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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0. 2020

밥상 위로 올라간 지중해 문어

-지중해 문어 이렇게 요리해 먹었다

지중해식 문어요리가 아니라 지중해 문어 요리..!!



   서기 2020년 12월 9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흐리멍덩한 날씨가 계속됐다. 볕이 쨍쨍 나던지 아니면 비라도 흠뻑 오시던지.. 이날 시내 볼 일도 볼 겸 바를레타 재래시장을 들렀다. 야채와 과일을 살 요량으로 들렀는데 단골 어물전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주인은 문어(지중해 문어)를 가리키며 "요거 1킬로그램에 5유로 해 주겠습니다. 5유로..!"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릇에 담아 저울에 올렸다. 저울 눈금은 1,6킬로그램을 가리켰다. 그다음 나를 향해 "7유로만 주세요"라고 한다. 장사는 늘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눈팅만 하는 척 돌아서다가 "그냥 모두 5유로로 해주시면 안 됨..? ^^"이라 했더니 "Va bene_좋아요!!"라고 말한다. 흥정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덧붙여 "내장을 잘 발라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날 시장에서 구입한 건 치메 디 라파 3킬로그램(2유로), 단감 3킬로그램(2유로), 씨 없는 포도 2킬로그램(2유로), 대파 1킬로그램(1유로) 그리고 문어까지 구입하고 보니 손수레 가득하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싸고 질 좋은 물건이 바를레타 재래시장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문어를 깨끗이 씻고 요리에 들어갔다. 

뜨겁게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적당히 두르고 굵은 마늘 9개 정도를 넣고 마늘 기름을 만들었다. 그 즉시  깨끗이 손질된 문어 전부를 넣는다.(치익~!!) 계속 센 불이다. 그리고 잠시 후 팬 속이 끓는 기미가 보이면 비노 비앙꼬(Vino Bianco) 반 컵 분량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계속 센 불이다. 

그런 잠시 후 팬 속은 바글바글 끓는 소리와 함께 뚜껑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이다. 그때 약불로 최대한 낮추어 삶는다. 이렇게 대략 30분간 삶으면(자료 사진 참조) 먹음직스러운 지중해 문어 요리가 완성된다. 지중해식 문어요리가 아니라 지중해 문어 요리란 점 눈여겨봐 두시기 바란다.



지중해 문어 이렇게 요리해 먹었다 




이렇게 완성된 지중해 문어 요리는 해산물 천국 대한민국에서 먹던 대왕문어(Polpo gigante del Pacifico) 혹은 참문어(Polpo comune)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식감이 전혀 다른 것이다. 오늘 본문에 등장한 문어는 지중해산 참문어임에도 우리나라에서 먹던 참문어 식감과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다. 자칭 타칭 해산물 킬러로 불린 우리 내외는 문어 철이 되어 동해 쪽으로 이동할라치면 아예 레인지를 자동차에 실어 다녔다. 주문진이나 속초의 전문점에서 배운 문어숙회 요리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우리 문어를 잘 삶는 법을 모르신다면 숙지해 두셨다가 활용해 보시기 바란다. 별 거 아니다. 냄비 등 용기에 물이 펄펄 끓으면 문어를 넣고 정확히 5분만 삶으면 끝! 기가 막힌 숙회가 된다. 다리를 잘라보면 마치 계란 반숙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며 한 점 잘라 입안에 넣으면 세상 부러울게 없어진다. 그런데 지중해산 문어를 이렇게 하면 200% 실패한다. 왜 그럴까.. 



지중해산 문어의 특징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 100년도 더 된 피렌체의 유서 깊은 리스또란떼에서 일할 때였다. 주지하디시피 문어는 이탈리아 요리의 인살라따(Insalata)에 주로 이용된다. 주로 갖은 야채에 문어(다리)를 썰어 넣어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 간만으로 담백하게 먹는 것이다. 이게 쉬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야채에 단지 문어를 가미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야채를 적당히 잘 배합하여 접시가 아름답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요리는 맨 먼저 눈을 먹는다는 거.. 코스 요리 첫 번째부터 손님의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론 본 요리가 진행될 때까지 식욕이 마구 당겨야 하는 것.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도대체 이 문어를 삶는 방법이 성에 차지도 않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문어를 커다란 양은 들통에 넣고 향신초 다발(Bouquet Garni_부케가르니)을 넣은 다음 하루 종일(?) 끓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지중해산 문어는 매우 질긴 녀석이었다. 만약 이 문어를 5분만 데치고 다리 한 점을 잘라 입에 넣으면.. 마치 찰 고무줄을 씹는 것처럼 질겅질겅 잘 씹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는 것. 참 별난 녀석이었다. 


그리고 문어 대가리는 잘라버리는데 함께 일하던 동료와 나는 그것을 서로 나누어 가지곤 했다. 숙소로 돌아와 비노 비앙꼬를 곁들이면 기막힌 반찬으로 혹은 안주로 둔갑하는 것이다. 아무튼 요리 왕국 이탈리아에서 맛 본 문어 맛은 물론 요리 방법은 대한민국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확신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문어가 이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대략 30분 이상 푹 고은 녀석을 젓가락으로 찔러보면 말랑말랑 부드럽게 변했을 것이다. 그리고 적당히 식힌 다음 문어는 건져내고, 육수는 고운 채에 걸러 페트병에 따로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 육수는 대략 500그램 정도 되었는데 모두 문어로부터 나온 육수였으므로 맛은 따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곧 다른 리체타에 등장할 예정이다. 그다음 식탁에 오를 문어를 제외한 나머지는 용기에 담아 냉장고 속에 보관했다가 어느 날 나와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



밥상 위로 올라간 지중해 문어




이날 나의 식탁으로 올라간 지중해 문어 요리는 전채 요리가 아니라 주 요리로 등장했다. 아침부터 시장에 다녀오고 녀석을 손질한 다음,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정리하고 다시 접시 위에 올리니 늦은 점심이 되었다. 접시 장식은 치메 리 라파와 그가 지닌 앙증맞은 샛노란 꽃으로 수놓았다. 



그리고 팬에 남아있던 육수를 그대로 졸여 살사로 사용했다. 고소한 맛이 장난이 아니다. 거기에 내가 즐겨먹는 살사 디 뻬뻬론치니(Salsa di Peperoncini)를 곁들이니 지중해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비록 대한민국에서 먹던 문어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잘 익힌 녀석에 살사를 더하니 대한민국 바닷가에서 먹던 문어에 대한 향수가 저만치 달아났다. 



그리고 충고 하나.. 유럽 등지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이라면 그곳의 문어 요리를 탐하는 것보다 국내산에 열광하는 게 나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 때 영양 만점의 이만한 요리가 더 있나 싶을 정도인 것. 다른 거는 몰라도 대한민국에서 건져 올리는 해산물은 세계 최고이자 맛 또한 일품이다. 그런 까닭에 내가 만든 지중해 문어 요리는 부케가르니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문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아무런 양념도 가미하지 않았다. 단지 질 좋은 올리브유(l'olio extravergine di oliva )와 비노 비앙꼬만 곁들였을 뿐이다. (흠.. 눈요기라도..!! ^^)


Polpo mediterraneo sul tavolo_Octopus vulgaris
il 10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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