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0. 2021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여행지

#75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여정(그 남자의 기록) 중에서



기적은 그런 것이었다. 누군가의 이끌림에 의해 공동묘지에 도착했을 때 어린왕자의 등장처럼 내 앞에는 십자가에 매달리 예수님이 고개를 떨구고 처연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게 전부였다. 기적적으로 소생한 나의 손에는 여전히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사순절을 맞이하여 당시 카메라에 담았던 장면 전부를 편집해 놓고 보니 당시의 심정이 오롯이 되살아 났다. 

그때 그 남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부활한 한 남자 사람이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현장에서 인증숏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남미 파타고니아 땅에 있었지만 절치부심 우여곡절 끝에 하니와 나는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중언부언.. 했던 말 또 하고 또 우려먹어도 그저 감사하고 신기할 뿐이다. 삶의 시간을 계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현상과 사람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추억이 없었다면.. 나의 취미가 '사진'이 아니었더라면 코로나 시대는 얼마나 암울했을지 모른다. 코로나 시대에 나 혼자 이탈리아에 고아처럼 버려졌다고 생각하면.. 실로 끔찍한 일이다. 이탈리아 반도 전체에 문화유산과 절경이 널렸다고 한들 혼자 싸돌아 다니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며 무슨 즐거움이 배어날까.. 




영상,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가는 길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여행지


   서기 2021년 3월 18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매우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이런 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코로나 시대에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싹 마음도 내키지 않는다. 몇일만에 한 번씩 들르게 된 이곳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풍경들은 봄이 무릎 이상까지 차고 넘치는 듯했다. 오래된 대리석 건물 틈바구니에서 꽃을 내놓은 녀석들이 나를 내려다보며 반갑다고 소리를 지른다. 나를 알고 있는 시장 상인들 중에는 나의 등장에 V자를 그리며 잠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시장에는 햇딸기 등 제철 야채가 수북이 쌓여있고 활기를 보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얼굴에는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고 있고, 과일과 야채를 만질 때도 반드시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하게 된다. 누군가 어쩌다 맨손으로 만지면 그 즉시 "Le Mani!.., 손대지 마세요"라며 호통이 내려진다.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문화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시장에서 싱싱한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 3킬로그램(2유로)과 프라골라(Fragola, 딸기) 2 킬로그램(3유로)을 구입했다. 제철 딸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과채류로 불리기도 한다.)이다. 요즘 내가 즐길 수 있는 건 몇 가지 안 된다.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진득하게 통화를 하는 것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소중한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과 함께 유튜브나 브런치를 둘러보는 일 등이 그것이다. 


오늘 하루는 잠시 바쁘게 지냈던 가운데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난 다음 유튜브를 열어 대한민국 소식을 둘러보는데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내용을 끝까지 시청해 보니 불행한 삶이 그려진 비극이 담겨 있었다. 제목만 보면 비극이 아닌 건 같지만 여간 큰 비극이 아니었다. 한 인간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 것이다. 내용은 이랬다. 



혼수상태에서 6개월 만에 깨어난 환자 


 어느 날 6개월 만에 깨어난 환자의 일성 때문에 그를 지켜보던 의사는 물론 간호사와 주변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이야기의 출처는 책 제목 <사람을 살린다는 것>에서 나온 이야기이며 [황소자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으로 알려졌다. 이 이야기를 경험한 의사는 마취과 의사(전문의)이며 당시에는 전공의(Resident) 시절이라고 전한다. 즉 레지던트 시절에 경험한 실화를 한 편의 글에 담은 것이다. 그의 이름은 '닥터 롭'이었다. 그의 증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응급실에서 밤 10시쯤에 구급차의 매우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응급환자가 들어오게 된다. 응급대원들은 아주 빠르게 환자를 침대에 싣고 응급실로 뛰어들어 왔다. 그리고 당직의사 롭이 보는 순간 놀라고 만다. 굉장히 중한 환자라는 걸 첫눈에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환자는 머리와 얼굴 부위에서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고, 팔다리에도 굉장히 심한 골절상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심각한 환자였던 것이다. 이렇게 심하게 다친 환자는 중년 여성이었으며, 응급 대원들이 뛰어들어오면서 환자를 발견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녀는 8층에서 뛰어내린 환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편이 따라 들어왔는데 남편도 똑같이 환자는 8층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너무 심하게 다친 환자 때문에 모든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달라붙었다. 다행인지 그 환자는 8층에서 뛰어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도 얼굴도 심하게 다친 그녀.. 또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만신창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숨이 끊기지 않은 것이다. 그것을 본 의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모든 과(科)의 의사들이 달라붙은 것이다. 



그리고 먼저 인공호흡을 통해서 환자의 호흡을 유지한 상태로 검사를 진행했다. 그 다음 곧 바로 수술방으로 옮겨졌다. 당시 수술방에서 이 환자의 마취를 맡은 의사가 '닥터 롭'이었던 것이다. 그때 함께 참여한 의사들은 신경외과 전문의, 정형외과 전문의, 일반외과 전문의, 성형외과 전문의, 이비인후과 전문의 그리고 심혈관계 전문의 그리고 치과의사까지 참여했다 거기에 마취과 의사 등 많은 의료진들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 수술이 보통 힘들고 긴 게 아니었다. 수술할 곳이 너무 많아 자그마치 수술 시간은 24시간 이상이나 걸렸던 것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수술을 하면 수술 후유증 때문에 견뎌낼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마취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싶은 의문까지 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산택은 어쩔 수 없었고 수술은 24시간 이상이 경과한 것이다. 



결국 그녀는 수술이 끝난 후 혼수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게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의식이 깨어나지 못한)에서 숨만 겨우 연명하며 시간이 지났다. 그때부터 2주까지 닥터 롭은 이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돌봤다. 그 후 닥터 롭은 이 환자 곁을 떠나서 다른 부서로 옮겨지게 됐다. 그리고 이 환자는 기억에서 멀어지게 됐다.



그런 어느 날, 2달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다음 우연히 닥터 롭은 자기가 처방했던 환자들을 다시 돌아보다가 아직도 이 환자가 두 달 동안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중환자실에 가 봤더니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혼수상태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수많은 의사들이 그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이때 닥터 롭은 이런 생각을 했다.


"정말 자살하려고 뛰어내린 이 환자.. 죽겠다고 뛰어내린 이 환자를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살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닥터 롭은 이 환자가 깨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이 환자는 조금씩 매우 천천히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마침내 의식까지 회복되면서 마지막 순간에는 목에 끼고 있던 호흡기를 떼어내는 순간까지 다가온 것이다. 



그 순간은 거의 반년 동안 누워 지내던 다음 순간이었다. 그때 의료진들은 너무 기뻐했다. 이 환자도 호흡기를 떼는 순간에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내뱉은 첫마디가 그녀 주변의 의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8층에서 남편이 나를 밀었어요..!! 8층에서 남편이.. ㅜ"



누군들 이 환자의 말을 듣고 경악하지 않을까..(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그런 직후 며칠 만에 그녀의 남편은 구속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 이후 닥터 롭은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는 "정말 자살하려고 뛰어내린 이 환자.. 죽겠다고 뛰어내린 이 환자를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살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 그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만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위 글의 출처는 [리얼스토리] 환자를 통해서 큰 깨달음을 얻은 어느 의사의 이야기이다. 영상에 담긴 구어체를 문어체로 약간 각색을 했다. 저자 닥터 롭과 당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의사(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의사와 환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병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 절말 옳은 말씀이다. 내가 리얼스토리를 편집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다. 이야기 속의 실제 여주인공의 상태는 비록 말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는 매우 호전된 상태이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거동이 불편한 것을 알 수가 있다. 



   오늘 포스트 제목을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여행지라고 썼다. 그곳이 반드시 돌로미티가 아닐지라도 당신이 살고 있는 뒷동산이면 어떻고 가까운 개울가나 먼 산이나 바닷가면 또 어떠랴.. 코로나 시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어디든지 떠나고 싶어 한다. 인용한 글에서 남편이 저지른 인면수심의 나쁜 짓은 그녀의 육체만 망가뜨린 게 아니라 그녀의 삶을 통째로 앗아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불행한 삶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여전히 집콕을 하시는 분들이나 할 수밖에 없는 분들에게.. 그 어디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곳으로 떠나시길 권유해 드린다. 너무 아름다운 계절이다. 한국에 가 있는 하니는 요즘 다시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손 놓았던 '당신이 꿈꾸었던 일'이 재개된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그림 그리기와 꼭 가 봐야 할 여행지 때문이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19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그 남자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