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4. 2021

그녀가 남긴 행복한 흔적

#51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돌로미티 여행, 빠쏘 가르데나 고갯마루로부터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까지..!!



코로나 19가 마무리돼고난 다음 한국에서 돌로미티를 찾게 되는 여행자들이 참고했으면 한다. 패키지여행으로 그저 몇 군데를 트래킹해 보는 것으로 여행을 끝마치면 모를까, 긴 여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실 여행자들이라면 우비는 물론 텐트와 침낭 등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여 비와 우박을 쏟아낸 돌로미티의 여름 날씨이다. 자동차 바깥과 운전석에서 촬영된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지난 여정 비와 우박 쏟아낸 돌로미티의 여름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느낌을 타고났지만 돌로미티에 반한 노파심으로 이곳 날씨를 언급해 봤다. 매우 중요한 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렵게 준비한 먼 나라 여행이 자칫 날씨 때문에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가득 담았다. 그 정도가 언 정도인지 이틀 전 하니와 통화에 절절이 묻어났다.



그녀가 남긴 행복한 흔적




저만치 하니가 앞서 걷는다. 그녀는 나무 작대기 두 개에 의지한 채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빠쏘 가르데나 고갯마루 위로 이어지는 트래킹 길이다. 나의 브런치 독자분들이나 이웃분들은 익히 잘 아실 것이나 다수의 장면은 처음 공개되는 장면이자 그녀의 뒷모습 등을 간추려 사진과 영상으로 재편집했다.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름답고 행복해진다. 우리 삶에 있어서 이런 장면을 일부러 연출하지 못할 텐데.. 나의 브런치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그녀와 우리의 삶의 한 조각들이 오롯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틀 전,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기분 좋은 음색이 메신저 창 너머로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29일경, 동해의 주문진항에 대왕문어를 주문해 놓았는데 31일 초저녁에 문어가 도착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문어를 숙회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응, 다행이네 아마 연말연시라 바빠서 늦게 도착한 걸 거야..!

-그런 거 같아, 지금 생각이 잘 나지 않아. 문어 어떻게 삶었는지 알려죠잉. ^^

-흠.. 문어가 1킬로그램짜리라 가정하면 문어가 푹 잠길 정도로 큰 들통이나 냄비를 준비해.

-응, 그리고

-그릇이 작거나 물이 너무 적으면 차가운 문어가 익는데 시간이 더뎌요.

-마자마자.. 글치 ^^

-그다음 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면 문어를 끓는 물에 조심해서 넣어요.

-글고..?

-잘 들어요. 이때 삶는 시간이 중요하므로 시계를 봐 두었다가 딱 5분 만에 건져내요.

-마자마자.. 이제 생각이 나네 ㅋ 

-이렇게 하면 기막힌 문어숙회를 먹을 수 있다는 거!! ^^

-알써! 끄너!! (띠까닥!)



문어숙회를 잘 삶는 법은 그녀와 함께 동해안으로 주말여행을 떠났을 때 주문진에 살고 있는 현지인으로부터 배운 리체타였다. 그때부터 단골이 된 한 어물전으로 문어를 주문해 놓고 그때를 회상하는 것이다. 그녀가 갑자기 문어를 주문한 건 건강 때문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문어는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과 겨울에 잡히는 제철 해산물이자 고급 해산물이다. 문어의 영양가는 오징어와 비슷하며 고단백, 저열량, 저지질로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연체동물 중에서 타우린(Taurina)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피로 해소에 탁월하다는 것. 



어느 날 뜬금없이 웬 문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문어의 효능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입맛이 없을 때 혹은 영양 보충이 필요할 때 잘 챙겨 드시면 그만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숙회로 먹어도 좋고 푹 삶아서 먹어도 그만이며 인살라따 최고의 식재료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해산물 중의 하나라 자부한다. 이곳 이탈리아의 지중해산 아드리아해 산 등의 문어는 맛 자체가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로부터 다시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는 소 그림이 그려진 위에 쓰여 있었다.


"힘내세요. 이 순간.. 행복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 메시지는 1월 1일 날 도착했는데 연말연시 가까운 곳으로 출사를 떠나면서 받아보지 못했다. 내가 위치한 곳은 인터넷 서비스 제한구역(해군부대 가까운 곳)이었다. 이후부터 인터넷은 아예 작동하지 않아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됐다. 겨우 반쪽짜리 GPS가 작동될 뿐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그저 기억을 더듬어서 아는 지명을 찾아 돌아온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메시지를 확인하고(설치해 둔 인터넷 작동) 통화를 시도했다. 건강하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담부터는 아예 익혀달라고 해야겠어.

-왜..? 

-입맛이 달라졌나 봐.. 잘 삶긴 했는데.. 오는 동안 문어가 스트레스를 받은 건지..ㅜ 

-잘 먹었으면 그만이지.. 또 배달시켜요. 자꾸자꾸.. 당신이 건강해야 잖아! ^^

-(기분 좋아진 그녀) 요거 이탈리아로 갈 때 좀 가져갈까..? ㅋ

-OH NO~!! ㅜ 짐이 무거우면 안 돼 안 돼.. 요!ㅜ 



통화가 길어지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양력설이 지났는데 그녀의 마음은 이탈리아에 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한 수 더 떠 이탈리아로 공수해 갈 짐 무게를 저울에 달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단박에 떠 오른 노랫말 하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 꿈이었나 당신에 눈물이 생각날 때 기억에 남아 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에 흘러가리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서기 2020년 1월 3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감염자 수 14.245명 사망자 수 347명으로 잠시 나아지다가 다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조차 안 되는 수치가 매일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그녀의 마음은 벌써부터 이탈리아로 향해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몸무게를 재는 납작한 저울 위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기내에 반입되는 수화물 무게를 재는데 덩치가 큰 수화물은 저울에 올려둘 수 없으므로, 특정 수화물을 껴안고 저울에 올라선 다음 총무게를 확인하고 당신의 몸무게를 빼는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다가 빵 터지고 말았다. (ㅋ 무슨 아이들도 아니고.. 웰케 웃기냐..ㅎ) 그러면서 항공사 수화물 반입규정을 알아보라는 것이다.



-뱅기 내로 가져갈 수 있는 수화물 무게가 얼만지 알아? ^^

-응, 10킬로그램에서 13킬로그램으로 알고 있어. 항공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


그녀는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1월 3일.. 그녀는 지난해 가을 바를레타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며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났었다. 그게 언제 적이라고..ㅜ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ALTA BADIA, PASSO GARDENA
le belle tracce che ha lasciato nelle dolomiti
Scritto_il 03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