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풍경이자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피안(彼岸)의 세계..!!
어린 왕자가 자기 별에 돋아나고 있는 바오밥 나무의 싹을 뽑아버리는 이유를 알 때쯤이면, 우리는 보다 먼 세상을 향해 머리를 뉠 것이다. 그때 가져갈 세상의 추억이 있다면 우리가 돌아보았던 여행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먹고사는데 바빠 돌아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상이 지근거리 혹은 발 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먹고사는 일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지..
가슴에 콕 박힌 세상은 마음에 그려진 세상의 풍경이자 나를 낳아준 우리 행성의 모습이다.
리오 코크랑 너머 저만치서 우리의 흔적이 오롯이 고개를 들고 있는 한 작은 마을이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지난 여정 가슴속에 콕 박힌 풍경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새해 들어 나의 브런치에는 생떽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자주 등장한다. 성경과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이어 세계의 베스트셀러 순위 세 번째를 기록한 이 책은 소설책이라기보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서(醫書)에 가깝다. 물론 내 생각이다.
보통의 의술이 몸을 치료한다면 이 책은 마음을 치료하는 의술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은 종교나 명상 등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책 한 권이 성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린왕자를 통해 세상을 사는 동안 까맣게 잊고 살거나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 주는 책이자, 자아의 본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하니와 나를 태운 버스는 먼짓길을 달려 마침내 코크랑에 인접한 곳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고 리오 코크랑을 따라 길게 이어진 먼짓길은 고불고불한 산길을 돌아가며 비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이때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버스 운전석 옆 출입구에 바짝 기대어 한 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풍경이자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피안(彼岸)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일찍이 인생 최고의 가치인 행복을 위해 아름다운 노래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적이 있었다. 1922년 1월 <개벽>지에 발표된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가 그 주인공이다.
-김소월
*김소월 증손녀가 부른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내가 가끔씩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똑같은 물이라도 뱀이 핥으면 독이 되고 양이 마시면 젖이 된다'는 말이 있다. 누가 지어낸 말인지 명언이 아닐 수 없다. 하니와 함께 파타고니아 여행을 떠났을 당시 나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나를 낳아준 조국의 산하가 어떤 미치광이 집단으로부터 윤간(輪姦)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로 거명을 하지 않아도 그 주모자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당시 나의 심정이 어떠했는가 하면 처음으로 사람을 향해 살기를 느꼈을 정도였다. 만약 곁에 있었다면 돌로 쳐 죽이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들었으므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나 마나 당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윤간한 녀석들이 있다면 용서가 가능할까.. 나를 낳아준 어머니나 조국은 서로 다를 바 없다. 세상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지만 유일하게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면 조국과 어머니..
우리나라 곳곳을 주유하면서 만난 산하는 정말 아름다웠다. 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가 그냥 지어진 게 아니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 선조님들은 이 땅을 비단에 수놓은 강과 산이라며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고 불렀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어떤 녀석들에게는 금수강산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돈벌이 수단이었으면 국고 수십 조원을 털어 나누어 가지면 될 것(?)이지만, 이들은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의 젖줄을 마구 파헤친 것이다. 그 결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시구는 사라지고 4대 강 사업이 자리 잡은 것이다. 참으로 원통한 일이 백주 대낮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 행위를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눈에는 조국의 산하가 투자의 대상으로 보이는 것일까.. 조국을 팔아서.. 어머니를 팔아서 당신의 배를 불린다면 그게 차마 인간이 할 짓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착 왜구 세력이라 불리는 적폐 세력들은 질세라 앞장서서 우리 민족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며 지금까지 그 짓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에 등장한 자료사진은 버스가 구비구비 고갯길을 돌 때마다 촬영되었다.
나는 버스 출입문 계단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이상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미루나무가 서있는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으며 리오 코크랑(Rio Cochrane) 강이 옥빛을 머금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는 탄식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풍경이 다 있었다니..!!)
엄마야 누나야 저 강변 쫌 보세요..!!
아마도 내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면 파타고니아 여행이 약으로 작용했을 것이며,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이 치유를 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에 자랑거리도 많지만 이 보다 더한 자랑거리가 또 있을까.. 최고의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아주 가끔씩이라도 파타고니아로 떠나면 치유의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때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위치한 리오 코크랑을 만나보시길 강추해 드린다. <계속>
La destinazione nascosta della Patagonia, Cochrane CILE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