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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7. 2021

내게 기적(奇蹟) 베푼 그 남자

#72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당신께 진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지난 여정(집 나가면 개천국) 끄트머리 



한 여행자가 호수 곁의 길을 걷고 있다. 그도 우리처럼 집을 나서 먼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여행길은 참 묘하다. 그 힘든 여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집을 떠나야 비로소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개고생이 개천국으로 변하는 과정이랄까.. 
하니와 나는 좀 더 먼데까지 걷고 싶었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남들처럼 둘레길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습관처럼 말한다. 청춘이었으면.. 10년만 더 젊었으면..!



바로 코 앞에 한 젊은 여성이 호수 주변의 풍광을 살피며 쉬고 있다. 그녀의 발뒤꿈치 뒤로 보랏빛 야생화가 피어있다. 카메라의 시선은 풀꽃으로 향해있는 것이다. 그녀가 앉은자리는 천국이다. 일부러 집을 떠나 개고생 끝에 만난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구름 걷힌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의 위용



우리는 처음으로 구름 걷힌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를 볼 수 있었다. 실로 장엄한 풍경이었다. 우뚝 솟은 세 봉우리는 남성미를 자아내게 만들며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것이다. 세 봉우리는 좌로부터 가장 작은 봉우리 치마 삐꼴라(Cima piccola, 2,857m)와 가장 큰 봉우리 치마 그란데(Cima grande, 2,999m) 및 동쪽에 위치한 중간 봉우리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2,973m)로 구성돼 있다. 세 봉우리는 돌로미티 국립공원의 상징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리푸지오 아우론조 쉼터(Rifugio Auronzo alle Tre Cime di Lavaredo)에서 만나는 비경들




우리가 쉼터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세 봉우리를 감싸고 있던 구름은 걷히고 먹구름이 이리 저리 몰려다니고 있었다. 암봉 끄트머리에 걸친 구름들은 선경을 연출하고 있었으며 실로 장엄한 풍경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필이면 그곳에 작은 호수까지 드리워져 음양의 조화가 기막히게 잘 어우러진 곳이었다.



유구무언.. 이런 절경 앞에서 무슨 할 말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그저 조물주께 감사할 따름이자 우리를 이곳까지 보낸 하늘에 감사할 뿐이었다. 나는 잠시 후 이곳에서 벌어질 하나의 사건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사람이 보이시는가.. 우리 인간의 존재가 개미처럼 둔갑한 그곳에 대자연의 장엄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조금 전 하니와 내가 거쳐온 길이다. 아침부터 세 봉우리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저만치 펼쳐진 장관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이다. 



리푸지오 아우론조 쉼터 부근




아우론조 쉼터 부근에 서면 독특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쉼터의 높이는 해발 2.333m에 달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의 높이가 이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이곳에 작은 예배 처소를 만들어 놓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중에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배려해 놓고 있는 것이다. 쉼터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생맥주 한 잔을 하거나 요기를 하며 세 봉우리 둘레길을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쉼터 근처 언덕에 만들어둔 아담한 예배 처소는 이런 모습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종교는 다를지라도 지구촌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위대한 성자 예수(Gesù)였다.



내게 기적(奇蹟) 베푼 그 남자




하니가 쉼터에서 가까운 언덕 위에 만들어둔 목재로 만든 테이블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그곳에는 목재로 만든 예수상이 처연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곳이며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장소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탄절의 주인공 예수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리기도 하고 예언자 등을 불린다. 또 어떤 사람들은 종교에 심취한 나머지 예수를 섬기는 교회 바깥의 종교를 모조리 우상(偶像)으로 깍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현상이 종교에 묻어나며 당신을 욕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사렛 예수 혹은 하나님은 그렇게 옹졸하지도 않고 비겁하지도 않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예수의 고향 나사렛 사람들은 예수를 그저 어느 목수의 아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어느 날 당신이 베푼 기사(奇事)와 이적(異蹟)의 소문에 대해서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그들 곁에 나타난 예수가 기적을 일으키지 않자 돌팔매질로 쫓아내고 만다. 그들의 눈에는 '하늘나라'를 입에 담는 예수가 이상해 보일 뿐이자 한 인간의 모습으로 비친 것뿐이다. 당신의 첫 번째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성경(요한복음 2장 1절에서 12절)에는 그 장면을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2:1  사흘 되던 날에 갈릴리 가나에 혼인이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2:2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인에 청함을 받았더니

2:3  포도주가 모자란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희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2:4  예수께서 가라사대 여자여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 일이니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2:5  그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2:6  거기 유대인의 결례를 따라 두세 통 드는 돌 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2:7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구까지 채우니

2:8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2:9  연회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 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2:10 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

2:11 예수께서 이 처음 표적을 갈리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2:12 그 후에 예수께서 그 어머니와 형제들과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으로 내려가 거기 여러 날 계시지 아니하시니라



나는 이곳에서 대략 10년 전의 한 사건을 떠올리고 있었다. 파타고니아의 봄을 찾아 나선 여행 중에 허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배낭여행 중이었으므로 배낭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거기에 하니의 스케치 여행을 위한 스케치북과 물감 등이 가방 하나를 채웠으므로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거기에 카메라 장비까지 동행했으므로 상상이 되시는가.. 여행은 가끔씩 이토록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때 담아온 여행사진들이 요즘 나의 브런치에 싣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풍경인 것이다. 꽤 오랜 발효과정을 거쳐 공개되고 있는 것. 이토록 무거운 짐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뿌에르또 몬뜨까지 남하한 다음 처음으로 문제가 생겼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오르노삐렌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머물 때 오르노삐렌의 삼각주를 가로지르는 어느 나무꾼의 마차에 올랐다가.. 강하류의 자갈밭에 이르러 나는 비명을 지르게 됐다. 


그들이 마차에 가득 실어온 땔감나무 위에 앉았다가 마차가 물속의 큰 돌 위로 지나치다가 덜컹거리면서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마치 허리가 부러진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즉시 마차를 세워달라고 소리쳤는데.. 마부의 부자는 무슨 영문인지로 모른 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그런 잠시 후 마차에서 내렸을 때는 잠시 통증이 멎는 듯했다. 



그리고 오르노삐렌에서 차이텐으로 이동하면서 배낭에 짐을 챙겨 넣을 때 허리를 숙이자 허리에서 척추를 바늘로 쑤시는 듯한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따라서 허리를 펴고 잠시 허리운동을 하니 통증은 다시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차이텐에서 다시 꼬자이께로 이동하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폭포 앞에서 허리 통증은 다시 시작됐다. 버스로부터 대략 100여 미터 거리를 걷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통증이 오락가락했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하니는 이때까지만 해도 허리 통증의 심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문제는 꼬자이께에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관련 브런치에 당시의 심경 등을 옮겨 놓은 바 있다. 나는 그곳에서 한 달가량을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현지 병원에서도 처방을 할 수 없는 중증의 통증이 나를 못살게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가 묵었던 곳은 나디에가 운영하는 민박집 2층이었는데 그 짧은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계단 한 계단 난간을 붙들고 발을 옮기면.. 어느새 극심한 통증이 찾아들며 소리를 지를 힘 조차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매일 밤 핫팩으로 천추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간호를 했다. 이대로 한국으로 갈 수도 없었다. 만약 당시의 몸상태로 한국으로 가려면 전신마취를 해야 할 정도였다고 나 할까.. 나는 생전 처음으로 자진을 생각했다. 그게 훨씬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어느 날 나는 작심을 하고 꼬자이께 공동묘지로 향했다. 죽던지 살던지 결판을 낼 요량이었다. 


지금부터 나의 기록을 있는 그대로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 내가 향한 공동묘지는 누군가의 이끌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숙소에서 100미터를 채 오가지도 못한 몸으로 1킬로미터가 더 되는 시 외곽의 묘지로 향했던 것이다. 왕복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묘지까지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고 허리를 찢는 듯한 고통을 무릅쓰고 묘지 입구에 다다랐다. 



그런 잠시 후 고개를 들고 묘지 내부로 통하는 길 끄트머리에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잠시 잊고 살던 예수의 십자가.. 당신은 힘 없이 머리를 떨군 채 내 앞에 매달려 있었고 나는 그의 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때 희한한 일이 생겼다. 



허리병 때문에 다리를 절며 걸음을 옮겨야 할 텐데 이때부터 허리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금 전까지 나를 괴롭혔던 허리의 통증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그런데 감쪽같이 허리의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나는 예수상 앞에서 몇 발자국 뛰어보기도 하고 깡충깡충 점프를 해보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리오 꼬자이께(Rio Coyhayque) 강 옆에 위치한 묘지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나는 즉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숙소까지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어 하니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하니는 물론 숙소는 환호성으로 난리가 났다. 긴가민가 했던 사람들.. 마치 거짓말처럼 허리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틀 후 허리병이 나으면 꼭 가 보고 싶었던 명소를 찾아 걸음을 옮기게 된 것이다. 돌로미티의 상징인 세 봉우리를 먼발치로 내려다보면서 리푸지오 아우론조 쉼터 곁 언덕 위에 있는 예수의 모습을 자꾸만 돌아보고 있었다. 



어느 날, 내가 만난 예수께서 내게 신유 은사를 허락한 놀라운 일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의 고향 사람들이 예수를 멀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육체와 정신체의 역할을 전혀 몰랐던 것이며, 당신께서 장차 행하실 놀라운 사역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믿음의 선조들 혹은 그 후손들이 예수를 핍박하며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도록 했을까.. 물질과 돈을 사랑하면 물질을 얻을 것이며, 하늘나라를 사랑하면 천국을 가슴에 안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당신께 진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06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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