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4. 20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차장

#4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남다른 풍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의 터전은 어디일까..?!!


지난 여정(저절로 행복해지는 풍경 앞에서) 중에서



나에게 소설은 여전히 잘 맞지 않는 옷처럼 거북한 존재였다. 허리가 너무 큰 사이즈이거나 몸에 꽉 달라붙는 옷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불시착한 비행사 옆에 먼 나라에서 온 어린왕자가 있었다면 나에게는 카메라가 손에 쥐어있는 것이다. 
나는 소설보다 현장감이 묻어나는 다큐가 좋았으며 사진 때문에 행복해하는 1인이었다. 내가 만난 세상의 풍경을 뷰파인더로 들여다볼 때면 마냥 행복해지며, 하루 종일 싸돌아 다녀도 피곤한 줄 모르는 것이다. 그건 어른이가 된 지금까지도 다르지 않다. 카메라만 있으면 행복은 유효기간이 없어지는 것이랄까..



이른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숙소를 빠져나와 듀럼밀이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에 발을 들여놓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 밀려들었다. 간밤에 비가 내렸던지 촉촉해진 길 옆으로 풀꽃들이 자지러지고 있었으며, 오래된 올리브나무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이곳을 방문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는지 동이 트자 황금빛 베일을 두르고 나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들이 나 보다 더 행복해하는 모습이 뷰파인더에 포착되기 시작했다.


".. 그러나, 너의 발소리를 들으면 음악이라도 들은 듯  굴 밖으로 뛰어나오게 될 거야. 언제든지 같은 시간에 오는 것이 좋을 거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해. 그러다가 4시가 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을 느끼게 돼.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될 거란 말이야."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떠나는 날이면, 나는 어린왕자가 여우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된다. 설령 너무 바빴던(?) 나머지 그의 명대사를 잊어버렸다고 해도.. 뷰파인더를 즐겁게 하는 새로운 별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면 그때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차장




   이른 아침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시에나(Siena)에 위치한 한 농가민박집인 숙소(Agriturismo)를 떠나 토스카나 주의 아침 풍경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말로만 듣던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마음속에 등불을 켜 놓은 듯 환희와 감동이 물결쳤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 느끼게 된 전혀 새로운 대륙(?)의 발견이었다. 크리스토포로 콜럼버스(Cristoforo Colombo)나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는 대서양을 건너 미지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됐다면, 나는 이탈리아의 재발견이 시작된 것이다. 평생을 한반도에서 살아왔던 내가 어느 날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내가 자랐던 우리 땅의 문화와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과정은 험난했다. 늦깎이로 시작한 이탈리아어 공부와 요리와 관련된 이론과 실습 등이 나의 운명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는 내 운명을 즐기고 있었다. 모든 운명은 하늘이 주관하는 것이므로 최선을 다 하고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하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배수진을 치고 시작한 이탈리아 요리의 입문 과정이었다. 



내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사진을 취미로 즐긴 이후 카메라는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어디든지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다. 카메라는 찰나의 순간을 담는 기록 이상으로 세상의 풍물을 담아내는 희한한 기계이다. 내가 100세를 살았다면(욕심도 많아요.ㅋ) 최소한 그 기간 동안 발생했던 일들이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다시 인류 최고의 문명이 쏘아 올리는 인터넷의 브런치에서 다시 빛을 발하고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어른들의 세대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귀신은 아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어떤 형편에 놓여있던 마음먹은 바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무지개나 파랑새를 쫓던 시대는 저만치 사라지고 당신의 곁에서 행복이 넘치는 동화 같은 세상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불행한 풍경이 널려있다. 최근에는 동남아의 미얀마 쿠데타로 민주시민들이 피를 흘리는가 하면,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SNS를 부정하며 원시적인 행태로 목숨을 건 권력에 빠져 살고, 우리가 별로로 여겼던 미생물이 인간계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찾아낸 신세계 브라질에서는 하루 사망자 수가 3000명에 이른다는 끔찍한 통계가 버젓이 공유되고 있는 세상이다. 생각해 보나 당신의 가족과 이웃과 친구 등이 매일 죽어가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이미 의료체계는 붕괴되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지구촌의 일상이 된 것이다. 



서기 2021년 4월 4일 이탈리아는 부활절(PASQUA)을 맞이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당신이 부활하신 그 당시를 가슴에 새겨보고 사진첩을 열어 내가 이탈리아를 재발견했을 당시와 비교를 해 보고 있는 것이다. 눈에 띄지도 않는 미생물 하나가 사람들의 최고 가치인 행복의 잣대를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냥 별 것 아닌 것처럼 스쳐 지나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죽음 너머의 세상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희열이 넘치는 곳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고 말한다. 부활의 본래 뜻을 잘 상고해 보면 삶과 죽음의 공간은 서로 다르지 않은 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육신이 유효기간을 다하면 정신체는 본래의 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때 내가 혹은 당신이 머물렀던 세상의 공간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나의 존재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매일 죽은 한편 매일 다시 부활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하늘이 내려준 주차장에 잠시 잠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랄까.. 농가민박집의 올리브 숲 속을 주차장으로 삼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부활의 아침을 소환했다. <계속>


La Memoria della Reggia di Colorno_Provincia di Parma
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
Auguri di Buona Pasqua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겹벚꽃에 취하면 약(藥)도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