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2. 2021

보는 순간 행복해지는 풍경

#57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리는 언제쯤 행복해할까..?!!



당시를 회상해보니 오늘 그녀가 찌질댄 이유를 단박에 알 것 같았다. 프랑크 프루트 공항의 출국장을 향해 떠나기 전 어깨를 들썩이던 그 심정.. 루체른 호수는 물론 당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돌로미티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다시 가면 되지 뭐.. 건강이나 잘 챙기세욤. 뚝! 

-알써, 밥 맛있게 먹어요. ^^

음악을 들으며 힐링을 경험하는 동시에 잠자코 있던 우울모드를 뒤집어 놓은 것이랄까.. 나는 아점을 먹는 중이라며 통화를 맺었다. 환희와 별리의 현장.. 오늘따라 돌로미티와 루체른 호수가 더 그립다. 


   지난 여정 그녀가 울고 있어요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코로나 시대가 만든 별리 현상이 우리에게 일어나면서 하니가 우울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요즘 적지 않은 분들이 이 같은 현상을 겪고 있을 텐데 다행히도 그녀를 행복하게 만든 추억이 기나긴 겨울을 잊게 만드는 것이랄까.. 우리는 돌로미티를 주유하는 동안 전혀 뜻밖의 명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돌로미티에 빠져들었다. 그곳은 돌로미티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꼬르티나 담빼쪼(Cortina d'ampezzo)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자 작은 쉼터가 있는 곳이었다. 



보는 순간 행복해지는 풍경




   우리는 조금 전 빠쏘 퐐싸레고 고갯마루에서 이동하여 꼬르띠나 담뻬쬬로 이동하고 있었다. 초행길의 돌로미티 여행에서 모든 것은 낯선 풍경이다. 고갯길이 끝나갈 즈음 나타난 짧은 바위 터널.. 그 너머에 돌로미티의 베이스캠프로 여겨도 좋을 아름다운 도시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돌로미티에 갇혀 지내는 동안 각 도시들이나 산길이 너무 낯설었다. 반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경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작은 터널을 돌아 나가자 마자 작은 쉼터가 보였다. 



쉼터에서 방금 지나온 바위 터널을 올려다본 풍경.. 이곳의 정확한 명칭은 없었는데 곁에 있는 지명을 참조하면, 작고 아름다운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가 내려단 보인 전망 좋은 장소( Belvedere Cortina d'Ampezzo)였다.

 


이곳에는 통나무로 만든 널찍한 장의자와 테이블이 각각 하나씩 놓였는데 용케도 우리 차지가 됐다. 우리는 이 테이블을 식탁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주섬주섬 점심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세상에 이렇게 전망 좋은 식탁(리스또란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명소였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엄청난 크기의 바위산이 장엄한 표정으로 보듬고 있는 곳. 식탁 곁에는 물봉선을 닮은 연분홍색 풀꽃들이 난리가 아니었다. 돌로미티를 다시 방문하면 반드시 다시 가고 싶은 장소로 찜해둔 곳. 빠쏘 퐐싸레고-꼬르띠나 담뻬쬬 구간(SR 48 국도)의 산기슭에 위치한 곳이다.



누군가 어떤 이유 등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면 채기가 단박에 내려갈 듯하다. 그리고 곧 가슴이 등불을 켜 놓은 듯 환해지며 행복해할 게 아닌가 싶은 것. 초행길의 돌로미티는 이렇듯 극적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꽃잎과 이파리가 물봉선을 쏙 빼닮아 다시 돌로미티의 야생화를 뒤졌더니 결국 녀석들의 정체를 찾아내지 못했다. ㅜ 링크된 물봉선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나는 식탁 앞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이들 요정들을 보며 청계산 청계골에 피어났던 물봉선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하니와 자주 다녔던 등산 코스이며 여름이면 시원한 물소리와 땀을 식혀주던 장소이기도 했다. 



나는 잠시 요정들의 모습에 빠져들며 이들과 눈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얘들아 안녕~ ^^

-(함께 미소 지으며)안넝하세요. 숙모, 아더씨~ㅋ



하니가 점심을 챙기는 동안 주변을 둘러본다. 점심은 쑤꼬 디 아란챠(Succo di Arancia)와 살시챠(salsiccia)와 포르맛지오(Formaggio)와 사과 두 개와 빵과 커피가 전부였다. 그녀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우리가 먹었던 음식들은 서울 근교나 먼산을 다녀올 때 늘 지참했던 음식들이자 영양식이었다. 참고로 돌로미티 여행을 할 때 우리는 그 흔한 리스또란떼에 들러본 적이 없다. 나도 그렇지만 그녀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자 경제적으로 쌈짓돈을 아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 대신 우리가 선호하는 식재료는 주로 고급(쌈짓돈을 아껴서)에 속한다. 특히 그녀는 식당에서 판매되는 음식을 선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길거리 음식(il cibo di strada)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순대나 떡볶이뿐만 아니라 기름진 음식은 손을 거의 대지 않는 편이다. 그녀만의 건강관리법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에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에 비할바가 못 되고.. 건강을 생각하는 식단은 더욱 세심해진 것은 물론이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우리에게 생활이나 다름없었으므로, 잠시 어디를 다녀오며 누리는 호사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지면을 빌어 양해의 말씀을 드리면) 나의 브런치에서 고급진 음식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몇 번 화려한 접시를 올렸지만, 한 발 더 들어가 생각해 보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게 분명해 보였다. 그 대신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꾸민 소박하지만 화려한 음식을 선호하게 된 것이랄까..



(식사 끝..!) 돌로미티에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지만 그녀와 나의 찰떡궁합은 싸돌아 다니며 소박한 풍경에 숟가락을 올려(?) 놓는 것이다. 거기에 비경이 함께하면 아이들처럼 좋아 죽는 것이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ㅋ



빵 한 두 조각을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리가 점심을 먹는 동안 몇 대의 자동차들이 쉼터를 채우고 있었다.(까만색이 우리 차) 나는 쉼터 근처를 배회하며 꼬르띠나 담빼쬬를 내려다봤다. 이 도시는 장차 여러 번 방문하게 됐는데 순전히 나의 시행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CORTINA D'AMPEZZO
Scritto_il 12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가 울고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