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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Feb 22. 2021

바지락 술찜은 난지공원 산책 후에

-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사서 아들이 만든 안주

바지락 술찜




재료 : 바지락, 홍고추, 청양고추 1/2개, 버터, 술, 통마늘 약간, 생강 조금



1. 버터에 마늘, 생강을 먼저 볶습니다.

2. 바지락, 홍고추, 청양고추 넣어 볶다가 바지락이 입 벌리면 술 붓고 뒤적여서 불 끕니다.



# 와인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집에 소주밖에 없어서 넣었습니다.



해캄을 위해 소금물에 담근 바지락





난지공원의 오리와 백로







남쪽으로 가는 열차는 푸른 바다를 향해 가야 제멋이다.

추억을 두고 온 그 바닷가에 당도할 열차를

우리 모두 마음을 얹어 타야 하리.


그러면 설령 그리운 이를 만나지 못해도

그리운 추억 하나쯤 그 바닷가의 어느 한편에

파도의 흔적으로 남아 있으리.


꽃잎 흩날리는 어느 봄날에는 느릿느릿 떠나는 완행열차를 타도 좋으리.

우리 추억은 늘 게으르고 느리게 흘러가서

그 바다에 당도하면 아직도 출렁이고 있을 것이니.




오리가 연못이 다 제 것인양 미끄러지면서 유유히 물 위에서 놀고 있습니다.

백로 한 마리도 멀찍이서 사람들이 오든지 가든지 개의치 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이규보가 읊었던 <여뀌꽃과 백로>가 문득 떠오릅니다.


앞 여울에 물고기와 새우가 많아     

물결 뚫고 들어갈 생각 있는데        

사람을 보고 문득 놀라 일어나서는  

여뀌꽃 핀 언덕에 도로 날아가 앉았네   

목을 빼고 사람이 돌아가길 기다리다

가랑비에 깃털이 다 젖는구나              

마음은 여울의 물고기에 가 있는데   

사람들은 말하네, 기심(機心)을 잊고 서 있다고     



백로는 아무 생각 없이 세상사 잊은 듯이 서 있는데,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쑥덕거리며 자신에게 비유하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마찬가지로 힘들고 고된 세파를 겪었지만, 타고나길 낙관적이고 잘 이겨내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남의 눈에는 편하고 여유 있어서 그런다고 또 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봅니다.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잣대를 재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만큼까지 살아오면서 늘 느낍니다.

그냥 각자 알아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됩니다. 그러면 개개인이 다 행복해지니 결국 모두가 다 행복한 것으로 끝납니다.


세상만사 초탈해 보이는 백로나 오리가 문득 부러운 날이었습니다.


가족 단위로 많이 나와서 노는 공원, 설날 연날리기



이날 난지공원은 설날 마지막 날이어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사를 오고도 주변을 가 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한번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차에 아들이 난지공원 산책을 가보자고 하기에 얼른 따라나섰습니다.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데 있었다니 하고 놀라기도 전에, 상암의 월드컵경기장역에 내리자마자 더 깜짝 놀란 것은 농수산물 시장이 턱 가로막고 있어서였습니다.

잠시 가락시장역에 잘못 내렸나 하고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전혀 모르던 일이어서 어머나 소리가 절로 나오며 반가워서 거의 팔짝 뛸 수준까지 갔습니다.

가락시장에 걸핏하면 회 뜨러 다니던 일을 이제 마포에서는 어디서 먹나, 회는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수산물 시장부터 들어가니 회 사라는 호객행위부터 온갖 수산물이 시선을 확 잡아끕니다.

동네 횟집에서 떠먹는 것보다 반값도 안 되는 듯합니다.


공원에서 나올 때 다시 오기로 하고 통과해서 공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왼쪽은 숲길 산책로, 오른쪽은 하늘 공원 가는 길, 저 산길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하늘공원의 갈대 군락지, 가을에는 꼭 가서 신경림의 시<갈대>나 한번 속으로 읊고 오면 좋겠다



넓은 연못도 좋아하지만 이런 개천이 더 좋습니다.

저 돌멩이를 들치면 가재가 엉금엉금 기어 나올 듯합니다. 어릴 때는 가재를 동네 개울에서 참 많이도 잡고, 집게발에 물리기도 했습니다.



난지도 이야기라고 쓰인



공원 들어가기 전에 난지도 이야기라는 건물이 있는 데 휴일에 가서 이곳은 지나갑니다.

난지도하면 이전에 멀리서도 쓰레기 냄새로 코를 막아야 할 정도로 고약했었습니다. 근처 갈 일을 만들지도 않았었습니다.


런데 공원을 들어서면서 정말 놀라워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쓰레기 더미 위에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어놓았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공원은 평화롭고, 가족 단위로 공원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한쪽에서는 보드를 타는 가족들로 서로 부딪치면서 웃음이 만발했고, 연날리기를 하느라 높이 나는 연들이 거칠 것 없는 허공에서 제 멋대로 우줄거렸습니다.


너무 넓어서 어느 누구든 신경 쓰지 않고 코로나에도 저절로 거리 유지가 되는 공원이었습니다.

쓰레기산에서 고기들이 사는 연못과 오리, 백로며 철새들이 사는 공간이 되었다니 놀라움을 넘어섭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도 멋지지만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힘도 그에 못지않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난지 공원을 한 번이라도 가는 사람이라면 쓰레기 더미가 어떻게 아름답게 변할 수 있는지 가슴 쿵하는 감동을 받을 것 같습니다.

지치고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은 마음조차 아름답게 일어날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용기를 한 번쯤 얻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털퍼덕 주저앉아도 되겠지 했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돌아왔습니다.


하늘공원의 갈대지를 보고 싶었는데, 이날은 시간 맞춰서 돌아와야 해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가을이면 꼭 서걱거리는 갈대밭에 한 번쯤 주저앉아 있다가 오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농수산물 시장에 들러서 맛있는 바지락을 사서, 아들이 술 한 잔 하자면서 바지락 찜을 또 만들어줍니다. 원래 음식 만들기가 취미 중의 하나인 아들이라 그냥 둡니다. 또 세종시에 내려가게 될지 몰라서 미리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해서 두고 봅니다.


서울 3대 농수산물 시장중의 하나였는데도 몰랐었네요.

시장은 농산물과 축산물은 싸다는 것을 못 느꼈는데, 수산물은 확실히 쌌습니다. 석화 한 박스도 샀고, 바지락을 5000원어치 샀는데 정말 가득해서 찜을 해먹고도 남아서 다음날까지 물릴 때까지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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