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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2. 2021

별리(別離) 150일에 꾼 이상한 꿈

#76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상징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 앞에서..!!



지난 여정(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여행지) 중에서



그곳이 반드시 돌로미티가 아닐지라도 당신이 살고 있는 뒷동산이면 어떻고 가까운 개울가나 먼 산이나 바닷가면 또 어떠랴.. 코로나 시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어디든지 떠나고 싶어 한다. 인용한 글에서 남편이 저지른 인면수심의 나쁜 짓은 그녀의 육체만 망가뜨린 게 아니라 그녀의 삶을 통째로 앗아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불행한 삶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여전히 집콕을 하시는 분들이나 할 수밖에 없는 분들에게.. 그 어디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곳으로 떠나시길 권유해 드린다. 너무 아름다운 계절이다. 한국에 가 있는 하니는 요즘 다시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손 놓았던 '당신이 꿈꾸었던 일'이 재개된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그림 그리기와 꼭 가 봐야 할 여행지 때문이다.




별리(別離) 150일에 꾼 이상한 꿈


   서기 2021년 3월 21일 일요일 저녁나절(현지시각), 희한한 꿈을 꾸었다. 오늘 아침에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봄맞이를 나섰다. 이곳에서 겨울을 두 번 보내는 동안 현지의 날씨를 나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목적지는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가기 전에 운동 겸 산책 삼아 자주 다니던 곳을 결정했다. 



그곳은 지난해 코로나를 피해 산책을 다니던 곳이기도 했다. 집에서부터 10분 이내 아드리아해가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도착할 것이며, 목적지는 길어봤자 왕복 거리 3시간이면 족할 것이다. 시의적절했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언덕 위에는 꽃다지와 꽃양귀비 등 이맘때 꽃을 내놓는 풀꽃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꽃잎을 내놓고 있었다. 늘 바라보던 풍경.. 



하지만 큰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봄이 무릎 이상까지 차 올랐지만 다른 때와 달리 허전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내가 그림자가 되던지 그녀가 그림자가 되던지 둘 중에 한 사람은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음료수를 챙겨 넣고 돌아본 바닷가는 파도가 넘실댓다. 인적이 드문 바닷가.. 



그곳에도 썰렁함이 묻어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은 시내 중심으로 가 봤다. 일요일에도 일부 카페는 문을 열기 때문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시내 곳곳에 카페를 열어놓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턱 밑까지 내린 채 꼬르네또(Cornetto)를 뜯어먹으며 에스쁘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줄을 지어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조금 전까지 맥주를 마시고 싶었던 생각이 점차 달아나기 시작했다. 굳이 줄을 서서 맥주를 마셔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어 집에서 가까운 카페를 찾았더니 웬걸.. 그곳은 문을 닫았다. 



갈증을 안고 돌아온 나는 곧바로 샤워 직후 아점을 준비했다. 그런 잠시 후 하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휴대폰)를 붙들면 긴 통화가 이어진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미주알고주알.. 통화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게 코로나 소식이자 백신 접종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유럽에서 제기되고 있는 3차 팬데믹이 무엇보다 두려운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빠른 시간에 백신 접종을 해도 다시 이탈리아행 비행가를 타는 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날이 갈수록 엉망진창이다. 3월 21일(현지시각) 현재 감염자 수는 20,159명이며 사망자 수는 300명이다. 한풀 꺾이는 듯 하향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대비 대략 3.5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한국에서 백신 접종을 최대한 빨리한다고 해도 4월은 지나야 하고 자칫 5월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게 현재 상황인 것이다.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23일에 코로나를 피해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바 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어느덧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우리의 별리 여행 날 수가 150일에 이른 것이다. 



그녀와 통화가 끝난 후에야 아점을 먹었다. 피로와 식곤증이 동시에 몰려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와 나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작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곳은 모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잠을 청하기에 마침맞은 장소였다. 나는 그곳에 텐트를 쳐 놓고 잠자리를 살폈다. 그런 잠시 후 텐트 바깥에서 서성거리는 그녀를 불러 잠자리에 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공간이 좁은 텐트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곧 편안해했다. 나는 당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텐트 한쪽에 거꾸로 누웠다. 텐트 입구가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당신을 위한 배려였다. 우리는 불편한 잠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나는 자꾸만 텐트 바깥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잠결에 일어나 텐트 바깥을 살폈더니 그곳에 나의 보조 배낭이 굴러 떨어져 있었다. 좁은 공간에 연출한 야영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까.. 배낭을 챙기는 동안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야영을 할 생각이었다. 나는 다시 그녀가 누워있는 텐트로 다가갔다. 그런데 당연히 잠들어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내 몸이 침대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것이었다. 

그녀 꿈에 내가 보인 것일까.. 그런 직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별리는 결코 짧지 않은 150일.. 코로나가 우리의 꿈에 나타난 것인지 우리의 꿈에 코로나가 나타난 것인지.. 사진첩에는 돌로미티의 상징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장엄한 세 봉우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 이어진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21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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