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메 디 라파 곁들인 구운 살시차 요리
진리는 간결하다..!!
기억하시나요.. 브런치를 열면 맨 먼저 등장하는 거대한 바위산.. 요즘 나의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기록 돌로미티 19박 20일 여행기에 등장하는 돌로미티의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Franco Cavazza al Pisciadù)의 위용이다. 어느 날 우리는 해발 2,585 미터에 달하는 이곳을 겁도 없이 도전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히 트래킹만 하려고 나선 걸음이 종국에는 정상까지 가고야 말았다.
겉 보기에는 바위 투성이처럼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가 보니 그곳에는 돌로미티 노랑꽃양귀비가 지천에 널려있었다. 노랑꽃양귀비가 서식하기 알맞은 장소가 이곳이었던 것이다. 정상 가까이 이동할 때까지 풀꽃들이 따라다니며 여행자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른바 별천지였다. 나는 그곳을 무릉도원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보기 힘든 비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랄까..
서기 2020년 12월 8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하늘은 우중충하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거나 눈이 내릴 듯한 음산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 뭘 먹어야 직성이 풀릴까.. 냉장고 문을 열어 이틀 전에 사다 둔 대형 살시차(Salsiccia_소지시)를 끄집어내어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살시차 무게는 800그램짜리로 구입할 때부터 염두에 둔 게 있다. 지난여름 다녀온 돌로미티 여행 당시 만났던 리푸지오 삐쉬아두를 접시 위에 올려볼 요량이었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는 살시차와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_Brassica rapa sylvestris)가 전부였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이 채소는 코로나 19 시대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이바지한다고 관련 브런치에 소개해 드렸다. 아직도 냉장고 속에는 잘 데쳐둔 게 있었으므로 올리브유와 참기름 몇 방울과 조미간장을 넣고(심심하게) 조물조물 나물을 무쳤다. 한 점 집어 입안에 넣어보니 절로 행복해진다.
그렇다면 살시챠는 어떻게 요리했을까.. 살시챠는 대략 250그램으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랐다. 그리고 센 불에 뜨겁게 데운 바닥이 두꺼운 팬 위에 올려놓고 약불로 낮춘 후 고루(6면) 익히는 것이다. 살시챠가 두꺼우므로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야 속까지 잘 익을 것이다. 물론 살시챠는 그냥 먹어도 되지만 라르도(Lardo_지방)가 살시차 전체에 고루 배어들도록 해야 고소한 맛이 넘치게 된다.
노릇노릇하게 골고루 익을 때까지 뒤집어가며 굽는 게 요령일 뿐 무슨 요리법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야외에서는 숯불에 구우면 금상첨화겠지.. 그러나 오늘 등장한 치메 디 라파 곁들인 구운 살시차 요리는 매우 간결한 리체타이면서 접시를 받아 든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보통 이탈리아 리스또란떼에서 새로운 요리가 등장하면 손님들이 음식이 만들어진 과정 등을 까메리에레(Cameriere_웨이터)에게 묻게 된다. 이때 요리에 사용된 식재료 및 요리에 담긴 셰프의 철학을 알려주게 된다.
예컨대 생선요리를 주문했는데 생선의 형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식사가 끝날쯤이면 맛에 감탄한 손님이 셰프를 불러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격조 있는 리스또란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또 어떤 때는 미쳐 요리를 파악하지 못한 까메리에레가 꾸치나(Cucina (architettura))에 들러 짧은 시간 리체타 등을 듣고 난 후 손님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직접 경험한 일이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되고 있는 요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까지 언급한 돌로미티의 한 장면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리스또란떼에서 세꼰도(Secondo piatto)에서 이런 요리가 주문될 확률이 거의 없지만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것이다. 어느 날 생면부지(生面不知)의 한 장소에서 맞닥뜨린 귀한 장면을 접시 위에 올리는 요리방법은 현대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괄띠에로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게 됐다.
당신께선 여행 중에 만난 비경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노트에 기록해 두고 그 장면을 접시 위에 올리는 것이다. 요리가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이 그러했다. 리체타는 알고 보면 매우 간결하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양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양념이 뒤범벅되거나 요리방법이 복잡하면 요리사도 힘들고 맛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무엇을 먹는지 모르게 되는 것이랄까.. 경험에 따르면 요리든 학문이든 세상 그 무엇이든 원리만 터득하면 간단해진다. 진리는 간결한 데 있다. 있었다.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에 있는 작은 호수를 바라보면 맛을 알게 될까. (흠.. 맛은 상상에 맡긴다. ^^)
Agosto delle Dolomiti su un piatto_Salsiccia con Cime di rapa
il 08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