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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4. 2021

Le Dolomiti_돌로미티의 시간

#77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다시 돌로미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탈리아가 코로나 시대를 마감하려는 것일까..  서기 2021년 5월 23일 저녁 무렵(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왁자지껄 시끄럽다.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겹쳐 무슨 잔칫날 같이 떠들썩하다. 모처럼 카페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도시는 활기를 되찾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카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잡담을 나누며 좋아한다.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최근 들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3.995명)와 사망자 수(72명)는 눈에 띄게 줄었다. (Coronavirus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23 maggio: 3.995 nuovi casi e 72 vittime) 놀라운 일이다. 아주 가끔씩 구급차가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것을 빼면 코로나 시대 이전의 분위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며 집 앞 공원도 개방했다.


영상, Le Dolomiti_돌로미티의 시간




이런 분위기는 곧 내게로 전염되어 지난 3월 21일 이후 중단되었던 돌로미티 여행기(기록 돌로미티 19박 20일)를 재개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여행기가 중단되었던 이유는 다름 아니다. 사진첩을 열면 등장하는 하니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것이다. 



그리움으로 포장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게 어느덧 150일이 경과하면서 코로나에 서서히 지쳤다고나 할까.. 그녀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난 지 어느덧 만 7개월을 채웠다. 7개월 만에 이탈리아의 코로나 19 상태가 매우 호전되어 별리(別離) 150일에 꾼 이상한 꿈 편에 이어 무뎌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Le Dolomiti_돌로미티의 시간


불과 두 달 전에 관련 브런치에 쓴 기록을 살펴보니 마치 딴 나라의 상황을 써둔듯 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빠른 시간에 백신 접종을 해도 다시 이탈리아행 비행가를 타는 시간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날이 갈수록 엉망진창이다. 3월 21일(현지시각) 현재 감염자 수는 20,159명이며 사망자 수는 300명이다. 한풀 꺾이는 듯 하향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대비 대략 3.5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한국에서 백신 접종을 최대한 빨리한다고 해도 4월은 지나야 하고 자칫 5월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게 현재 상황인 것이다.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23일에 코로나를 피해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바 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어느덧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우리의 별리 여행 날 수가 150일에 이른 것이다. 



하니가 한국으로 떠난 지 5개월 째 되던 날 기록에 "5월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5월 말이며 곧 6월이 다가오는 것이다. 말이 씨가 되어 얼추 맞추긴 했지만 그녀의 상황은 아직 멀었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있어서 빨라도 6월 중이나 7월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를 상황인 것이다. 말도 글도 씨가 되는 일은 삼가야 할까.. 두 달 전에 썼던 별리(別離) 150일에 꾼 이상한 꿈에 이렇게 썼다. 꿈 이야기였다.



그녀와 통화가 끝난 후에야 아점을 먹었다. 피로와 식곤증이 동시에 몰려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와 나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작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곳은 모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잠을 청하기에 마침맞은 장소였다. 나는 그곳에 텐트를 쳐 놓고 잠자리를 살폈다. 그런 잠시 후 텐트 바깥에서 서성거리는 그녀를 불러 잠자리에 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공간이 좁은 텐트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곧 편안해했다. 나는 당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텐트 한쪽에 거꾸로 누웠다. 텐트 입구가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당신을 위한 배려였다. 우리는 불편한 잠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나는 자꾸만 텐트 바깥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잠결에 일어나 텐트 바깥을 살폈더니 그곳에 나의 보조 배낭이 굴러 떨어져 있었다. 좁은 공간에 연출한 야영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까.. 배낭을 챙기는 동안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야영을 할 생각이었다. 나는 다시 그녀가 누워있는 텐트로 다가갔다. 그런데 당연히 잠들어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내 몸이 침대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것이었다. 



불과 두 달 전의 기록을 살펴보니 적지 않은 외로움을 느꼈을까.. 꿈속에서 조차 그녀의 행방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앉는데 김칫국물을 마시는 격이 됐다. 그리고 다시 열어본 돌로미티 사진첩 속에는 웅장하고 장엄한 모습의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의 세 봉우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새 봉우리를 지나 리푸지오 아우론조 쉼터(Rifugio Auronzo alle Tre Cime di Lavaredo)에서 다음 여정을 준비 중이다.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은 명소에서 세 봉우리와 주변의 풍광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편 한국에 가 있는 그녀로부터 날아온 통화 음색은 성냥팔이 소녀를 닮았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견우의 역할을 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직녀의 역을 맡아 통화할 때마다 당신의 꿈을 날려 보내는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당신이 죽기 전에 완성하고 싶었던 그림 그리기와 함께 돌로미티 여행을 빼놓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여정은 미지수이다. 그녀가 이탈리아로 돌아오면 그림 그리기는 당장에 재개될 것이나, 돌로미티 여행은 쉽지 않거나 겉핥기에 지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돌로미티의 봄이 막 시작되었고, 9월이면 가을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그녀와 함께 누렸던 첫눈이 자꾸만 겹쳐 보인다. 코로나 시대가 만든 우여곡절이 우리네 삶을 마구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청춘이면 모를까.. 아니 청춘은 물론 안 청춘의 하루는 금쪽같은 시간들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가 끝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기가 그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 세계여행을 하는 동안 가슴에서 지우지 못하는 곳이 두 곳이었다. 파타고니아와 돌로미티.. 



아우론조 산장에서 바라본 세 봉우리가 다시 나를 부른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TRE CIME DI LAVAREDO
Scritto_il 24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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