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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5. 2021

회상(回想)_나의 꿈

#23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구릿빛으로 그을린 한 남자가 또레스 델 파이네 정상에 서 있는 풍경..!


지난 여정(그곳에 서면 유구무언(有口無言)) 끄트머리



정상으로 올 때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누구나 갈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을 다녀갔을 것이다. 하지만 감흥은 서로 달랐을 것. 우리네 삶도 닮은 듯 서로 다르다. 누구나 각자의 처지에 따른 삶의 변곡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돌이켜 보면 우리가 걸어왔던 길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희로애락..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니와 함께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에 섰을 때 달님은 우리를 굽어살피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보살펴준 것이다. 천지만물이 하나의 유기체이듯 당신과 관계없는 것들은 세상에 없다. 그게 육체든 정신체이든.. 서기 2021년 3월 3일 초저녁,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회상(回想)_나의 꿈


   서기 2021년 3월 24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틀 전까지 바람이 불고 약간은 썰렁한 날씨였다. 아드리아해가 봄바람을 무시로 퍼다 나르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봄비와 함께 이런 날씨가 이어지면 곧 봄이 허리춤까지 차오를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 어디든지 다녀오고 싶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이틀 전까지 잠시 주춤하던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하룻만에 급반등 되었다. 이틀 전(23일) 잠시 수그러들었던 코로나가 감염자 수 18,765명을 기록했으며, 사망자 수는 551명이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통계를 거들떠보기도 싫을 것이나, 나의 경우 좋거나 싫거나에 상관없이 매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컸으며, 인생 후반전에 야금야금 갉아먹는 시간들이 그저 야속한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이라면 까이꺼.. 1년 정도 참지 못할 일인가. 아니면 10년의 세월도 빨리 후다닥 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으니 말이다. 나는 그 시절 꿈을 꾸고 있었다. 내 고향은 부산..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산꼭대기에 올라 먼바다와 낙동강 줄기와 김해평야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과 함께 언제인가 저 바다 건너 5대양 6대주로 가고 싶은 꿈을 꾼 것이다. 세계일주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요즘은 브런치의 공간에 버킷리스트를 기록해 두면 될 것이지만, 옛날 옛적.. 라디오 조차 귀하던 시절에는 백지도를 펼쳐놓고 꿈을 키우곤 했다. 지구본은 학교의 과학실에 있었으므로 먼발치서 나의 꿈이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어느 날 지금은 작고하신 김찬삼 선생으로부터 점점 더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저 멀리 여행자들이 호숫가에서 서성인다. 보이시는가..


당신께선 <김찬삼의 세계 여행기>를 통해 1958년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으며, 세 차례의 세계일주와 스물댓 번 세계 테마여행과 160여 개의 나라와 1000여 개의 도시를 방문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1세대 여행가로 알려졌다. 어느 날 친구 집에서 두툼한 당신의 책을 발견하고 꼼꼼하게 읽어본 것이다. 정말 꿈같은 일이 여행기에 기록되어 있었다. 


또레스 델 파이네 호숫가에 여행자들이 도란거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후 그곳으로 가 물맛을 봤다.


그리고 한동안 꿈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 않았으며 유소년기에 꾸었던 꿈들은 새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동안 무수한 격동의 세월이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부터 티끌만 한 겨자씨로부터 발아가 시작되었다. 어린왕자가 사는 작은 별에서 그를 괴롭히던 바오밥 나무의 씨앗도 얼마나 작았을까.. 그런데 그 작은 씨앗이 품고 있던 꿈과 희망은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그 산중 호숫가에 깔라파테의 붉은 열매(Calafate rojo bate arbusto en Patagonia)가 익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태평양을 건너 중미에서 일을 했고, 짬이 날 때마다 김찬삼 선생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선생의 연세는 숙부님 벌이 었으나 2003년 7월 2일, 7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나의 멘토가 돌아가신 것이다. 요즘 자주 되뇌는 인연법이 그러한 것일까.. 나는 선생을 책으로 만났지만 당신을 통해 세계여행이라는 원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니와 함께한 인증숏




하지만 무슨 일이든 마음만 먹는다고 이루어지는 일을 아니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내가 계획을 세울지라도 하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그러하겠지.. 나중에 알고 보니 보다 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 인간계는 육체와 정신체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되어 있었으며, 정신체는 다시 영혼을 담당하는 하늘나라의 조화가 필요했다. 



겨자씨와 바오밥 나무 씨앗이 장차 고목과 숲으로 변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인연법이 우리네 삶에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파타고니아 여행 중 어느 날 기적을 체험한 후 나의 육신과 생각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이다. 그전까지 머리로 혹은 가슴으로 겨우 이해되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깨달음이 오는 것이랄까.. 그때부터 무슨 일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행운이었다. 


또레스 델 빠이네 하늘 높이 비행기 한 대가 작고 하얀 점을 긋고 지나간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하늘나라를 가슴에 품으면 두려운 일은 사라지고 매 순간 기적이 동행할 것이다. 기적을 체험할 것이다. 기적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죽음까지 두렵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수는 살아가는 동안에 두 가지 형태로 다가왔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설교나 법문을 하는 위치에 있더라도 자기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 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각종 경전(經典)을 깨우쳤지만 실천하는 행동은 없는 것이다. 



입으로만 말하고 실천이 없는 사람이 그러했다. 반면에 경전을 단 한차례도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이나 무신론자의 사람이, 이웃의 불행한 일을 보거나 도와줄 일이 생기면 기꺼이 나서서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이다. 우리 인간들이 만든 법식(法式)과 도리는 때에 따라 변화무쌍하지만, 하늘의 뜻은 불변하는 진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게 영계(靈界)의 일이란 게 작은 깨달음으로 다가온 것이다.




오늘 자, 내 조국 대한민국의 코로나 관련 뉴스를 살피다가 황당한 소식을 발견했다. 이른바 '찌라시'로 불리는 짝퉁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부부가 맞은 AZ백신의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AZ백신이 아니라 화이자(Pfizer) 백신이라는 등 커뮤니티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었다. 포털 다음의 많이 본 뉴스 1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언제는 백신의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유 모 씨가 조중동에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한다"더니 별의별 흠집을 다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먼 나라 이탈리아에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 일들이 주로 이런 소식들이다. 



언급한 바 한 인간을 이루는 건 육체와 정신체이며 영혼이라 했다. 육체는 정신과 혼의 지배를 받는다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됨됨이가 맑고 향기로운 영혼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두 얼굴의 사람을 만난다. 인간과 인면수심의 얼굴이다. 나는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서 전혀 뜻밖의 기적을 체험하며 인간의 본모습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된 것이다. 하늘이 간섭한 나의 꿈이 세계여행으로 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24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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