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17. 2021

TRE CIME DI LAVAREDO
그녀의 꿈과 나

#69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지난 여정(이탈리아서 받은 행복한 택배) 끄트머리



나는 이때부터(틈새를 노려) 사이비 교주 혹은 좁쌀로 급 변신을 한다. 우리를 지구에 보내신 이의 계획 등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다. 당신이 그린 작품이 여러분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당신이 최선을 다한.. 혼으로 그린 생명력 넘치는 그림이라며 마구 추켜세웠다. 



사람들이 왜 당신의 작품을 아름답다고 느낄까.. 그곳에 신의 손길이 함께 했기 때문이라며 미켈란젤로의 예를 들었더니 기분 좋아진 그녀..(후훗) 하니의 마음속에는 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돌로미티가 마구 꿈틀거리는 것이다. 그녀가 저만치 앞서 쉼터를 향해 걷고 있다. 


하니가 리푸지오 아우론조 쉼터(Rifugio Auronzo alle Tre Cime di Lavaredo)를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위 자료사진 우측 하단)



TRE CIME DI LAVAREDO_그녀의 꿈과 나




우리는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로부터 멀어지며 곧 아우론조 쉼터에서 간식을 먹고 숨을 고를 것이다. 현재 우리의 위치는 돌로미티의 상징으로 불리는 세 봉우리로부터 1시간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 다다라야 비로소 장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 봉우리는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당신이 돌아온 길을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사람들은 대자연 속에서 티끌만 한 존재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마음속에서 매 순간 일어나고 있는 조변석개(朝變夕改)가 얼마나 기가 찬 노릇일까..



아우론조 쉼터 아래 펼쳐진 너른 공간에서 한 여행자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람이 보이시는가..?!!



이때 저만치 계곡 아래서 한 무리의 새들이 상승기류를 따라 내 앞에 나타났다. 하늘의 전령사..



하니가 작대기 두 개를 들고 아우론조 쉼터에 다가서고 있을 때였다. 그녀의 등 뒤로 한 무리의 새떼들이 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희한한 일이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우리가 발길을 옮길 때마다 새들이 무리 지어 비행을 하고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현재 여행을 끝마친 후였으므로, 이들은 우리의 안녕을 호위하는 길조였을까..



하니는 마침내 아우론조 쉼터 앞 일 뜨리꼴로레(il tricolore, 이탈리아 삼색기) 앞에 도착했다. 뒤로 보이는 산길 위로 작은 동굴 몇 개가 보인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바위를 뚫어 참호를 만들어 둔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니 개미처럼 변한 사람들의 모습이 대자연의 품에 안긴 모습이다. 이들 모두는 서로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만 생각과 언어는 천 차 별 만차 별이다. 



그녀의 꿈


서기 2021년 2월 16일 아침(현지시각) 일찍, 하니로부터 전화(메신저)가 걸려왔다.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휴대폰을 들어 '무슨 일인가'하고 메신저 버튼을 눌렀다. 그 즉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은 흥분한 목소리이자 기분 좋은 음색이 단박에 느껴졌다. 



-아직 자는 중야..? ^^

-아니, 일어났어욤. 뭔 일야?

-응, 나.. 일 저질렀어. ㅋ 

-(뭐라 묻기도 전에)..

-응, 접때 말한 거..

-(갸우뚱) 머지..?



-태블릿 피씨(Tablet PC)..!

-응, 그랬지.

-나 지금 피씨 가게에 와 있거덩..?! ㅋ 

-응, 말해봐욤.

-그거 쌌어. 화면이 얼마나 좋은 지 몰라. 히히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좋겠당! ^^

-이거.. 날 팔아도 못 싸! ㅋ (비싸다는 뜻 ㅎ)

-어디 건데..?

-애플..! ㅋ 



그녀는 내가 아직 잠자리에 있을 시간인 줄 알면서 전화를 한 것이다. 누구한테 자랑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한 자랑질..ㅋ 나는 그녀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돌로미티 여행 중에 그녀가 사용한 휴대폰(아이폰)의 사진이 좋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기분 좋은 선택은 물어보나 마나 한 것이랄까. 



그녀의 마음은 3월이 오시기도 전에 이탈리아에 가 있는 것이다. 그림 수업이 재개되면 당신이 그린 그림을 담기도 하고 짬 내어 떠날 돌로미티 여행에 동행할 장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자산은 태블릿 노트북에 이어 또 하나의 장비가 늘어난 것이다. 때마침 사진첩을 열어 돌로미티의 소식을 전하고자 할 때 하늘의 전령사가 노트북 가득 비행 중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이들처럼 좋아 죽는 표정이다.



-응, 나 집으로 가는 중이야. 잠 깨워 미안해. 히히 ^^

-조심해서 들어가욤. ^^



그녀의 꿈과 나의 삽질


돌로미티의 상징,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위용을 가볍게 넘나드는 한 무리의 새떼들.. 이들은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갈까.. 우리가 아우론조 쉼터에 다다랐을 때 세 봉우리는 점점 더 짙은 구름에 싸여갔다.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꾸고 산다. 그 꿈이 현실로 바뀔 때까지 시간은 사람들 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며, 어떤 꿈들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좌절을 경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건 삶의 경험칙이자 불문율이나 다름없다. 없었다.



그녀가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을 때 덩달아 기분 좋아진 나.. 나는 그녀의 바람에 맞추어 아침부터 삽질(?)을 시작했다. 들통에 물을 가득 담고 손걸레로 자동차를 닦기 시작한 것이다. 걸레에 물을 꼭 짜서 앞유리창부터 닦기 시작해 자동차 구석구석 천장까지 전부를 반들반들 윤기 나게 닦은 것이다. 그녀가 저 바다 건너서 돌아오시면 앉게 될 조수석까지.. (ㅋ 이게 뭥미? ^^) 나는 내일 당장 돌로미티로 떠날 것 같은 행복한 기분에 마냥 들떠있는 것이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16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서 받은 행복한 택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