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만사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서기 2021년 1월 7일, 다시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경이롭게 바라봤던 또레스 델 빠이네 계곡의 숲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신기하게 바라봤던 그 숲에는 바람의 땅이 할퀸 생채기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계곡 반대편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산 한쪽에 묻어난 흙에 몸을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나무들.. 인간의 눈에 비친 그들은 나무이자 숲이지만 대자연속에서는 이끼나 다름없는 것.
그 곁에서 수직으로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줄기가 강을 닮았다. 모든 게 나의 기준으로 보게 되는 세상..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다시 갈 수 있는 기회를 잃거나 멀어졌다.
이제는 치유된 마음으로 딴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세상을 사노라면 별 일이 다 생긴다. 당신의 의사나 의지와 관계없이 다가서는 행불행의 시간들.. 그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통을 말하거나 두려움을 말하는 한편,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으로 가는 여정에서 만난 풍경들
사는 동안 불행을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욕망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또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이었다. 그것들은 불행이 끼어들 빈틈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스스로 만들어낸 산물이자, 당신을 지탱하고 있는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레스 델 빠이네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었다.
내 눈에 비친 세상이 어두워 보이거나 거칠게 보일 때는 내 속의 욕망이 들끓었을 때가 아닌가.. 내가 바라본 세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란 걸 깨달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의외로 길다. 길었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며, 다른 생각들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생각 등에 따라 살아갈 뿐 행동은 제각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재밌는 세상이다.
조금 전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하다.
하니와 나는 비교적 평탄한 또레스 델 빠이네 계곡을 걸어 마침내 정상의 산자락에 도착했다.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뇌성처럼 들리더니 어느덧 잠잠해지며 수목한계선의 숲이 가슴을 열었다. 그때부터 우리 앞에는 깔딱 고개와 다름없는 작은 오솔길이 나타났다.
그곳은 숲 속의 작은 개울 옆으로 이어졌는데 고도를 높이면서 바라본 계곡은 실로 놀라운 비경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조금 전 지나온 산기슭을 바라보니 까마득하다. 이곳에서 장차 조물주가 또레스 델 빠이네를 조각하면서 남긴 돌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레스 델 빠이네 풀꽃 요정들이 불러 세운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요정들이 없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반갑구나 얘들아 안녕! ^^ (와~ 아더찌다. 넘 반가워요.ㅋ ^^)
그 돌조각들은 마치 불세출의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발 밑에 널브러진 예술의 흔적을 닮았다. 그는 대리석 속에 갇혀있는 천사를 구출하기 위해 망치와 정과 끌을 사용 해 기적적으로 구출해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설 속의 한 남자를 구출하며 그에게 다비드라는 이름을 붙였었지..
힘겹게 오솔길을 올라가다가 작은 개울 옆에서 우리의 등장을 반기는 환호에 놀라고 만다. 풀꽃들의 요정들이 함성을 지르며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느 날 그 높은 산중에서 꽃잎을 내놓고 두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수목한계선이 모습을 드러내고 졸졸거리는 샘물 곁은 요정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니와 나는 그들 곁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요정들의 만류 때문이었다면,.. 씩 웃고 말 것인가..ㅋ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한 이유가 이런 풍경들 때문이며, 여행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이 그들로부터 치유를 경험하는 것이다. 치유의 과정은 매우 천천히 그리고 절대로 서두르는 법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수목한계선 끄트머리 바위틈에서 터전을 일구고 사는 기특한 생명들..
경이로운 모습의 대자연은 어떤 깨달음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홍홀경을 경험하는 것이며 안구정화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는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만년설이 녹아 폭포를 만들고 다시 강이 되어 우레와 같은 굉음을 쏟아내던 계곡은 저만치 멀어졌다.
우리가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만났던 청춘들은 목적지가 달랐다. 그들은 저곳에서 야영을 할 것이다. 그곳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희뿌연 은하수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반짝이는 곳. 그들은 환상을 보게될 것이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길은 거칠고 험하다. 돌 틈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한다. 조금 전 고개를 내밀었던 풍경이 사라지며 무수한 돌덩이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정상으로 이동하던 중에는 그저 돌무더기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정상에 도착한 직후부터 커다란 돌무더기는 어느날 조물주가 남긴 부산물들이었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장엄한 풍경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파타고니아가 가슴 깊숙이 숨겨놓은 절경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곳에 살아가고 있었던 요정들은 날이면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겠지..
수목한계선을 벗어난 거대한 산군은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면서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것이다. 태양계를 벗어나 먼 은하계로 눈길을 돌리면 행복이 더 증폭될 것인가.. 파랑새를 찾아 떠난 사람들이 울타리 밖에서 서성이는 파랑새를 만나지 못하는 세상. 우리 곁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신비로운 풍경들이 널려있었다.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계속>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24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