얌 알찌?!

-그라찌에 짱!! ^^



이건 웃자고 연출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상황이었다. 하니의 그림 선생님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 그러니까 삼촌 숙모 이모 등 식구들이 내가 만든 김밥 맛을 보고 기절초풍하며 엄지를 척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만든 김밥에 대항(?)하여 비노 비앙꼬 등을 내놓곤 했다. 따라서 그들이 맛본 쓰시와 비교도 안 되는 김밥 맛 때문에 잊을만하면 김밥 타령을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는 김밥 한 줄 가격이 최소 5천 원에서 만원을 웃돈다. 그걸 얄팍한(?) 접시에 담아놓고 속재료를 연어를 썼는지 참치를 썼느니 하면서 가격을 부풀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한국에 가져다 놓으면 그들은 코로니 19 때문에 사업이 망한 줄 알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국민 김밥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되고,  김밥에 관한 한 눈높이는 세계 최고이다. 


쌈을 잘 싸 먹는 우리 민족은 무엇이든 잘 싸 먹는데 천혜의 식재료인 김에 대해서는 실로 다양한 리체타가 존재하는 것이다. 김치를 넣으면 김치김밥, 치즈를 넣으면 치즈김밥.. 그리고 김에다 밥풀을 발라 뒤집어 싸면 누드김밥으로 변신하는 등 세계인들이 한국에 가면 김밥만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쓰시 따위는 까마득히 잊게 될 것이다. 그런 김밥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를 들여다보니 재료는 달랑 두 개.. 



두 개면 어때!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치메 디 라파는 잘게 썰어 뿔리아 산 고급 올리브유로 양념하고 한국에서 공수해온 참기름 한 두 방울만 넣었다.(아껴먹여야 한다!ㅜ)그리고 조미간장으로 간을 맞춘 다음 깨소금을 듬뿍 넣었다. 요걸 조물조물 나물로 무치다 말고 한 입 가져가니 기가 절로 막힌다. 그동안 압력밥솥에서는 쪼올깃 쫀득 거리는 밥이 완성됐다. 이 밥을 한 김 빼고 식히는 과정에서 빠르마지아노 렛지아노 포르맛지오(치~즈 <~~ ^^)를 박박 갈아 넣었다. 


그리고 시칠리아 산 천일염으로 만든 가는소금으로 다시 간을 조절하며 그 위에 올리브유와 참기름 한 두 방울만 넣었다.(아껴먹여야 한다!ㅜ) 그리고 주걱으로 잘 섞어 주면 밥 준비는 완성됐다. 그다음.. 김을 구워야 하는데 살짝 달군 팬 위에 김을 한 장씩 구워내는 것이다. 그동안 계란 지단을 부치면 대발을 이용해 김밥만 말면 끝! 이렇게 완성된 김밥을 예쁘장하게 화장을 마치니..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몰라도 이탈리아인들 중 누가 환장하지 않겠는가..ㅋ -



우리나라에서 시금치가 나지 않는 여름철에는 시금치 대신 오이를 썰어 시금치 대신 넣기도 한다. 그러나 시금치 대신 우리가 잘 먹는 야채를 잘 무쳐 지단과 함께 사용하고 밥을 버무릴 때 포르맛지오 가루를 넣으면 이탈리아식 김밥이 된다. 하니의 식습관은 꼭 단무지가 들어간 김밥을 선호한다. 하지만 단무지 조차 다른 식재료를 사용하면(다음에 포스팅..^^) 우리가 먹던 김밥보다 더 맛있다며 냠냠거린다. 대한민국 국민 김밥이자 세계인들의 입맛은 물론 이탈리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김밥 종주국에서.. 김밥 식재료를 다양하게 연출하면 코로나 방역 시스템 못지않은 최고 요리가 탄생할 게 틀림없다. 


-루이지, 따라 해 봐.. 김밥!

-긴빱..!

-긴빱이 아니라 김밥!

-긴바브!

-긴바브가 아니라 김밥!!

-김밥!! ^^

-브라보! 다음부터는 김밥이라 해야 선물을 해 줄거얌 알찌?!

-그라찌에 짱!! ^^


Il cibo tradizionale coreano Ghimbab_Alghe rosse
il 11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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