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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9. 2021

첫 만남 첫사랑 그리고 별리(別離)

#53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그 산이 다시 우리를 부른다..!!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앉았다 일어났다 엎드렸다가 다시 서서 피사체를 보는 등의 행위는 많은 체력을 소모시킨다. 그리고 기록을 사진첩에 담아 브런치에 기록하는 동안 적지 않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했다. 아울러 체력이 뒤따라야 했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는 물론이다. 
이런 노력은 죽기 전에 하니와 나의 삶을 기록하는 일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돈도 명예도 안 되는 포스트를 통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분 좋은 성취감을 얻고 있는 것이며, 그 일에 대해 독자분들과 이웃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제 빠쏘 가르데나를 떠날 시간이 됐다. 골짜기 아래에 위치한 유명한 마을 라 빌라에 들러 주변을 살펴보며 다시 장도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돌로미티의 다른 지역을 돌아보기 전에 쉼터 주변에서 만난 풀꽃들을 모두 옮겨 놓았다. 이들은 우리네 민초들처럼 누군가 봐 주었을 때만 존재감을 발휘한다. 


지난 여정 돌로미티가 연출한 선경(仙境)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어느 날 작심하고 들렀던 여행지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나머지 이후로부터 웬만한 절경은 성에 차지도 않았다. 알타 바디아의 리푸지오 삐쉬아두(낯선 발음을 반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전혀 상상밖의 비경이었다. 


거의 매일 주고받는 하니와 통화 중에 빼놓지 않는 게 있다면 그림 수업과 돌로미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제 아이들 조차 돌로미티를 꿈꾼다. 장차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엄마의 아이폰에 등장한 증명사진(?)들을 통한 자랑질이 먹혀든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돌로미티로 떠나시라!



첫 만남 첫사랑 그리고 별리(別離)




사람 사는 마을(La Villa)을 둘러보다


우리는 빠쏘 가르데나(Passo di Gardena)의 쉼터에서 철수하여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로 여정을 이어갈 참이었다. 그곳은 우리가 머물던 쉼터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라 빌라(La Villa)라는 곳이다. 라 빌라는 알타 바디아 주변에 위치한 명소로 이어지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으로 숙박시설과 리스또란떼 혹은 뜨랏또리아가 몰려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 들렀을 때는 바캉스 시즌이 시작될 때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자동차를 주차할만한 공간을 찾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이 마을만 돌아보면 돌로미티의 환상이 깨어지는 듯했다. 집들은 동화 속 마을처럼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지만 우리는 어느덧 대자연의 일원이 되었다고나 할까.. 무엇이든 조화롭게 꾸며둔 것은 자연에 널린 풍경만도 덜하거나 못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돌로미티의 알타 바디아를 여행할 때 호텔에 묵어야 한다면 이곳의 정보에 대해서는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초행길의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귀중한 정보를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설령 당시에 여행정보를 알았다고 해도 우리가 그어둔 동선을 찾아 나섰을 것이다. 제한된 시간에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은 욕심이었던 것. 그렇다면 라 빌라에서 다녀올 수 있는 명소들은 어떤 곳이 있을까.. 알타 바디아의 라 빌라를 중심으로 펼쳐진 명소는 다음과 같다.



알타 바디아에서 출발하는 트래킹과 등산 코스

Escursioni, percorsi trekking e arrampicate con partenza dall'Alta Badia


-자전거로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다녀오는 코스(In bici da corsa alle Tre Cime di Lavaredo): 난이도 중간이며 어른들에게 적합하다. 거리는 109,1 km이고 시간은 대략 9시간이 소요되며, 고도는 3.552m에 이른다.

-레 치아발 정상으로 가는 코스(Salita alla cima "Le Ciaval" sul Sas dla Crusc/Santa Croce): 난이도는 중간이며 거리는 13,7 km이다.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이며 해발 고도는 985m부터 1.605m에 이른다. 알타 바디아와 돌로미티를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새벽에 올라야 제 맛인 그란데 치에르 코스(Scalata al Grande Cier alle luci dell'alba): 난이도는 중간이며 거리는 1,4 km로 짧다. 대략 2시간이 소요되며 해발 높이는 60m부터 524m로 비교적 수월한 코스이자 서울의 청계산 정도의 느낌이 드는 곳. 그러나 암봉은 볼수록 경이롭다. 



-바디아에서 트루 디 레크 호수로 돌아오는 코스(Da Badia sul Tru di lec/Sentiero dei laghi): 난이도 제로의 매우 쉬운 코스로 거리는 7,5 km이다. 소요되는 시간은 두 시간 반 정도이며 해발 높이는 357m이다.

-발빠롤라 고갯길에서 쁘라론지아와 산 까씨노 다녀오는 코스(Dal Passo Valparola al Pralongiá con arrivo a San Cassiano): 난이도는 중간이며 거리는 13,8 km에 달한다. 소요되는 시간은 4시간 반 정도이며 해발 높이는 260m부터 918m에 이른다. 

-트래킹과 장거리 마라톤에 적합한 트루 디 쁘라 다녀오는 코스 (Escursione lungo l’itinerario della maratona escursionistica Tru di pra): 난이도는 중간 정도이며 거리는 30,6 km에 이른다. 시간은 대략 8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며, 해발 높이는 1.458m에서 1.462m이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뷔아 풰라따에서 삐꼴로 치에르 다녀오는 코스(Via Ferrata al Piccolo Cier): 난이도는 중간이며 거리는 2,2 km이다. 소요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는다. 해발 고도는 397m로 새벽 산책에 알맞은 곳이다. 



이밖에도 알타 바디아의 관련 사이트에는 난이도 초급에서부터 고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코스를 준비해 놓고 있으므로 돌로미티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눈여겨봐 두셔야 할 것 같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각 코스를 다녀오는 동안 우리가 다녀온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에서 바라봤던 비경들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병풍처럼 둘러 쳐진 장엄한 바위산과 숲을 끼고 코스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라 빌라의 마을에 세워놓은 알타 바디아의 명소를 소개하는 이정표이다. 우리가 다녀온 곳은 사진의 좌측에 위치한(9번)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이다. 다시금 돌아봐도 꿈만 같다.



사람 사는 마을보다 풀꽃이 살고 있는 산이 더 좋아




서기 2021년 1월 8일 저녁나절, 사진첩을 펴 놓고 여행기를 끼적거리고 있는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하니와 통화를 하니 한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돌로미티의 현재 기온이 영하 15도씨인데 한국은 그 보다 더 춥다고 하므로 돌로미티의 여름이 그리운 건 당연한 일. 우리가 다녀온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멀리 보이는 바로 아래에서 우리가 묵었던 장소인데 하니는 그때가 그리운 것일까..



-응, 텐트.. 이거 무게를 재보니까 3.5킬로그램이네..^^

-어쩌자고..ㅜ 

-양털 하고 같이 무게를 재보니 7.5킬로그램이야.

-그거.. 소포로 부쳐야 돼요. 차라리 여기서 구매하는 게 더 낫잖아. ㅜ 



돌로미티에서 꽃잎을 내는 야생화들은 6월부터 시작이므로, 봄이 오시려면 아직 5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돌로미티 요정이 퍼뜨린 행복 바이러스가 아닌지 몰라..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마다하고 자꾸만 산을 그리워하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한 때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심이 좋았지만 지금은 많이도 달라졌다. 더군다나 코로나가 선물한 집콕 때문에 자아를 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요함에 더 길들여지는 것이랄까..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로 가는 여정에서 돌아본 알타 바디아의 풍경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사람들도 그러하겠지만 세상에서 만나는 것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어느 날 우리 앞에 나타난 비경들은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는 첫 만남이자 첫사랑의 촉촉한 느낌이 묻어난다. 실상.. 우리가 100년을 산다고 해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죽을 때까지 드 넓은 돌로미티를 다 돌아보려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녀온 곳을 두 번 세 번 다시 다녀올 수는 없는 것. 지면을 빌어 별리를 하는 것이다. 



챠오~ 우리가 사랑했던 알타 바디아..!!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ALTA BADIA, LA VILLA
Scritto_il 08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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