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한국인, 안 가거나 못 가는 여행지
혼자라고 낙심하기 없기..!!
원형의 구조물 곁에는 언제 뿌리를 내렸는지 무화과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당시를 호령하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진채 흔적만 남은 자리를 딛고 일어선 것이다. 나폴리 왕국의 페드로 데 똘레도는 사후에 피렌체의 두오모에 묻혔다. 그때 기준이라면 그는 천국으로 갔고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흔적은 또르레 뿐따 뻰네에 남아있는 것이다. 재미 들린 나는 다시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지난 여정 무명의 흔적만 남다_TORRE PUNTA PENNA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당신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너무 빨리 잊는 것 같다. 주어진 일상을 쫓아 정신없이 살다가 잠이 들고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같은 일은 세상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이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맨 먼저 밥벌이를 해야 하고 그것이 해결되면 사회적 명예를 꿈꾼다. 이른바 성취감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매기곤 하는 것이다.
그동안 당신의 가장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베란다에서 살고 있는 화초들이 새 잎은 내놓았는지도 모른다. 언제 꽃봉오리를 맺은지도 모른다. 그동안 다녀간 참새들이 몇 마리 인지도 모른다. 까치가 깍깍 짖어대는 소리도 모른다. 옆집의 냐옹이 집사가 기웃거린 것도 모른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오면서 바라본 풍경에는 관심도 없다.
부고가 날아들어 초상집에 가면 습관에 따라 봉투를 내밀고 엎드려 절을 하거나 하리만 굽신하면 끝이다. 오로지 일에 매달리고 교실에 매달려 인생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퇴직을 하고 돌아보면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생각도 들것이다. 삶이 정형화된 세상.. 누구든지 피할 수 없는 운명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일까..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브린디시의 어느 바닷가에 있는 전망대 위에서 서성거렸다. 그곳에는 용도를 잃어버린 원형의 공간에 무화과나무가 돌 틈 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가지를 내놓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라진 곳에서 생명을 얻은 나무는 기적처럼 잘 살아가고 있었다. 2021년 새해 첫날, 양력설이 지나고 나면 곧 잎을 내놓게 될 것이다.
"참 기특한 녀석.. 아름답기도 하지. 거기가 어디라고.. 넌 어디서 왔니? 안녕~ ^^ "
어린 왕자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렸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는 여러 가지를 물어보면서 내가 묻는 말은 조금도 귀담아듣는 것 같지 않았다. 어쩌다 우연히 하는 말로 차츰차츰 모든 것을 알 게 되었다. 가령, 그가 내 비행기를 처음 보았을 적에 ― 내 비행기는 그리지 않으련다. 그건 내가 그리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그림이니까 ―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물건은 뭐야?"
"이것은 물건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거야. 비행기야, 내 비행기."
나는 어린 왕자에게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랬더니 어린 왕자는 소리쳤다.
"뭐! 아저씨가 하늘에서 떨어졌어?"
"응."
하고 나는 겸손히 대답했다.
"야! 거 참 재미있다.ㅋ"
그리고 어린 왕자는 아주 유쾌하게 깔깔대며 웃었다. 그것이 몹시도 내 비위를 건드렸다. 나는 사람들이 내 불행을 비웃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어린 왕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군. 아저씬 어느 별에서 왔어?"
나는 신비로운 그의 존재를 알아내는 데에 어떤 서광이 비침을 깨닫고 갑자기 물었다.
"그럼 너는 다른 별에서 왔니?"
그러나 그는 내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비행기를 들여다보면서 머리를 까딱까딱했다.
"하긴 아저씨가 그걸 타고 그리 멀리서 오진 못했겠군."
그리고 그는 오래오래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그려 준 양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그 보물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별들에 대해서 약간 내비치기만 한 이 속내 이야기가 얼마나 내 마음에 걸렸겠는가? 그래서 나는 좀 더 알아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얘야, 너 어디서 왔니? 네 집은 어디냐? 내 양을 어디로 가져가려고 그러니?"
그는 묵묵히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런 대답을 했다.
"아저씨가 준 상자 말이야. 그게 밤에는 양의 집이 될 테니까 잘 됐다."
"그렇고 말고. 그리고 네가 얌전하게 굴면 낮 동안에 양을 매어둘 고삐도 줄 테다. 말뚝도 주고."
이 제안이 어린 왕자의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양을 매 둬? 참 망측한 생각인데!"
"하지만 매 두지 않으면 아무 데로나 가버려 길을 잃고 할 게 아니냐."
그랬더니 이 친구는 다시 한번 깔깔 웃었다.
"아니, 가긴 어디로 가?"
"어디로든지, 곧장 앞으로……."
그랬더니 어린 왕자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
"괜찮아, 내 집은 하도 작으니까!"
그리고 약간 서글픈 생각이 들었는지 덧붙여 말했다.
"앞으로 곧장 간대도 별로 멀리 갈 수가 없어……."
그리하여 나는 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것을 알 게 되었다. 그것은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이 집 한 채보다 좀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구, 목성, 화성, 금성같이 사람들이 이름을 붙인 큰 떠돌이별들 밖에도 다른 떠돌이별이 여러 백 개가 있고, 어떤 것은 너무 작아서 망원경으로도 보고기 무척 힘들 지경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천문가가 그런 별을 하나 발견하면 이름 대신 번호를 매겨 준다. 가령 '소혹성 제325호'라고.
나는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이 소혹성 B612호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이 소혹성은 1909년에 터키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한번 보았을 뿐이다. 이 천문학자는 그때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기의 발견에 대한 굉장한 증명을 했었다. 그러나 그의 옷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른들은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이다.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는 푸르다 못해 질린 듯했다. 바닷바람이 적당이 살랑거리는 전망대 위에서 무화과나무를 한참 들여다봤다. 어느 작은 별에서 살고 있는 듯한 풍경. 어린 왕자가 살고 있었던 별 또한 콧구멍만 했지.. 그가 살아가고 있는 별은 작았으며 무릎밖에 오지 않는 작은 화산 세 개와 꽃 한 송이 등이 그의 친구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 혼자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 그 사람은 어린 왕자의 출현에 까무러치듯 놀랐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했을 것이다.
어느 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는 이렇게 세상에 등장했다. 그의 생몰연대는 대략 1900년 6월 29일~1944년 7월 31일로 추정하고 있으므로 태어난 날을 기분으로 하면 12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는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장교로서 참전하고 비행 도중에 행방불명되었던 것이다. 삶 자체가 소설 <어린 왕자>와 흡사했다.
주지하다시피 이 책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자기의 작은 별에서 여러 별들을 거쳐서 드디어 지상에 내려온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소년이 뱀에게 물려 자신의 별로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실로 놀라운 상상력이 그로부터 발현되며 오늘날은 오디오북으로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어린 왕자의 마음은 말갛게 투명하며 거짓이 없었던 반면 어른들은 때가 덕지덕지 묻어나거나 지식에 찌든 삶을 살고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드 넓은 공원에는 몇몇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혈혈단신 혼자였다. 그렇지만 삶을 뒤돌아본 곳에는 늘 혼자였으며 어린 왕자의 저자는 자아를 성찰하며 당신 속에 내재된 어린 왕자를 만났을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 남게 되면 죽는 줄 안다. 그렇게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태양이 빛을 잃으면 달이 뜬다는 거 알랑가 몰라.. 그믐달이면 어떻게 되냐고 묻지 마라. 그때는 별님들이 나와 함께할 것이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건축물 곁에 한 무리의 선인장이 자라나고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 중에 어린 왕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도 외로웠을까.. 어느 날 "나는 혼자야"라며 흐느끼듯 외쳤다.
IO SONO SOLO..!!
Torre punta penna, La citta' di Brindisi_Regione Puglia in ITALIA
il 11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