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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5. 2021

실패로 끝난 그녀의 발칙한 도발

#58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누가 말리면 더 하고 싶은 게 우리네 심정일까..?!!



(식사 끝..!) 돌로미티에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지만 그녀와 나의 찰떡궁합은 싸돌아 다니며 소박한 풍경에 숟가락을 올려(?) 놓는 것이다. 거기에 비경이 함께하면 아이들처럼 좋아 죽는 것이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ㅋ
빵 한 두 조각을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리가 점심을 먹는 동안 몇 대의 자동차들이 쉼터를 채우고 있었다.(까만색이 우리 차) 나는 쉼터 근처를 배회하며 꼬르띠나 담빼쬬를 내려다봤다. 이 도시는 장차 여러 번 방문하게 됐는데 순전히 나의 시행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


   지난 여정 보는 순간 행복해지는 풍경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초행길의 돌로미티는 생각보다 동선이 헷갈렸다. 독도법에 능통한 사람들일지라도 현지의 사정을 잘 모르면 그저 길을 따라다닐 뿐이랄까. 사전에 명소 열몇 군데를 찜해두고 떠난 여행이어서 절경을 바로 곁에 두고도 순서애 따라 먼길을 나서는 것이다.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쉼터에서 바라본 꼬르띠나 담빼쬬가 그랬다. 이곳은 돌로미티의 사실상 중심 지역이자 베이스캠프나 다름없는데 먼 길을 돌아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로 향한 것이다. 



실패로 끝난 그녀의 발칙한 도발




2021년 1월 14일 오후, 하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밤에 짧게 통화한 내용은 간단했다.


-내일 다시 전화해.. ^^


신호가 가면 끊기고 다시 끊겨서 '무슨 일이 있나' 싶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세 번째 신호가 간 다음 전화연결이 안 되어 그냥 체념한 상태에서 걸려온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간결했다. 대답도 하기 전에 통화가 끊긴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 그녀로부터 신호음이 들리면서 통화가 재개된 것이다. 저의 브런치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관련 연재 글 첫 만남 첫사랑 그리고 별리(別離) 편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서기 2021년 1월 8일 저녁나절, 사진첩을 펴 놓고 여행기를 끼적거리고 있는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하니와 통화를 하니 한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돌로미티의 현재 기온이 영하 15도씨인데 한국은 그 보다 더 춥다고 하므로 돌로미티의 여름이 그리운 건 당연한 일. 우리가 다녀온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멀리 보이는 바로 아래에서 우리가 묵었던 장소인데 하니는 그때가 그리운 것일까..


-응, 텐트.. 이거 무게를 재보니까 3.5킬로그램이네..^^

-어쩌자고..ㅜ 

-양털 하고 같이 무게를 재보니 7.5킬로그램이야.

-그거.. 소포로 부쳐야 돼요. 차라리 여기서 구매하는 게 더 낫잖아. ㅜ 



그녀가 텐트와 양털을 가져오지 못하게 한 이유는 지난해 2월 이탈리아로 올 때 너무 많은 무게의 짐 때문에 혹시라도 다칠까 염려됐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케리어 하나만 보낸 것.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집콕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그녀는 이탈리아행 시간을 잠정적으로 3월로 잡아놓고 마음은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했을 당시 그녀는 우체국에서 보낼 국제택배 EMS(등기)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비행기로 가져오지 못하게 하자 고심 끝에 화물로 미리 보낼 심산이었던 것이다. 이틀 전 메신저 창에 바를레타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여기 우체국이얌. 주소 불러줄게 맞나 확인해 봐..! ^^

-응, 따로 뿔리아 주를 표기 하지 않아도 도시와 우편번호만 확실하면 돼.

-알써..! ^^

-문제 있으면 다시 연락해욤..



.. 하고 말하는 찰나 또까닥 통화가 끊어졌다. 그녀는 우체국에서 택배를 부치면서 최종적으로 여직원과 함께 주소를 확인하고 있었다. 결국 텐트와 양털은 택배로 먼저 받아볼 수 있을까. 그때는 언제쯤일까 하던 찰나의 오후, 다시 그녀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응, 나.. 아점 먹고 있는데욤..

-문제가 생겼어욤.. ^^

-왜, 먼대..?(갸우뚱)

-안 된데..ㅜ

-뭐가..?

-우체국 여직원이 택배 목록을 뒤져보더니 텐트는 안 된다는 거야..ㅜ

-그래서 어떻게 했나욤.

-여직원 말로는 반입불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그럴 필요까지 있남..?! ㅜ

-그래서 그냥 관두라고 했어. 글고 집으로 다시 가져왔어욤..ㅜ

-잘했구랴. ^^

-그래서 우리가 깔고자던 양털 이불하고 함께 소포로 부치려고 그래..!

-그냥 여기서 폭신하고 따뜻한 이불 하나 구입하는 게..ㅜ 



나는 그녀가 왜 텐트와 양털에 집착하는지 모르는 바 아니다. 이곳에 살면서 한국의 집에 있는 이부자리가 더 좋았던 것이며 양털은 야영을 할 때 침낭과 함께 요긴하게 쓰일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림 수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돌로미티로 떠날 예정이며 그때 야영이 가장 적합하다고 함께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지천에 널린 트래킹 코스와 등산 코스를 두루 다니면서 숙소를 정하고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따라서 야영을 하던지 아예 바캉스 시즌이 되면 몇 달 동안 집을 빌리고 그곳에서 트래킹 장소 등으로 자동차로 이동하는 두 가지 방안을 결론으로 내린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틀 동안 입 다물고 있더니 또 무슨 일일까. 궁금..?)



-응, 왜..?

-있잖아.. 내 말 들어봐.

-응, 어서 말해욤.

-테레비에서 여행 방송하는 프로그램 있잖아..?

-응, 우리가 잘 보던 프로그램이지 00 방송의..!

-맞아마자. 그 프로그램에서 꼬르띠나 담빼쬬를 방송하고 있어. ㅋ 

-그래? 우리가 뜨레 치메 디 라마레도 갈 때 들렀던 거기.. 점심 먹었던 그곳 말이야. ^^

-그걸 내가 모르남? 그곳이 돌로미티 중심지래욤..(좋아죽음ㅋ)

-그렇지욤..그렇고 말고..!! 

-그림수업 끝내고 그곳에 집을 하나 얻던지 아예 사던지..^^



그녀는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쉼터를 생각해 내고 있었으며, 첫눈이 오시던 날 기나긴 동선을 그으며 다녔던 돌로미티 곳곳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아이들 같다. 그녀는 가끔씩 "우리의 찰떡궁합은 그저 싸돌아 다니기야"라며 나를 향해 말하곤 했다. 아직 3월이 오시려면 두어달이 더 남았고 돌로미티에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려면 6월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마음은 벌써부터 이탈리아에 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통화가 끝날 무렵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야 말 태새였다.


-그래서 텐트는 케리어에 넣던지 손에 들고 가던지.. 양털만 택배로 부치던지..! ㅋ

-아고 대단하심다! ㅜ 아무튼 잘 생각하셈. 중요한 건 늘 건강 잘 챙겨야 한다는 거. 그럼 끄너요..^^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CORTINA D'AMPEZZO
Scritto_il 14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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