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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7. 2021

기억 저편 나의 설렘

#16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10년 전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서기 2021년 1월 7일, 다시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경이롭게 바라봤던 또레스 델 빠이네 계곡의 숲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기하게 바라봤던 그 숲에는 바람의 땅이 할퀸 생채기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계곡 반대편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산 한쪽에 묻어난 흙에 몸을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나무들.. 인간의 눈에 비친 그들은 나무이자 숲이지만 대자연속에서는 이끼나 다름없는 것. 


그 곁에서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줄기가 강을 닮았다.  모든 게 나의 기준으로 보게 되는 세상..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다시 갈 수 있는 기회를 잃거나 멀어졌다. 

이제는 치유된 마음으로 딴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세월 참 빠르다. 어느덧 열흘의 시간이 광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꺼내본 사진첩 속에서 나는 기억 저편의 나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은 어느덧 10년 전의 일이었고, 나는 하니와 함께 남산에 위치한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아래의 글은 서기 2010년 7월 6일, 나의 블로그(티스토리)에 기록된 내용을 일부 편집한 내용이다.



기억 저편 나의 설렘(제 마음이 설렙니다!)




   여러분들은 언제쯤 마음이 설레는지 궁금하다. 내가 만난 천재 피아니스트 윤효간은 자신의 연주를 감상하러 온 관람객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고 했다. 관람객을 향하여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 이렇게.. 그는 <피아노와 이빨> 공연이 횟수를 거듭하며 2010년 4월 18일 자로 871회를 기록할 때도 똑같은 표현으로 '제 마음이 설렙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이런 표현은 두 차례 이상 그의 공연을 감상하신 분들이라면 그의 진솔한 표현이 얼마나 인간적인 것인가를 알아채며 깔깔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연주회는 이렇듯 팬들과 소통하며 교감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매력 만점이었다. 그는 피아노와 이빨 공연이 871회를 기록하고 있는 동안 최소한 871번은 마음이 설렌 피아니스트였는데 871번째 공연은 그의 마음이 두 번 설렜다. 이랬다.



   남산에 위치한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 공연을 관람할 시간은 오후 6시부터였다. 그러니까 그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티켓팅은 최소한 30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 아시는 예의지만 공연 중에는 연주자를 방해하는 조그만 잡음이나 행동들은 삼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고급 연주회(?)라고 불리는 클래식 음악회 등지에서는 아예 어린이들의 관람을 금지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예기치 않은 산만한 행동이 연주회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 공연에는 클래식 연주회와 달리 청중들과 소통을 하는 연주회며 팝과 클래식이 접목된 '윤효간만의 연주회'여서 세련미를 강조하는 낡고 닳은(?) 법칙은 무용지물이었다. 공연이 막 시작되며 첫 연주가 끝난 후, 그는 관객을 향해 '이빨(이야기)을 까기(하기) 시작' 했다. 그는 이 시간을 '정보공유' 시간으로 정해 놓고 관람객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좋아했다. 이렇게 시작된다.


"...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



"...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 오늘 피아노와 이빨... 871번째 공연 피아노와 이빨 국립극장에서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 " 


이때 뒤늦게 도착한 관객 여러분이 무대 한복판 통로를 따라 좌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공연이 시작됐는데 뒤늦게 도착한 관객 때문에 곁에 있는 분들이 민망해하고 있을 때 윤효간은 씩 웃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똑같은 이빨을 드러냈다.  



"...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 


ㅋㅋ 사람들이 켁켁 거리며 좋아했다. 아주 잠시 긴장이 흐를 뻔한 시간에 웃음이 터졌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멘트가 이어져야 하는데 다시 또 뒤늦은 관람객의 입장이 이어졌다. 기막힌 해프닝이었다. 그리고 다시 정보공유(?) 시간이 이어졌다.



"피아노와 이빨... 871번째 공연 피아노와 이빨 국립극장에서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 저는 아주 유명한 편곡자입니다. 아주 유명하죠.ㅎ" 


다시 또 다른 관람객의 입장이 이어지고 있었다.(예의 없는 무례한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 그래서 아시는 곡이라도 피아노와 이빨 공연장에 직접 오셔야만 들으실 수 있도록 또 모든 음악을 윤효간... 만이!(강조)...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이 피아노와 이빨 공연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피아노와 이빨 공연과 여러분의 아름다운 꿈, 상상력,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을  오늘 미비한 자리에 여러분과 제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는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윤효간의 피아노와 이빨이 공연되던 날 아침, 서울의 대모산 기슭에 앵두꽃이 피어있었다. 공연이 있던 날 시공을 달리하며 핀 봄꽃이었다. 앵두꽃을 향해 카메라 셔터가 샬칵 거렸다는 찰나만으로 이미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든 앵두나무에 핀 하얗고 앙증맞은 꽃. 그렇다면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앵두꽃은 설렘이 없었던 것일까..



윤효간의 이빨에 따르면 앵두꽃은 나를 만나는 순간 "제 마음이 설레입니다"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지난겨울 내내 아름다운 꿈과 상상력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산을 찾아 나선 나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상상을 부추긴 것은 윤효간의 이빨이 마무리되고, 그가 피아노 건반에 두 손을 올려놓자마자 현실로 바뀌며 달오름극장의 공간에는 실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실바람은 때로는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는 듯 봄이 오는 언덕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고, 저 멀리 산 너머에서 먹구름을 꼬리에 달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듯싶었는가 하면, 그 바람은 어느새 가는 실바람으로 바뀌며 앵두나무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아침과 저녁나절의 봄바람은 그렇게 피아노와 이빨과 함께 제 곁을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윤효간의 음악이 아니라 할지라도 음악을 통하여 얼마든지 그런 상상력에 도달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는가 하면 추억을 되돌려 놓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효간은 그런 낭만적인 시간을 한순간에 흩트려 놓는 폭풍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효간의 이빨에 따르면 그는 남들이 다 칠 줄 아는 베토벤을 거꾸로 쳐 본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오선지를 거꾸로 또는 최고음에서 최저음 까지를 넘나들다 보니.. 어떤 때는 피아노 바닥을 두드려야 하는 기현상까지 생겼다고 한다. 옥타브가 무시되거나 피아노가 윤효간을 따라가지 못한(?) 장면이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까무러칠 정도로 웃었다. 관람객들도 마찬가지였다.(위 영상을 참조하시라)



그리고 잠시 후 실바람 같이 움직이던 건반이 광풍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세계 4대 피아니스트였던 서혜경 님의 피아노 독주회 때 몽골의 초원을 거침없이 내달리던 야생마 모습을 상상했다면, 윤효간의 광풍은 질풍노도 같은 야생마 뒤로 먹구름과 함께 휘몰아치는 폭풍이 먼지를 가득 날리는 장면을 떠 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앵두꽃이 뜻하지 않은 폭풍을 만나 몸을 납작 엎드린 채 숨도 못 쉬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대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의 연주 시간은 벌써 15분이 경과하고 있었다.



그는 피아노와 이빨 공연이 871회에 이를 때까지 같은 레퍼토리로 연주를 해 왔고.. 같은 이빨로 같은 정보공유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매번 서로 다른 느낌으로 청중을 앵두꽃 보듯 설레는 가슴으로 만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매일 만나도 매일 가슴이 설레는 만남... 말은 그렇게 해도, 이빨은 그렇게 까도.. 윤효간... 만이!... 할 수 있는 연주는, 다시금 그의 연주곡을 편집하고 있는 동안에도 살아 꿈틀거리며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더불어 아름다운 꿈과 상상력과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연주시간은 사정상 15분 25초로 편집되었는데.. 이 시간 동안 나를 꼼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가 윤효간이 만든 폭풍 때문이었고, 주최 측의 잘못 전달된 이빨(?) 때문이었다. 한 아가씨가 내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이듯 나직이 이렇게 말했다.(아저씨... 아저씨... 영상 촬영하면 안 된데요..ㅜ) 금세 주최 측의 마음이 달라졌나 싶어 촬영을 중단하고 내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그리고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그 아가씨가 내 곁에 다가와 나직이 속삭였다.


"아저씨... 아저씨...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촬영이 허락됐다고 하네요. 죄송합니다.ㅜ"





지금으로부터 대략 10년 전에 일어난 재밌는 일이자 해프닝이었다. 하니와 나는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 부근의 산기슭에 도착했다. 계곡을 빠져나오는 동안 숲 속의 풀꽃을 만났으며 파타고니아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절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를 뒤따라 오던 캠핑족들이 단박에 우리를 앞질러갔다. 청춘들의 호연지기가 산중에 묻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우리 또한 이들과 닮은 모습일까.. 천재 피아니스트 윤효간을 포스트에 소환한 이유는 다름 아니다.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그의 인생은 남달랐다. 



내 고향 부산과 동향인 그는 부유한 가정(선친이 부산 ‘UN성냥’ 회사 운영)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인생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7살 때 처음 시작한 피아노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을까.. 피아노를 통해서 그가 알게 된 세상은 모순 투성이었다. 처음 피아노 콩쿠르를 위해 서울에 왔을 때 그는 충격에 빠졌다. 당신이 피아노를 가장 잘 친다(연주한다)고 자부심이 대단했지만, 20명 남짓한 콩쿠르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기막힌 연주를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놀라움은 그들 모두 앉은 자세는 물론 연주가 하나같이 똑같다는 것이었다.(영상 참조)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의 삶 또한 판박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을까.. 그의 남다른 인생은 이때부터 시작되어 중학교 때부터 가출을 밥 먹듯 했다. 그리고 최고의 아티스트로 거듭날 때까지 당신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최고의 연주자가 되었던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그의 선견지명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 것은 물론 고정관념의 세계를 무너뜨린 위대한 1인이었다. 시간을 다시 10년 전으로 돌려보니 우리 또한 남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한 흔적이 파타고니아에 오롯이 묻어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단 한차례의 삶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순전히 당신 몫이랄까.. 기억 저편의 모습을 보니 다시금 설렌다.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17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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