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8. 2021

동심(童心)

#12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아이 동() 마음 심(心).. 童心, 나는 동심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



봄이 오면

_김동환(金東煥)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넛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서울에 봄이 오시면 하니와 함께 자주 들렀던 서울 강남의 대모산 자락의 풍경이다. 김동환 님이 1931년에 지으신 <봄이 오면>이라는 시와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이 이맘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작가님은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난다고 노래하셨다. 



이 시가 창작된 시기는 일제강점기 때였다. 작곡자 김동진(金東振)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 따라 불렀을 법하다. 나는 이 노래를 통해 당시를 살았던 선조님들의 마음을 넌지시 읽게 되는 것이다. 봄이 오시면 진달래꽃은 한반도는 물론 만주 땅까지 붉게 물들이던 꽃이다. 



그래서 진달래꽃을 통해 일제의 속박과 억압으로부터 지유를 찾는 모습을, 진달래꽃의 개화를 통해 노래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진달래꽃만큼 우리 정서와 어울리는 꽃도 없을 듯하여 우리나라 국화가 진달래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북조선 사람들까지 달달 외우고 있을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도 이 시기에 지어진 시였다.



진달래꽃

_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님의 시를 다시 음미해 보니 진달래꽃에 기댄 우리 민족의 정서가 오롯이 묻어난다. 청춘들의 가슴에 핀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어디 마음 둘 곳 없었던 선조님들의 애환이 진달래꽃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그로부터 90년의 세월이 흘렀고, 일제가 이 땅을 떠난 지 대략 70년 만에 대한민국의 위상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지며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우리 민족이 세계인의 가슴에 뚜렷하게 각인될 정도의 눈부신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K-방역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이 세계만방에 떨쳐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3월 7일 자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를 살펴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아래는 이탈리아 지역별 감염 사례를 나타낸 통계표이다. 참고로 이탈리아는 20개 주로 구상되어 있으며 아래 통계는 감염자 수가 많은 순위로 표시된 모습이다. 



롬바르디아(Lombardia) 주가 불명예스러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붉은 표시를 해 둔 곳이 내가 살고 있는 뿔리아(Puglia) 주의 자료이다. 괄호 속은 하루 전날의 감염자 수이며 맨 앞의 숫자는 현재까지 확진자 수를 표시했다. 현재까지 롬바르디아의 사망자 수는 28,738명에 이르고 뿔리아 주는 4,097명에 이른다. 또 이탈리아 전체 감염자(확진자) 수는 307만 명에 이른다. 


Lombardia 633.977: +4.397 casi (ieri +5.658 ) con 42.591 tamponi

Veneto 342.510: +1.229 casi (ieri +1.539) con 27.824 tamponi

Campania 285.221 : +2560 casi (ieri +2.843) con 24.393 tamponi

Emilia-Romagna 279.675: +3.056 casi (ieri +3.232) con 25.888 tamponi

Piemonte 263.249: +601.651 casi (ieri +1.793) con 15.359 tamponi

Lazio 244.169: +1399 casi (ieri +1.563 casi) con 30.777 tamponi

Toscana 164.451: +1.355 casi (ieri +1.293) con 16.738 tamponi

Sicilia 156.388: +576 casi (ieri +582) con 22.141 tamponi

Puglia 155.457: +1.155 casi (ieri +1.488) con 8497 tamponi

Liguria 80.400: + 384 casi (ieri +272) con 6.083 tamponi

Friuli-Venezia Giulia. 70.218: +466 casi (ieri +661) con 3.137 tamponi

Marche 73.111: +852 casi (ieri +836) con 5.893 tamponi

Abruzzo 57.497 : +553 casi (ieri +442) con 10.076 tamponi

P. A. Bolzano 55.324+182 casi (ieri +218) con 14.745 tamponi

Umbria 46.439: +242 casi (ieri +283) con 5.401 tamponi

Sardegna 41.745 : +95 casi (ieri +73) con 2.393 tamponi

Calabria39.370 +228 casi (ieri +293) con 2.809 tamponi

P. A. Trento 35.926+275 casi (ieri +324) con 2.794 tamponi

Basilicata 12.589: +144 casi (ieri +178) con 1479 tamponi

Molise 11.175+ 67 casi (ieri +49) con 885 tamponi

Valle d’Aosta 8.121: +7 casi (ieri +16) con 536 tamponi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의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진달래꽃을 소재로 한 김동환(金東煥) 님의 <봄이 오면>과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는가.. 사진첩을 열면 그곳에서 향수(鄕愁)가 무럭무럭 피어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를 감안하면 도무지 동심(童心)을 소환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진달래꽃이 곱게 핀 대모산 산자락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잘 닦아둔 면경같이 맑아지는 것이다. 



하니와 함께 봄맞이에 나섰던 이날,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한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의 지도로 산책을 나왔다. 아이들에게 산 교육을 하고 있는 귀중한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나의 유년기를 소환해 보면 개울만 보이지 않지 너무 쏙 빼닮은 장면이다.(ㅋ 귀연 녀석들 ^^) 아이들의 가슴에 안긴 진달래꽃.. 



장차 이 아이들은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이때 만난 진달래꽃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브런치 이웃 해윤이 작가님도 공부방을 운영하며 무시로 야외로 나가 자연체험 학습을 병행하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하루 종일 공부에 내몰리는 동안 가슴에서 지워질 동심을 되찾는 절호의 기회가 이맘때 산기슭에 널려있는 것이다. 앞에서 만난 두 시인은 시를 읊어보면 어른이 되어도 해맑은 동심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세파가 제 아무리 거셀지언정 동심까지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어른이들이 찾아야 할 진정한 삶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넛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Ecco come arriva la primavera_il Monte DEMO, Seoul COREA
il 08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봄처녀 제 오셨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