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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7. 2021

파타고니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15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되돌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눈 앞에 펼쳐진 또레스 델 빠이네 산군의 거대한 바위산도 한 때는 액체였으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지표면과 내부 마그마가 들끓으면 다시 액체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때 액체의 일부가 미립자의 형태로 남아 기체로 떠돌아다닐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 축적된 미량의 소립자들이 흙이며, 그 흙으로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조물주의 정체성이 열에너지란 말이며, 그것은 서구의 침탈자 피사로(Francisco Pizarro González)가 태양신을 믿는 잉카제국 사람들보다 더 무지했다는 말이자, 침탈의 도구로 정체불명의 영혼을 끌어들였던 게 아닌가..


지난 여정 태곳적 시간 속으로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났다가 세상을 떠날 때는 혈혈단신 홀로 세상을 등져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 누구도 이 운명을 피해 갈 수도 없고 피해 간 사람도 없다. 오죽하면 신의 아들까지 이에 가세하고 나섰을까.. 사람들은 늘 스스로의 존재감에 애태우며 외로움에 몸서리친다. 어쩌면 그런 고독이 전혀 불필요한 욕망을 부채질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 아닌가..




파타고니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신기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보고 또 봐도 신기한 대자연의 모습 앞에서 경이로운 시선을 보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나이테 속을 비켜가는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는 곳. 수목한계선에 다다른 숲은 이끼처럼 달라붙어 있다. 덩치가 큰 이끼..



신약(神藥)의 저자 인산(仁山) 김일훈 선생(金一勳, 1909~1992)께서는 일찍이 당신의 저서를 통해 숲을 지구의 이끼 정도로 간파하셨다. 처음에는 선뜻 동의를 망설였지만 이내 선생의 뜻을 알게 되었다. 선생께서는 평생을 저술과 생약 실험으로 보내셨는데 내가 만난 당신의 의술은 매우 쉬울 뿐만 아니라 우리 인체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분이자 인체의 메커니즘을 훤히 꿰뜷고 있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죽염(竹鹽)은 선생의 저술에 따라 2세들이 보편화시킨 식품이자 명약이나 다름없는 것. 당신께서는 선조님들이 사용해 오시던 제조 방법을 체계화하고 구체화시켜 오늘날 죽염을 탄생시킨 것이다. 죽염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죽염은 선별된 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채워 넣고 양질의 황토로 입구를 틀어막은 다음  같은 방법으로 9번을 굽는다. 그리고 맨 마지막 용융 공정에는 소나무 장작불에 송진가루를 흩뿌려 불의 온도를 섭씨 1500도 이상으로 가한다. 이때부터 소금은 고체 상태에서 액체로 용융 환원되며 쇳물처럼 녹아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때 자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자죽염이라 부른다.(하니가 이탈리아로 올 때 자죽염 1킬로그램을 공수해 왔으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또 가공방법 등에 따라 여러 제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한의를 하신 아버지로부터 전해 듣게 된 의술(秘方)을 선생으로부터 알게 되면서 현대의학의 허와 실을 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요즘의 의술이 과학에 근거를 둔 것이라 하지만 여전히 장삿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선생이 전한 의술은 주로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조차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죽염은 단지 대나무통에 천일염을 넣고 9번을 구운 게 아니라 황토나 소나무 등 '우주의 기운'을 불어넣어 만드는 것이다. 이걸 선뜻 이해하지 못하면 골백번 설명해도 알 수가 없을 것. 파타고니아의 명승지 또레스 델 빠이네 여행기를 끼적거리면서 죽염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다름 아니다. 



우리 인체의 메커니즘은 선생의 가르침 등에 따르면 될 것이나(죽염 장사 아님..ㅜ) 우리의 정신체가 상처를 받거나 고통을 받으면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싶은 것이다. 명상을 한다. 종교에 입문한다. 기타 등등.. 



나는 그중 여행을 선택한 1인이다. 만약 내게 여행이 없었다면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신약이 인체의 독을 제거하며 이독제독 작용을 했다면 여행은 마음의 독을 해독하는데 매우 유용한 신약이라고 생각하는 것. 대자연이 마음을 치료하는 약재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여행은 피곤한 일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떠난 후 발품을 파는 과정은 물론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피곤이 연속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감으로 느끼고 쌓이게 된 독극물은 산화과정을 거치게 되고 종국에는 육체의 피로가 풀리는 동시에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는 환원 과정을 거치게 되는 이치랄까..



서기 2021년 1월 7일, 다시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경이롭게 바라봤던 또레스 델 빠이네 계곡의 숲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기하게 바라봤던 그 숲에는 바람의 땅이 할퀸 생채기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계곡 반대편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산 한쪽에 묻어난 흙에 몸을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나무들.. 인간의 눈에 비친 그들은 나무이자 숲이지만 대자연속에서는 이끼나 다름없는 것. 



그 곁에서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줄기가 강을 닮았다.  모든 게 나의 기준으로 보게 되는 세상..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다시 갈 수 있는 기회를 잃거나 멀어졌다. 



이제는 치유된 마음으로 딴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07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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