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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3. 2020

칠면조가 포도주에 퐁당 빠진 날

-붉은 포도주와 매운 간장 양념으로 요리한 칠면조 

우리 정서와 달라도 너무 다른 칠면조.. 맛은 어떨까..?!



   칠면조(七面鳥)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리체타에 얽힌 이야기가 먼저일 것 같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어느 봄날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키안티의 어느 리스또란떼에서 동료들과 담임 교수(셰프)를 초청했다. 우리는 현장 체험학습을 끝마치고 근사한 리스또란떼의 만찬에 초대된 것이다. 그곳은 중세의 향기가 폴폴 풍기는 작은 성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리스또란떼의 구조는 지층(Piano terra, 우리나라 1층에 해당)에서 지하(struttura sotterranea)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고풍스럽고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우리의 만찬이 예약된 곳은 지하였다. 마치 포도원의 지하동굴(Cantina)을 연상시키는 곳. 조명도 적당히 어두웠다. 



우리는 곧 코스 요리를 시작하며 키안티 산 고급 포도주를 한 잔씩 마시게 됐다. 까메리에레(Cameriere, 웨이터) 둘이 바쁘게 음식을 날랐다. 시장했던 터라 요리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만찬이 무르익을 즈음 이 리스또란떼의 오너 셰프가 등장했다. 그는 "오늘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한 요리를 준비했다"며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 잠시 후 우리 앞에는 접시에 담긴 까만 고기가 놓였다. 


이 요리가 특별한 요리였는데 셰프는 " 이 요리는 송아지 고기를 비노 로쏘(Vino rosso, 적 포도주)에 조려 만든 것입니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키안티 지방의 포도주(Vino della Toscana)는 유명하다. 이곳은 이탈리아 중부 마르 띠레노(Mar Tirreno, 티레니아 해) 연안을 따라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포도주 생산지 중 하나이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포도 품종으로는 적포도주인 부르넬로 디 몬딸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및 비노 노빌레 디 몬떼뿔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를, 베르나챠 포도 품종으로는 화이트 포도주인 베르나챠 디 산 지미나뇨(Vernaccia di San Gimignano)를 만든다. 링크해 둔 자료는 알아두시면 유용하다. 

토스카나 주의 양조 역사에 따르면, 기원전 8세기경, 에트루리아(Etruria) 정착민들의 삶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도주를 보관하던 암포라(Amphora, Anfora) 항아리 유물이 발견된 곳이다. 아무튼 이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와 토양 등이 잘 어우러져 질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포도주를 물 쓰듯 하는 것이다. 그 전통으로 송아지 고기가 적포도주에 조려져 까맣게 변한 것이다. 담백한 송아지 고기 맛이 일품이었다. 따라서 합석한 셰프에게 리체타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리체타는 간단했다. 약간 깊은 들통에 고기를 넣고 마늘 기름으로 잠시 겉만 익힌 후 적포도주를 고깃덩어리가 잡기게 붓는 것이다. 거기에 월계수 잎은 물론 향초 다발(부케가르니, Bouquet Garni)을 넣고 센 불로 가열하면, 포도주가 끓기 시작하는 즉시 약불로 낮추어 천천히 조리는 것이다. 그리고 뭉근하게 잘 익으면 건져내는 것. 그게 끝이었다. 본문에 등장하는 붉은 포도주와 매운 간장 양념으로 요리한 칠면조 리체타의 배경은 대략 이러하다. 

그렇다면 칠면조(다리) 요리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우선 우리에게 낯선 칠면조의 정체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식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 아는 건 요리의 기본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칠면조의 이름은 얼굴에서 목에 이르는 피부의 색이 7가지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나무 위키의 자료에 따르면 원래 북중미 전역에서 서식하는 야생 조류였는데, 최초로 이걸 가축화한 곳은 멕시코 근방이라고 전한다. 아즈텍을 침탈한 스페인 사람들이 칠면조를 잡아 유럽으로 가져갔고, 여기에서 적응하고 자란 칠면조가 이후 다시 북아메리카 식민지로 옮겨졌다는 것. 



그게 추수감사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칠면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탈리아까지 왔는지 짐작은 간다만 문제는 녀석의 족보나 이력이 아니라 맛이었다. 추수감사절에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어주는 풍경은 좋지만 자칫 요리를 잘 못하게 되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게 되는 것. 왜 그럴까.. 칠면조 다리나 허벅지 부위는 특유의 비린내(노린내+피비린내 약간)가 나는 것이다. 



칠면조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이 널린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가슴살은 퍽퍽하고 여러 사람이 쫄깃한 부분만 나누어 먹을 수 없으므로 녀석을 맛있게 먹는 리체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키안티의 셰프가 일러준 방법을 소환했고, 내가 즐겨 먹는 살사 디 소야 꼰 뻬뻬론치니(Salsa di soya con peperoncini, 매운 고추 간장 양념)를 동원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잘 데쳐 무친 제철 야채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를 곁들였더니 환상의 조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요리에 사용된 칠면조 다리 무게는 대략 1,7킬로그램이었으며, 적포도주는 두 병 가량(1500ml) 투입했다. 그리고 센 불로 끓기 시작하는 즉시 약불로 낮추어 30분 조금 넘게 졸려주었다. 이때 가끔씩 뚜껑을 열어 불순물과 기름을 모두 걷어냈다. 그리고 칠면조를 한 두 번 뒤집어 주고 절단을 하여 고루 익혔다. 그다음.. 국물이 거의 졸았을 때 살사 디 뻬뻬론치니 양념을 두 큰 술 고루 뿌려주었다. 그리고 뚜껑을 덮고 다시 대략 5분 정도 졸여주니 녀석은 키안티에서 먹었던 송아지 요리처럼 까맣게 변한 것이다. 


요걸 글쎄.. 두 번에 나누어 혼자 다 먹었다는 거..!! 칠면조 고기는 닭고기보다 단백질이 8% 정도 더 많고 특히 항우울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시대에 집콕을 하면서 우울해진 정서와 면역력을 키우는데 좋은 음식이므로 눈여겨봐 두시기 바란다. 오늘자(현지시각) 한국의 코로니 성적표는 점점 더 위험수위로 올라가고 있으므로 방역수칙을 더 잘 지키는 것은 물론,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을 잘 찾아먹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 우리 정서와 달라도 너무 다른 칠면조 요리를 소개해 드렸다!. ^^


Un piatto di tacchino cucinato con Vino Rosso_da Chianti
il 12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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