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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9. 2021

돌아오지 않는 강(江)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봄맞이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둬야 할까..?!!



   높다란 담벼락 위에 선인장이 길게 드러누운 이곳은 피에솔레(Fiesole)로 가는 길 입구의 풍경이다. 딱 이맘때(3월 10일) 하니와 나는 피렌체 시내서 피에솔레로 봄맞이를 떠나는 것이다. 시내 중심에서 피에솔레까지 거리는 대략 1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이므로 왕복 2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근거리지만 우리에게 교통편은 별로 반갑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웬만한 거리를 모두 발품을 팔고 다닌다. 이렇게 싸돌아 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파김치가 된다. 샤워를 마치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단잠에 빠져드는 것이다. 오래된 습관이다. 



이날 우리가 피에솔레로 목적지를 정한 건 나의 제안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피렌체의 모 리스또란떼에서 일을 하면서 다녀온 이곳의 경치는 토스카나의 주도 피렌체는 물론 토스카나 주에서 느낀 풍경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피에솔레는 피렌체의 부속 도시로 인구는 대략 1만 5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14세기 때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 도시는 피렌체에 늘 삐딱한 시선을 보낸 가장 배타적인 도시였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은 토스카나 주 혹은 이탈리아 중부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알려질 정도이다. 이 도시의 역사는 기원전 4세기 때부터였으며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의 남쪽 경사면에 세워진 가장 중요한 도시로 알려졌다. 콧대가 센 것은 이유가 있었다. 기원전 3세기부터 로마의 동맹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피에솔레는 피렌체에 잡아먹히며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발길을 옮기고 있는 이곳은 피에솔레의 부자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담벼락은 성곽을 연상케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담장을 이렇게 높이 쌓는지.."라며 이들의 속내를 궁금해했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처럼 반도 국가이면서 잦은 침탈에 시달린 나라이며 오늘날 이탈리아를 이룬 통일 이탈리아 이전까지 뺏고 빼앗기는 싸움을 일삼은 나라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외지인들에 대해 배타적인 시선을 보내며 함부로 속을 내보이지 않았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이민족으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을 받았다. 어떤 사람들은 외침을 받은 수가 993회 또는 1000번 이상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담장 문화는 나지막하고 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렇게 많이 당하고 살았으면 문을 걸어 잠그고 담장까지 높다랗게 쌓을 것 같지만, 우리는 이웃에 대해 늘 가슴을 널어놓고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참 착한 민족이자 선조님들이셨다. 



그렇다면 이토록 높은 담벼락을 쌓은 사람들은 코로나비루스(COVID-19))까지 잘 막아내고 있을까.. 2021년 3월 8일 자 이탈리아(토스카나 주 피렌체)의 코로나 성적표를 살펴보면 이렇게 높은 담장은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그저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거나 이웃을 경계하는 하나의 징표처럼 보일 뿐인 것이다.



Lombardia 28.790 (+52) Veneto 9.980 (+12) Campania 4.505 (+41) Emilia-Romagna 10.827 (+50) Piemonte 9.511 (+16)  Lazio 6.064 (+22) Toscana 4.816 (+22) Sicilia 4.254 (+19) Puglia 4.122 (+25) Liguria 3.689 (+2) Friuli-Venezia Giulia 2.929 (+19) Marche 2.338 (+4) Abruzzo 1.813 (+12) P. A. Bolzano 1.063(+4) Umbria 1.110 (10) Sardegna 1.184 (+1) Calabria 706 (+1) P. A. Trento 1.222 Basilicata 380 (+1) Molise 379 (+1) Valle d’Aosta 417 (0)




토스카나 주의 감염자 수를 빨갛게 표시했다. 어제 보다 22명이 더 늘어난 수이다. 그리고 뉴스에 나타난 토스카나 주의 코로나 성적표를 찾아봤다. 지난 24시간 동안 토스카나 주는 1.355건의 감염자 발생했으며 증가폭은 두 배였다. 오늘자 코로나 감염자 수는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이다. 대략 사정이 이러하므로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이 뜸할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난해 3월의 경우 코로나 때문에 피렌체는 죽음의 도시처럼 텅 빈 채로 버려졌을 정도였다. 피렌체서 민박업을 하는 우리 교민들의 수는 대략 30여 곳으로 알려졌는데.. 다들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오는 11월을 걱정할 정도로 코로나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강(江)


   서기 2021년 3월 8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봄비가 주룩주룩 보슬보슬 오시고 있다. 봄을 재촉하는 하늘의 바람이 가득하다. 노트북을 열어 사진첩을 뒤적여 보니 피에솔레로 가는 기의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의 풍경을 돌아보니 꽤 오래전에 좋아했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_River of No Return)>이 단박에 떠올랐다.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주연한 이 영화는 미국의 서부 침탈이 한창이었던 배경을 담은 것으로, 돌아오지 않는 강에 뗏목을 타고 가면서 남녀 주인공이 거센 물살과 원주민(인디언)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마릴린 먼로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다. 





River of No Return

Marilyn Monroe


If you listen you can hear it call
Wail-a-ree [wail-a-ree]
There is a river called THE RIVER OF NO RETURN
Sometimes it's peaceful and sometimes wild and free!
Love is a trav'ler on THE RIVER OF NO RETURN
Swept on for ever to be lost in the stormy sea
Wail-a-ree I can hear the river call [ no return, no return ]
Where the roarin' waters fall wail-a-ree
I can hear my lover call come to me [ no return, no return ]
I lost my love on the river and for ever my heart will yearn
Gone gone for ever down THE RIVER OF NO RETURN
Wail-a-ree wail-a-re-e-ee
She'll/He'll never return to me! [ no return, no return, no return ]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그곳에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고 불리는 강이 있어요.

어떤 때는 평화롭고 어떤 때는 거칠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하지요.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 강에 있는 여행자랍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영원히 길을 잃고..

강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아..

로어린의 물이 떨어지는 곳..

내 사랑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아..

내 사랑은 강으로 떠났고 내 마음은 영원히 갈구할 겁니다.

돌아오지 않는 강 하류로 멀리 떠나버린 내 사랑..

그는 절대로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아..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에 삽입된 마릴린 먼로의 노래를 번역(역자 주)하다 보니 돌아오지 않는 강이 무엇인지 가슴에 다시 콕 박힌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둬야 할까.. 하니는 피에솔레로 이어지는 높다란 골목길을 걸으면서 수첩을 꺼내 들고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 피렌체는 물론 피에솔레로 다시 돌아갈 계획도 없으며 그럴 시간적 공간적 여유 조차 없다. 이탈리아의 코로나는 우리 말목을 붙잡았고 우리의 인생 후반전 이정표는 토스카나 주를 가리키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연어처럼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우리의 족적을 기록으로 남긴 덕분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거슬러 피에솔레로 봄맞이 소풍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그곳에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고 불리는 강이 있어요.

어떤 때는 평화롭고 어떤 때는 거칠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하지요.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 강에 있는 여행자랍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영원히 길을 잃고..

강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아..

로어린의 물이 떨어지는 곳..

내 사랑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아..



내 사랑은 강으로 떠났고 내 마음은 영원히 갈구할 겁니다.

돌아오지 않는 강 하류로 멀리 떠나버린 내 사랑..

그는 절대로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애태우고 있는 심정이 노랫말에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오늘따라 그녀가 유난히도 보고싶다. 이런 날.. 왜 하필이면 봄비는 오시는지 모르겠네. <계속>


La primavera fiorentina del Rinascimento_FIESOLE
il 09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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