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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6. 2021

겹벚꽃에 취하면 약(藥)도 없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 노바라 성의 봄맞이

대한민국은 복 받은 나라가 틀림없다..!!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 노바라 시에 위치한 노바라 성(Castello di Novara)이다. 밀라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성은, 봄이 오시면 성곽(해자) 주변에 겹벚꽃이 만개해 시민들의 마음을 마냥 들뜨게 만들곤 한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이곳은 여러 번 들렀던 곳으로 숙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었다. 당시 나는 노바라 성에 매료되었는데 이탈리아에 산재한 다른 성과 같이 건축술이 뛰어났다. 



잘 구운 붉은 벽돌로 촘촘히 쌓은 성은 주변의 해자와 잘 어울려 난공불락의 성처럼 보였다. 성 주변에 다가서면 이 성을 축조한 사람들의 환영이 보이고 반듯하게 잘 지은 성의 질감이 나를 매료시켰던 것이다.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성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 잠시 쉬는 휴식이 주어지면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그때 만난 봄맞이 풍경이 이탈리아에 흔치 않은 겹벚꽃이었다. 그 현장을 통째로 공유하기로 한다. 





겹벚꽃에 취하면 약(藥)도 없다



   서기 2021년 3월 26일 새벽 2시(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정적에 휩싸였다. 세상이 진공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사방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이런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사람은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 저녁나절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가 한밤중에 깨어난 것이다. 비록 숙달된 독수리 타법이 잡음을 내고 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마치 딴 별에 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컴을 열면 맨 먼저 돌아보는 게 지난 24시간 동안 일어난 코로나 19 소식이다. 요즘 나의 브런치에서 매일 보게 되는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참혹한 상태이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으면 다시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듯, 어제(25일) 하룻만도 감염자 수는 23.696명이고 사망자 수는 460명으로 집계됐다. (Le ultime notizie sul Coronavirus Covid-19 in Italia e nel mondo e i dati di oggi, giovedì 25 marzo 2021. Oggi 23.696 contagi e 460 morti.) 



한국에서는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등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 등장하는 피에몬테 주는 물론 이웃의 롬바르디아 주와 그 아래 에밀리아 로마냐 주가 속해 있는 중북부는 매일 2만 명 이상의 감염자와 수백 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는 곳이다. 



이탈리아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들 선조들이 성을 제 아무리 튼튼하게 잘 지었어도 비루스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것이다. 매일 코로나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복(福)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어른들의 말씀에 따르면 '복이란 그저 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짓고 당신이 받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말하기를 "복 있는 사람이네"라고 말하면 그가 지은 복을 그가 누리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복이 없는 사람은 '당신이 복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복을 코로나 시대에 대입시켜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동안 복을 잘 지어왔기 때문에 복을 누리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반대의 경우인 것이랄까.. 그들 선조들이 피를 흘려 지킨 땅과 혼이 깃든 유적들을 자랑만 하는 가운데.. 정작 당신들이 지어야 할 복을 짓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 가운데 최근 70년만 잘라내면 우리는 지지리도 복이 없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이 되는가 싶었더니.. 동족상잔의 비극이 닥쳤고 금수강산은 초토화되었다. 어디 하나 성한 게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십 년 만에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인들이 놀란 것은 기본 이제 부러워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과정을 돌아보면 우리가 지은 복을 돌려받은 경우의 수라고나 할까.. 연고도 없는 먼 나라 이탈리아에서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이탈리아의 겹벚꽃에 취하여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겹벚꽃 감상과 함께 우리가 잘 모르는 요리사의 주방과 휴식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여러분들께서는 한 때 인기를 끌던 <냉장고를 부탁해>를 기억할 것이다. 한 방송사에서 연출한 이 프로그램은 '냉부'로 불리면서 셰프의 요리실력을 겨루는 인기 프로였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두 가지를 느끼게 됐다. 긍정적인 면은 우리가 잘 모르는 셰프의 모습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모습이었다. 조리복을 입고 현란한 솜씨를 보여줌으로 리스또란떼와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요리사의 세계가 마치 재롱잔치처럼 잘 못 알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다. 요리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단했다. 하지만 연출자의 기법에 따라 휘둘리는 요리사의 세계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준 것이다. 리스또란떼에서 일을 해본 경력자들이어서 당신들은 속사정을 알겠지만, 시청자들의 눈에 비친 꾸치나(Cucina, 주방)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음식 솜씨를 겨루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제한된 시간에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셰프가 할 일이 못돼 보였다. 내가 아는 요리는 촌음을 다투면서 만들어 내는 조리 기술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주방에서는 셰프를 비롯해 여러 요리사들이 협업을 통해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게 된다. 이미 지정된 리체타를 공유하며 손님들의 주문을 소화해 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주방일은 중노동이다. 



냉부에 등장한 셰프들의 조리복이 땀에 젖는 일이 흔하다. 한 여름철에도 주방에서는 그 흔한 에어컨이나 선풍기 조차 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완성된 음식이 식거나 건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접시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온장고에 보관해서 사용한다. 이런저런 일들이 생략된 채 연출된 장면으로 시청자를 현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내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너무도 소중했다. 주방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해방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며,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그때 남긴 기록이 노바라 성에서 만난 겹벚꽃인 것이다. 벚꽃의 종류에 따르면 개벚나무 벚꽃, 개벚지나무 벚꽃, 대만 벚나무 벚꽃, 벚나무 벚꽃, 산개벚지나무 벚꽃, 산벚나무 벚꽃, 신양 벚나무 벚꽃, 야산 벚나무 벚꽃으로 알려졌다. 



내가 아는 벚꽃은 이들 중에서 서너 개나 될까.. 노바라 성에서 만난 겹벚꽃은 우리나라에도 있지만 가로수로 빼곡하게 심긴 것은 처음 봤다.(흠.. 생각보다 촌스럽군..ㅜ) 그리고 벚꽃의 기원과 원산지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던 때가 있었다. 일본 아이들이 '사쿠라꽃' 원산지가 그들 나라라고 박박 우기면서 생긴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기록에 따르면 프랑스인 신부 타케가 제주도에서 1908년 제주벚나무 자생지를 찾아냈다. 이랬다.



1962년에는 식물학자인 박만규 국립과학관장이 “벚꽃은 우리 꽃-한라산이 원산지”란 주장을 폈고, 실제로 한라산에서 우리나라 연구자로서는 처음으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에 일본에서도 일본산 벚나무의 원종을 찾아 전국을 뒤졌지만 실패했다. 일본 왕벚나무는 1700년대 도쿄 근처에서 자생종인 올벚나무와 오오시마 벚나무를 인위적으로 교배해 만든 품종임이 밝혀졌다. 그러던 중 2018년 연구를 통해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 사이에 유전적 뒤섞임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코로나 시대에 당분간은 이탈리아 전역을 함부로 다닐 수 없게 됐다. 특히 노바라 성이 위치한 피에몬테 주나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 주는 코로나 위험지역이다. 최근에는 로마가 속한 라찌오 주 조차 3차 팬데믹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곧 다가올 부활절 축제도 조용하게 치르거나 행사를 취소해야 할 정도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정이 대략 이런 가운데 사진첩을 열어놓고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노바라 성 곁에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은 나를 황홀경 속으로 이끌었다. 벚꽃의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영혼), 정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이다. 벚꽃에 깃든 요정들이 내뿜는 맑고 향기로움에 듬뿍 취한 것이다. 무슨 일이든 감동을 하거나 놀라면 제정신이 아닌 법이다. 사랑에 대한 라틴어 명언을 떠올리며 글을 맺는다. 코로나 시대를 이기는 힘이 아닌가 싶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우리도 사랑에 빠지자(Omnia vincit amor et nos cedamus amori)




영상, 이탈리아 벚꽃에 취하면 약도 없다




La Primavera della Castello di Novara_Piemonte in ITALIA
il 26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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