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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1. 2021

눈이 즐거운 알록달록한 풍경

-생기도는 바를레타 재래시장의 봄 풍경

우리는 언제쯤 행복해지는 것일까..?!!



   브런치를 열면 맨 먼저 눈에 띄는 풍경.. 알록달록한 과일과 야채가 수북이 쌓인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Mercato di San Nicola)의 3월 19일 오전(현지시각) 풍경이다. 도시가 크지 않은 관계로 집에서부터 이곳까지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족한 거리이다. 나는 이곳에서 무시로 과일과 야채 혹은 생선 등을 구입한다. 


이날 최근에 두 번째 방문 했는데 그동안은 사람들이 덜 붐비는 대형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곤 했다.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낸 얄궂은 습관이 생긴 것이다. 시내에 볼 일도 볼 겸 모처럼 들른 재래시장은 생기가 돋았으며 좌판에 진열된 싱싱한 과일과 야채는 물론 선도가 좋은 알리체(le alici)까지 등장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런 풍경을 너무도 좋아했다. 이날 담아온 영상을 열어보면 함께 시장에 들른 느낌이 들며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영상, 눈이 즐거운 산 니꼴라 재래시장 풍경





바를레타 재래시장 어물전에서 만난 멸치 닮은 생선


   서기 2021년 3월 20일 오전(현지시각), 이곳 바를레타는 새벽부터 봄비가 오시더니 글을 쓰는 지금까지 추적추적 도시를 적시고 있다. 사진첩을 열어놓고 먼저 영상을 편집해 놓고 보니 기분이 점점 더 좋아지는 거 있지.. 희한한 일이다. 어떤 때는 빗소리가 지겹더니 어느덧 친근해진 것이다. 이날 시장에서 담아온 멸치처럼 생긴 녀석들을 눈여겨 봐 주시기 바란다. 크기가 딱 멸치만 하다.



   선도가 뛰어난 녀석들은 아츄게(acciughe, 멸치)가 아니라 알리체(le alici, 멸치)라는 이름을 가졌다. 둘 다 멸치다. 그렇다면 아츄게와 알리체는 어떻게 다를까.. 녀석들은 이탈리아에서도 그게 그것인 것처럼 혼동되었다고 한다. 생긴 모습이 워낙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녀석들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 생선(멸치도 생선이니까..ㅋ)을 파란 물고기(il pesce azzurro, 청어(La sardina))라 부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청어와 다른 족속들이다. 


이곳 이탈리아에서 잡히는 청어 속 물고기들은 몸통에 비늘이 있고 복부에 은색 비늘이 있는 작은 물고기를 말한다. 이렇게 분류된 물고기들은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고등어, 정어리, 삼치, 전갱이, 연어 참치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고 보니 엘리체도 등 푸른 생선이다. 그래서 겉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이탈리아의 한 전문 사이트 마리나이를 방문해 아래 인포그래픽(L’infografia)을 챙겨봤다. 



이를 통해 정어리 혹은 '멸치 또는 멸치'.. 라 불리는 이 생선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드러났다. 두 종류의 생선을 비교한 그래픽을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정어리(La sardina)에는 황금빛 색조와 붉은색의 색조가 묻어난다. 정어리의 크기는 보통 20~25센티미터이나 알리체는 15~18센티미터로 더 작은 크기로 알려졌다. 두 생선의 진짜 차이점은 입 안에 있다. 

정어리에는 날카로운 주둥이와 눈 아래에서 끝나는 턱이 있고, 아랫부분은 윗부분보다 약간 높다. 그래픽을 살펴보면 알리체의 입은 약간 뾰족하고 아래로 처진 반면, 정어리는 입이 약간은 하늘로 향하고 있다. 또한 정어리는 눈을 아래로 향하고 있어서 위로 향한 알리체와 비교가 된다. 그리고 알리체는 날씬하고 정어리는 약간 뚱뚱한 편이다. (흠.. 눈썰미 하나면 알 수 있는 것을 꽤 긴 시간 녀석들의 정체성을 털고 있다.ㅜ) 



나의 관심사는 이런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 맛이며 영양가이다. 나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아츄게라고 하면 흥~! 하고 콧방귀를 뀌게 된다. (맛 짜가리도 맛 짜가리도.. ㅜ) 하지만 녀석들의 생김새로 보아 멸치나 등 푸른 생선이 가진 효능이 있을 것이다. 


등 푸른 생선에는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EPA와 DHA 농도가 높아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중성 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므로, 잘 먹어주면 건강식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날은 녀석들을 장바구니에 담지 않았다. 한창 제철이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떨어지면 구입해 요리를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풍경 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눈이 즐거운 한 풍경



자료사진의 가격 표시는 킬로그램 당 가격이다. 0,5유로/kg이므로 2킬로그램에 1유로이다. 이하 참고 바람..!


나는 이곳 바를레타 재래시장이든 피렌체의 산타 암브로지오 재래시장에 가든 야채와 과일을 쌓아둔 알록달록한 풍경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시장에서 팔고 있는 제철 과일과 채소는 내가 나타나는 즉시 "아더찌~ 저요 저요!! ㅋ"하며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에는 그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었으며 음식의 색깔에 따른 음양오행(陰陽五行) 상의 조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원리로 우리 몸을 보호한다는 것.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런 원리를 깨우쳤다고 해서 누군가 챙겨주지 않는다면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 그런데 요리 공부를 시작하고 실전에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는 그 자체로 '보약'임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Ippocrate)나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자 허준 선생께서도 식재료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몸소 실천해 보이기도 했다. 당신께서는 보감을 펴 내기 전에 세 가지 원칙을 세우셨다고 한다. 


첫째, "병을 고치기에 앞서 수명을 늘리고 병이 안 걸리도록 하는 방법을 중요하게 여긴다."

둘째, "무수히 많은 처방들의 요점만을 간추린다."

셋째, "국산 약을 널리, 쉽게 쓸 수 있도록 약초 이름에 조선 사람이 부르는 이름을 한글로 쓴다."



이런 원칙 혹은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사상이 적지 않은 혼란을 일으켰다. 자신의 몸과 태어난 장소(땅)는 하나이므로 같은 땅에서 산출된 것이라야 당신의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의 생각도 같거나 비슷할 것이다. 특히 하니는 양념류에 대해서 토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생겼다.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고난 다음부터 그런 생각들이 어느덧 사라지게 된 것이다. 보감은 주로 중국에서 들여온 약재와 음역 한 어려운 이름들이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한글로 편찬되었고, 식재료 각각의 효능이 일목 요연하게 알려지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당신의 사상체질(四象體質) 등에 따른 몸에 맞는 식재료를 잘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먼 나라 이탈리아 반도에서 조차 별로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우리처럼 세심하게 따지려 드는 게 아니라, 그들 선조들이 먹어왔던 식습관 등에 따라 식재료를 선택하고 다양한 요리법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그리스 문화가 아직까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이탈리아 남부는 대략 기원전 460년~기원전 370년까지 살았던 히포크라테스의 영향권이었다. 서로 다른 땅에 살았던 동서양인들이 음식문화에 관한 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나 할까.



바를레타 재래시장은 물론 우리나라의 가락시장 등 과일과 야채를 쌓아둔 곳은 으레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특히 움츠렸던 겨울을 지나 봄이 오시면 만물에 생기가 깃드는데.. 한 요리사의 눈에 비친 알록달록한 풍경 조차 생기를 돌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날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와 딸기(Fragola)를 구입했다. 식재료의 색깔로 보면 붉은색과 초록색이 내 눈에 띈 것이자 제철 과일인 딸기가 너무 먹고 싶었다. 



우리가 말하는 '컬러푸드'에 따르면 붉은색에 들어있는 라이코펜(Lycopene_Licopene) 성분이 혈관을 튼튼히 해 주고 면역력을 증가시켜 주며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하므로, 소중한 나의 몸이 간절히 원했던 것일까. 아울러 초록색의 엽록소는 피로를 풀어주며 신진대사를 돕고 혈액을 만들며 세포 재생을 돕는다고 하므로 100년은 살 수 있게 됐다. 하하.. 



봄나물에는 암 발생을 낮추는 비타민 베타카로틴(β-Carotene)이 풍부하다고 하므로 코로나 시대에 마침맞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널린 알록달록한 야채와 과일이 우리 몸에 생기를 돋우는 역할을 하며 나를 반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취재된 사진과 영상에서 재밌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곳 시장 상인들 몇몇은 내가 나타나면 손으로 V자를 그려 보이며 포즈를 취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카메라에 환장을 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이다. 그게 문제는 아니었다. 어떤 친구는 카메라 앞에서 마스크를 내려 얼굴의 표정을 보이는 것이다. 속으로 "이러시면 안 되옵니다"라고 말했지만, 성격 좋은 이들은 내 마음과 전혀 다르다. 또 얼마나 지겨웠겠는가. 하지만 이탈리아여.. 제발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지난겨울 내내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몇 번 정도 발걸음을 옮겼을 뿐 시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시장이 폐쇄되기도 했으며 어떤 때는 필요 이상(?)의 거리두기가 이어졌으므로, 상인들 다수는 시장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은 마스크를 벗은 상인들이 다수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는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끝으로 눈이 즐거운 알록달록한 풍경을 마무리하도록 한다.



   서기 2021년 3월 19일 자(현지시각),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여전히 참담하다. 신규 감염자 수는 25,735명이고 사망자 수는 386명이었다. 자고 나면 매일 같이 엄청난 수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 따라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3차 팬데믹에 따른 조치를 발표했다.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보내온 메일에 따르면 부활절 연휴(4.3~5) 기간 동안 전국에 적색경보(Zona Rossa)를 지정(Zona Bianca 지역은 제외)했다. 다만, 부활절 연휴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3.15~4.2 및 4.6)은 황색경보(Zona Gialla)오렌지경보(Zona Arancione) 지역에 한해 같은 도시(Comune) 내 타 가정 방문을 가능케 했다. 사정이 대략 이러한데 알록달록한 시장의 풍경이 생기를 얼마나 돋웠으면,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고 카메라에 덤벼들었을까.. 


La primavera del mercato tradizionale di Barletta PUGLIA
il 20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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