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6. 2021

입장료 30유로 받는 등산로

#59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잠시 뒤돌아 보는 우리의 돌로미티 여행 경로..그리고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입성.!!



그녀는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쉼터를 생각해 내고 있었으며, 첫눈이 오시던 날 기나긴 동선을 그으며 다녔던 돌로미티 곳곳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아이들 같다. 그녀는 가끔씩 "우리의 찰떡궁합은 그저 싸돌아 다니기야"라며 나를 향해 말하곤 했다. 아직 3월이 오시려면 두어 달이 더 남았고 돌로미티에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려면 6월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마음은 벌써부터 이탈리아에 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통화가 끝날 무렵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야 말 태새였다.


-그래서 텐트는 케리어에 넣던지 손에 들고 가던지.. 양털만 택배로 부치던지..! ㅋ

-아고 대단하심다! ㅜ 아무튼 잘 생각하셈. 중요한 건 늘 건강 잘 챙겨야 한다는 거. 그럼 끄너요..^^


지난 여정 실패로 끝난 그녀의 발칙한 도발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의 요즘 근황을 보면 마음이 전혀 딴 데 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돌로미티의 절경에 빠져본 사람이면 그녀의 심정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오늘 포스트는 돌로미티에 입성한 이후 처음으로 완주했던 트레킹 코스 위치에 이어서 두 번째 완주한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살펴본 후, 본격적인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트래킹 당시 만난 비경을 소개해 드리도록 한다. 



입장료 30유로 받는 등산로




우리는 이틀 전 늦은 저녁시간에 돌로미티의 대표선수 격인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입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입구는 이미 봉쇄된 상태였다.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초행길에 돌로미티 산중에서 묻고 또 물어 이곳까지 온 것이다. 이유는 연재 글에서 밝혔다. 하필이면 돌로미티로 떠날 당시 휴대폰의 통신사를 바꾼 후 GPS가 작동하려면 대략 닷새가 지나고 유심을 바꿔 끼우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된 이유는 주말과 휴일이 중첩된 때문이었다. 참고로 돌로미티의 밤은 그냥 까맣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은 가로등 불이 길을 밝히고 있지만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버리는 것이다. 무서울 정도이다. 


따라서 자동차 전조등 불빛에 의지하여 천천히 이동하는 것. 이동시간은 낮과 밤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벌건 대낮이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대략 2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차박으로 1박을 한 다음날 아침 7시경 우리는 마침내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입장권을 손에 거머쥐었다. 자료사진에 선명하게 2020년 8월 13일이라 쓰여 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곳은 입장료가 30유로를 받고 있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4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속으로 "어쭈구리.. 이 친구들이 꿩 먹고 알까지 먹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잘난 산 하나 가졌다고 여행자에게 입장료를 물리나 싶은 것. 그러나 조금 후 이곳 로지에 가까운 주차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단박에 사라졌다. 이른 아침부터 주차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땐 그저 입장료로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30유로는 주차비였던 것이다. 만약 주차비를 받지 않는다면 주차난 때문에 난리법석을 피울 게 틀림없었다. 이곳이 얼마나 유명하길래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것일까.  본격적인 트래킹에 나서기 전 처녀 트래킹 지였던 알타 바디아에서부터 이곳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지도로 살펴보기로 한다.




알타 바디아에서부터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까지의 여정

_Viaggio dall'Alta Badia alle Tre Cime di Lavaredo




포스트에 삽입된 지도의 순서대로 알타 바디아(Alta Badia)의 라 빌라-빠쏘 퐐싸레고-꼬르띠나 담뻬죠-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그동안 돌아봤던 돌로미티의 비경 다수는 꼬르띠나 담빼쬬를 중심으로 동선이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자료는 장차 코로나가 끝난 다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포스팅을 하는 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작용하여 돌로미티 산군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곳은 대체 왜 이렇게 유명할까..



자동차를 주차하자마자 하니와 나는 트래킹 준비를 끝마치고 길을 나섰다. 이곳에 도착하면 맨 먼저 눈에 띄는 풍경이 압권이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장엄한 바위산은 당장 발걸음을 붙든다. 경이로우며 신비롭기 그지없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풍경 하나가 이 정도인데 앞으로 전개될 풍경은 또 어떤 모습일까..



이탈리아 베네토 주(Regione del Veneto)에 속한 뜨레 치메 라바레도는 '세 개의 봉우리'란 이름으로 세스또 돌로미티(Dolomiti di Sesto)와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 경계에 위치해 있다. 예전부터 알삐 산군의 북벽(Una delle classiche pareti nord delle Alpi)에 해당하는 곳으로, 치마 그란데(la Cima Grande)와 함께 최고의 경이로움을 자랑하고 있다고 하는 곳.



아직 본격적인 트래킹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주변의 풍광은 여행자 1인을 무한 감동케 한다.



주차장 근처에 위치한 휴게소를 지나자마자 돌로미티가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편안한 차림으로 트래킹에 나서는 모습이며 보통의 오솔길이 아니라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이때가 8월 13일(오전)이므로 길가에는 풀꽃들이 알록달록 시선을 붙든다. 



카메라의 각도가 드넓은 풍경을 모두 다 담을 수 없는 상태.. 저만치 앞서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우리도 장차 저곳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이 길은 1차 세계대전 당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군용 도로였으며 곳곳에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기도 했다. 



1915년과 1917년 사이에 라바레도 세 봉우리를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 이전에 오스트리아 땅(티롤 주)이었지만, 이탈리아에 패전을 하면서 빼앗긴 땅이다. 얼마나 원통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풀꽃들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바라보고 있는 곳.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되자 저만치서 해돋이가 시작됐다. 


그 큰 덩치를 이토록 아름다운 풀꽃들이 생명을 더해주고 있었다. 장차 만나게 될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는 가장 작은 봉우리(Cima piccola, 2,857m)와 가장 큰 봉우리(Cima grande, 2,999m) 및 동쪽에 위치한 중간 봉우리(Cima ovest, 2,973m)로 구성돼 있다. 



우리보다 앞서 간 사람들은 세 봉우리 아래 널따란 길로 걸어가고 있고, 그곳에서는 올려다봐도 봉우리가 조망되지 않는다. 장차 만나게 될 첫 번째 로지에서 조차 조망이 안 될 정도로 봉우리는 거대함 이상으로 여행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내려다본 돌로미티 산군의 풍경이 이곳의 규모를 짐작케 할 뿐, 도무지 가늠이 안 되는 세 봉우리 곁으로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것이다. 가는 바람이 살랑거리는 아침.. 앞서가던 하니가 걸음을 멈추고 풍경을 담는다. 좀처럼 아이폰으로 사진을 잘 안 찍던 그녀는 돌로미티에 온 이후로 저장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서기 2021년 1월 15일, 그녀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동안 쥐락펴락 했던 텐트와 양털(이불) 중에 텐트는 놔두고 양털을 택배로 이탈리아로 부친 것이다. 통화를 통해 한 달이면 받을 수가 있다며 무거운 거 들고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하라고 시킨 일이 아니다. ㅜ 


-응, 사진 보낸 거 봤지? 거기 등기번호 찍어 보냈거덩..아고 힘들어(뿌듯 뿌듯)..ㅜ 

-응, 봤어. 힘들게..ㅜ 아무튼 수고많았어욤. ^^


그녀는 택배 속에 나의 옷과 양털을 함께 보냈다고 말했다. 돌로미티가 그녀를 꼬드기고 있었던 것이랄까.. 아마도.. 그녀의 속셈(?)은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올 때 케리어 속에 텐트를 담아올 게 분명해 보였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15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로 끝난 그녀의 발칙한 도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