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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7. 2021

돌로미티가 연출한 선경(仙境)

#52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찬찬히 돌아보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그녀는 몸무게를 재는 납작한 저울 위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기내에 반입되는 수화물 무게를 재는데 덩치가 큰 수화물은 저울에 올려둘 수 없으므로, 특정 수화물을 껴안고 저울에 올라선 다음 총무게를 확인하고 당신의 몸무게를 빼는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다가 빵 터지고 말았다. (ㅋ 무슨 아이들도 아니고.. 웰케 웃기냐..ㅎ) 그러면서 항공사 수화물 반입규정을 알아보라는 것이다.

-뱅기 내로 가져갈 수 있는 수화물 무게가 얼만지 알아? ^^

-응, 10킬로그램에서 13킬로그램으로 알고 있어. 항공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

그녀는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1월 3일.. 그녀는 지난해 가을 바를레타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며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났었다. 그게 언제 적이라고..ㅜ


지난 여정 그녀가 남긴 행복한 흔적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돌로미티가 연출한 선경(仙境)




   여름의 돌로미티 알타 바디아 빠쏘 가르데나(Alta Badia, Passo Gardena)의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저녁 무렵이 되면 산봉우리마다 구름을 머리에 이는 일이 잦았다. 쉼터에서 바라본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은 무시로 구름이 끼면서 후드득 비를 뿌리곤 했다. 그 비는 여우비를 닮아 소량의 물방울을 흩뿌리는 듯 잠시 쉬었다가 밤이 되면 소나기를 쏟아붓곤 했다. 그때마다 차박을 하며 빠쏘 가르데나 트래킹을 준비한 것이다. 



2020년.. 그러니까 지난해 8월 11일 날이 개이면서 알타 바디아는 선경을 연출했다. 고갯길 아래 라 빌라(La Villa) 골짜기에서부터 뽀얀 안개가 밀려온다. 빠쏘 가르데나는 해발 2,136미터 이므로 안개라기보다 구름에 가까우며 하층운이다. 하층운(下層雲)은 해발 2천 미터 이하에서 형성된다고 하며, 하층운이 땅에 닿으면 '안개'로 부른다. 잠시 후 구름은 뽀얀 안개로 변하며 살아있는 생물처럼 골짜기를 휘감더니 마침내 빠쏘 가르데나 전부를 덮어버렸다. 그 장면을 끝까지 지켜봤다. 돌로미티가 선경을 연출한 것이다. 그 장면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이불솜을 뜯어서 골짜기에 널어둔 것 같은 풍경은 대략 오전 6시부터 시작해 30분 이상 지속되었다. 이날은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Pisciadu') 트래킹을 떠나는 날이었다. 선경을 카메라에 담은 직후 우리는 자동차를 고갯마루 근처까지 이동하여 주차해 두고 트래킹을 시작한 것이다. 


구름이 안개로 변해 고갯마루 너머 거대한 바위산 너머로 사라졌을 때 거짓말같이 날씨는 활짝 개이면서 최고의 풍경을 선물했다. 습도를 적당히 머금은 공기는 호흡을 할 때마다 상큼함을 더했으며 하늘은 이불솜으로 볕을 적당히 가렸다. 이날 아침 최저 온도는 8도씨였다. 한 여름의 이곳의 온도 분포는 최저 8도씨에서부터 최고 18도씨였다. 



트래킹 당일 아침 활짝 개인 날씨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은) 이미 지난 여정에서 우리의 트래킹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하룻 동안에 일어난 일을 지난해 9월 4일부터(돌로미티도 식후경이다) 시작해 인내심을 가지고 즐겁게 기록해 왔다. 그리고 해가 바뀐 오늘은 서기 2020년 1월 7일 오전(현지시각)이며, 연재 글이 52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떤 분들은 지루해 할 수도 있다. 그런 반면 돌로미티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장차 당신이 경험할 돌로미티의 비경을 가슴에 담아두기도 했을 것이다. 



지구촌의 촌놈 1인이 어느 날 발을 들여놓은 돌로미티는 전혀 상상불가의 장소였다는 것을 하니와 함께 입을 모은다. 유튜브 혹은 커뮤니티를 통해서 만나봤을 사진이나 영상은 돌로미티를 이해할 때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러나 돌로미티가 당신에게 곁을 내 줄 때는 현장에 있을 때 가능하다. 만약 그러하지 않았다면 브런치에 소개된 사진이나 영상을 볼 수 없었거나 간접체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고의 여행지임에 틀림없다는 말이다.



쉼터 근처에 살고 있던 풀꽃들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앉았다 일어났다 엎드렸다가 다시 서서 피사체를 보는 등의 행위는 많은 체력을 소모시킨다. 그리고 기록을 사진첩에 담아 브런치에 기록하는 동안 적지 않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했다. 아울러 체력이 뒤따라야 했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는 물론이다. 



이런 노력은 죽기 전에 하니와 나의 삶을 기록하는 일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돈도 명예도 안 되는 포스트를 통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분좋은 성취감을 얻고 있는 것이며, 그 일에 대해 독자분들과 이웃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제 빠쏘 가르데나를 떠날 시간이 됐다. 골짜기 아래에 위치한 유명한 마을 라 빌라에 들러 주변을 살펴보며 다시 장도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돌로미티의 다른 지역을 돌아보기 전에 쉼터 주변에서 만난 풀꽃들을 모두 옮겨 놓았다. 이들은 우리네 민초들처럼 누군가 봐 주었을 때만 존재감을 발휘한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ALTA BADIA, PASSO GARDENA
Scritto_il 07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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