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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7. 2021

피렌체, 볕 좋은 어느 봄날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의 어느 봄날

코로나 시대에 브런치와 함께 떠나는 피렌체 여행..!!



   서기 2021년 3월 27일 오전 2시 30분(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쥐 죽은 듯 조용한 한밤중이다. 저녁답에 하니와 긴 통화를 끝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한밤중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우리가 살았던 피렌체의 봄나들이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에 삽입된 풍경들은 이맘때(2019년 3월 24일) 촬영된 기록들이다. 



이날은 얼마나 화창한지 봄볕에 졸고 있는 숲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브런치를 열자마자 눈에 띄는 표지 사진은 시내 중심에서 뽄떼 베끼오(Il Ponte Vecchio) 다리를 건너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으로 가는 길의 허리춤에 해당하는 곳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내의 풍경이다. 도시 전체가 빨간 기와를 머리에 인 집들로 인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하니와 나는 천천히 시내를 가로질러 아르노 강을 건너자마자 관광객들이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는 빨라쪼 산 니꼴로(Palazzo San Niccolò) 근처의 한 정원에 들렀다. 그곳은 외부에서 볼 때 밀폐된 공간처럼 여겨지는 곳이므로 외부인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는 지역이었다. 



나는 너무 궁금한 건 오래 참지 못한다. 그래서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던 도중에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피렌체 시민들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피렌체의 명성과 동떨어진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연초록색 봄볕이 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렌체 하면 떠 오르는 풍경이 있을 것이다. 피렌체 중심에 위치한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와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내의 풍경이 주로 그러할 것이다. 우리 또한 그곳을 다시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시내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피렌체 중심에는 봄을 느낄만한 장소가 거의 없다. 명품거리에서 봄 상품을 만나는 것 외 피렌체의 봄을 느끼려면 교외로 떠나야 한다. 그중 한 곳이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 근처의 언덕이며, 피에솔레 등이다. 



우리는 호기심 때문에 운 좋게도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를 연녹색으로 뒤덮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풍경은 나의 브런치에서 만날 수 있을 것. 내가 죽기 전에 꼭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피렌체 곳곳에 어느 봄날 발도장을 찍으며 싸돌아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니의 그림 수업 때문에 바를레타로 둥지를 옮긴 이후 피렌체는 그리움의 도시로 변했다. 다시 돌아갈 계획도 없거니와 코로나 때문에 주(Regione) 간 이동도 금지되었다. 거기에 발도장을 안 찍은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다시 방문한다고 해도 큰 감흥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진첩을 열어놓고 당시를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포스트를 편집하던 중에 전혀 새로운 느낌이 묻어났다. 참 희한한 일이지.. 마치 꿈속에서처럼 우리가 다녔던 장소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렌체에 꼭꼭 숨겨진 장소는 뒤안길처럼 버려진 곳이지만 뒤안길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현주소가 오롯이 그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요즘 나의 브런치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기록되고 있다. 링크된 곳을 클릭하면 3월 26일 자 감염자 수(23,987명)와 사망자 수(457명)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 정부와 보건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인 것이다.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떠날 때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치던 상승세가 잠시 꺾이는가 싶었더니 도무지 바닥으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탈리아 정부는 책임론을 놓고 어지러운 풍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탈리아 여행 혹은 피렌체에 들러 기분 좋게 르네상스가 남긴 유적과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도 열심히 싸돌아 다닌 덕분에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브런치에서 만나는 풍경이지만 현장감 있는 여행사진 때문에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소설처럼 상황 묘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으므로 눈에 보이는 대로 따라만 가면 이맘때 피렌체의 봄 풍경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니와 나는 어느덧 미켈란젤로 광장 바로 아래에 위치한 장미들의 정원 (Giardino delle Rose)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피렌체를 둘러싼 성벽(Mura di Firenze)이 봄볕에 마구 휘둘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조금 전 성벽 아래쪽 깊숙한 곳을 다녀온 것이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올리브 나무와 소나무 숲이 질감 좋은 성벽과 잘 어우러져 마치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장미들의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작은 연못에는 연닢들이 올망졸망 봄볕에 자지러드는 듯했다. 개구리나 올챙이 몇 마리쯤 보일만 한데..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그들의 서식지와 멀었던 것일까.. 



이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들이 넘쳐났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붐볐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열어본 르네상스의 고도는 오렌지 구역(LA ZONA ARANCIONE)으로 지정되어 있다. 오렌지 구역은 적색 구역 한 단계 아래이나 토스카나 주의 인구 밀집지역은 여전히 관광객들에게는 낯설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장미들의 정원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는 한편 이곳에서 볕 좋은 피렌체의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3월이 준 선물이자 신의 그림자가 가득한 어느 봄날이었다. 신이 미켈란젤로에게 지상 최고의 영감을 준 것도 이 언덕이 아니었을까..



주지하다시피 피렌체는 토스카나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대략 38만 명에 이른다. 피렌체 근교의 중소 도시를 전부 합친 인구는 150만 명에 이른다. 우리는 곧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 피렌체를 굽어보게 될 것이다. 그때 아르노 강(Fiume Arno)을 끼고 건설된 중세풍의 도시를 보게 될 것이다. 



당시 이 도시는 건축과 예술로 유명한 곳이었으며 불세출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를 낳은 도시였다. 오랜 세월 동안 매디치 가문(La casata dei Medici è un'antica famiglia italiana di origine toscana)이 다스린 이곳은 중세 유럽의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스토리텔링이 쏟아지는 곳이자,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들던 곳이다. 그 아름다운 도시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장미들의 정원을 둘러보고 피렌체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했다. <계속>


Un giorno di primavera a Firenze, la città di Michelangelo
il 27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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