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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9. 2021

그곳에서 치유를 경험했다

#10 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누가 나의 눈물이 되어줄 것인가..?!!



장차 알게 될 것이다. 다시 바람의 땅 혹한의 땅으로 변할 이곳은 우리네 삶은 엄살에 불과할 정도의 날씨를 보인다. 어떤 나무들은 혹한에 대항하지 앉고 납작 엎드린 결과 나무 본연의 모습은 사라지고 분재된 것처럼 머리를 땅에 박고 있는 것이다. 그게 어느덧 억만 겁의 세월 동안 이어져 온 파타고니아의 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라구나 또레로 가는 숲길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수목한계선 밑 산기슭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작품처럼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뷰파인더를 자극하는 것이다. 어디로 떠나시려는지.. 화장을 고치고 실비단으로 만든 고급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곳. 곧 무대 위로 오르는 댄서들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게 아닌가..


우리가 걸었던 그 숲길..!

그저 마음 가는 데로 발을 옮기면 파타고니아가 연출한 최고의 걸작품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가 빚어낸 걸작품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그때가 지난해 12월 15일이었다. 해가 바뀌어 어느덧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가 종식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은 것인지.. 집콕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은 것이다. 



그곳에 가면 치유를 경험한다




하니와 나는 이른 아침 해가 돋기도 전에 엘 찰텐의 숙소를 떠나  부지런히 라구나 또레의 목적지로 발품을 팔고 있었다. 가끔씩 몇 방울의 굵은 빗방울이 머리 위 혹은 이마 위로 떨어져 내렸다. 우리의 목적지는 시꺼먼 구름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가운에 숲 속으로 길게 이어지는 길은 우기를 기다리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록달록.. 서서히 가을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끼를 두른 고목의 어깨와 팔은 물론 온몸에 화려한 옷감을 두르고 어디론가 멀리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을 고친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해서 몸단장을 한 것일까..


나는 관련 연재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파타고니아의 라구나 또르레를 방문할 당시 혹은 파타고니아를 주유할 때 어떤 이유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었다. 누구든지 그럴 수 있는 상처를 안고 떠난 여행에서 치유를 경험한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나와 함께한 것이다.  



세상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된 몇 안 되는 현상이 내게 일어난 것이며, 하니와 동행하면서 기적처럼 일어난 것이다. 혹시라도 이 포스트를 만난 분들께서는 개인의 경험을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체험한 일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없는 건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체험을 공유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어느 나라의 도심은 파타고니아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뭇 다르다. 늘 봐 왔던 도시의 메마른 풍경과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환경과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아마도.. 그 누구도 이런 풍경 앞에 서면 잘 닦아 둔 면경을 보는 것 같을 것이다. 면경 속의 나의 적나라한 모습은 물론 거울에 비친 자아의 슬프디 슬픈 모습과 함께 아프로디테(Afrodite)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저 저잣거리를 헤매고 있는 군상의 일부가 아니라.. 세상을 통틀어 최고의 미를 통한 존재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이랄까..



조물주는 흙으로 인간을 빚기 전에 세상 만물을 만들어 놓았다고 빕비아(Bibbia)는 말한다. 그건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 이전부터 구전되어온 이야기를 집대성한 책이었다. 그중에는 오늘날 최고 문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조차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빼곡했다. 



사람들은 어느덧 과학이란 잣대로 세상을 가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과학이 우리가 몰랐던 세상을 전부 다 해결해 주지 못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안타까운 모습을 드러낸 것이랄까.. 



나는 어느 날 파타고니아의 한 숲 속에서 전혀 상상 밖의 치유를 경험한 것이다. 단지 특정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내 마음 가득한 먹구름이 어느 순간부터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나를 따라다니던 숲이..

가을을 닮아가던 나뭇잎이.. 

춤추듯 손을 흔들던 나목이.. 


내 속에 혼재한 어두운 그림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행성의 역사가 그랬듯이 언제인가 코로나가 사그라들 것이다. 또 코로나가 사라진 곳에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매김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 공간과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누구인가 꿈을 꾸게 되면 하늘은 그 자리를 항상 예비해 두곤 했다. 코로나 이전에 우리가 경험한 세상이 그랬다. 



그때 당신이 꿈꾸고 흠모한 세상으로 떠나시기 바란다. 

어느 날 파타고니아의 어느 숲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Il tesoro nascosto di El Chalten in Patagonia_LAGUNA TORRE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patagonia ARGENTIN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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