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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23. 2021

하나 더하기 하나

#70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지난 여정(TRE CIME DI LAVAREDO_그녀의 꿈과 나) 끄트머리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꾸고 산다. 그 꿈이 현실로 바뀔 때까지 시간은 사람들 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며, 어떤 꿈들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좌절을 경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건 삶의 경험칙이자 불문율이나 다름없다. 없었다.



그녀가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을 때 덩달아 기분 좋아진 나.. 나는 그녀의 바람에 맞추어 아침부터 삽질(?)을 시작했다. 들통에 물을 가득 담고 손걸레로 자동차를 닦기 시작한 것이다. 걸레에 물을 꼭 짜서 앞유리창부터 닦기 시작해 자동차 구석구석 천장까지 전부를 반들반들 윤기 나게 닦은 것이다. 그녀가 저 바다 건너서 돌아오시면 앉게 될 조수석까지.. (ㅋ 이게 뭥미? ^^) 나는 내일 당장 돌로미티로 떠날 것 같은 행복한 기분에 마냥 들떠있는 것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


   서기 2021년 2월 22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나는 컴 앞에 앉아 사진첩을 열고 돌로미티 여행에서 남긴 행복한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여행은 그런 법이다. 사진기 같은 기계가 없었을 때는 그저 기억에만 의존했던 추억들이.. 어느 날 현실보다 더 또렷하게 추억의 장면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말 꿈같은 일이 '말이 씨가 되어' 현실이 된 것이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꿈은 무한하고 도무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랄까..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기 전에 기분 좋은 해프닝이 있었다. 브런치 이웃에 마실(피드)을 다녀오는 동안 생긴 일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어서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작가 이지현 님의 브런치에 들러 댓글을 남기는 동안 이지현 님과 이주현 님을 헷갈리게 된 것이다. 



마실을 다니는 동안 그 헷갈림을 눈치챈 것은 잠시 후였다. 알림 창에 파란 등이 켜지면서 열어봤더니..(아뿔싸!!ㅜ) 나는 실수를 하고만 것이다. 이름이 비슷했기 때문에 남긴 댓글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반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두 분이 깔깔대며 기분 좋은 댓글로 나를 급 위로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해프닝이 일어나면서.. 기분 좋고 행복한 시간이 지난 후에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은 가끔씩 일어나는 것일까.. 하니와 나는 돌로미티의 대표선수(상징)인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장엄한 모습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장엄한 비경을 만나려면 그곳으로부터 멀어져야 했다. 워낙 덩치가 큰 세 봉우리였으므로 조망할 수 있는 거리까지 멀어져야 하는 것이다. 턱 밑에서 짱배기(정수리)를 볼 수 없지 않은가.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둘레길은 바쁘게 걸으면 4시간, 우리처럼 달팽이 걸음으로 걸으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간이다. 하니와 나는 주로 달팽이 걸음으로 산행을 즐기곤 했다.(그럴 수밖에 없었던 쉰세대..ㅜ) 



하지만 바쁘게 걸음을 옮긴 사람들이 놓친 비경을 챙기고야 만다. 우리는 결코 허둥대지 않는다. 않았다. 

그렇게 세 봉우리로부터 멀어지면서.. 마침내 우리는 리푸지오 아우론조 쉼터(Rifugio Auronzo alle Tre Cime di Lavaredo)에 도착해 발아래에 펼쳐진 비경을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1년 2월 22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나는 컴 앞에 앉아 사진첩을 열고 돌로미티 여행에서 남긴 행복한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고 서두에 언급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이제 그만 좀 해요. 다 알고 있어요.ㅋ)에 서울 서초구에 있는 C마트처럼 큼직한 슈퍼마켓이 있다. 


나는 그곳에서 가끔씩 기분 좋은 일을 경험하곤 한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이 그곳에서 '원+원'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앞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 기막힌 상술이다. 좀 더 따지고 보면 녀석들의 평소 가격(상술)은 절반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는가.. 하지만 나를 포함한 소비자들은 기꺼이 입을 헤벌레..ㅋ



이 같은 일이 돌로미티의 상징 부근에서 일어난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비경이 눈 앞에 나타나 여행자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맨 처음 세 봉우리에 초점을 맞추어 열심히 발품을 판 결과 쉼터 바로 곁에 상상밖의 비경(작은 호수 두 개)이 우리를 놀래키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 어른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너는 복(福)도 많구나"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나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깔깔대며 웃어 넘겨준 이웃들의 표정도 평소에 사람들이 지은 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새해 복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복을 많이 짓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덤을 챙기는 것은 분명 복된 일이다. 돌로미티는 우리에게 복을 예비해 놓고 있었다고나 할까..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22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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