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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2. 2021

한밤중에 날아든 희소식(喜消息)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찾아온 봄소식

꿈 보다 해몽이 더 좋다고 했지..?!!



관련 포스트(별리(別離) 150일에 꾼 이상한 꿈) 중에서



한국에서 백신 접종을 최대한 빨리한다고 해도 4월은 지나야 하고 자칫 5월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 게 현재 상황인 것이다.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23일에 코로나를 피해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바 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어느덧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우리의 별리 여행 날 수가 150일에 이른 것이다. 



그녀와 통화가 끝난 후에야 아점을 먹었다. 피로와 식곤증이 동시에 몰려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와 나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작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곳은 모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잠을 청하기에 마침맞은 장소였다. 나는 그곳에 텐트를 쳐 놓고 잠자리를 살폈다. 그런 잠시 후 텐트 바깥에서 서성거리는 그녀를 불러 잠자리에 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공간이 좁은 텐트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곧 편안해했다. 나는 당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텐트 한쪽에 거꾸로 누웠다. 텐트 입구가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당신을 위한 배려였다. 우리는 불편한 잠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나는 자꾸만 텐트 바깥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잠결에 일어나 텐트 바깥을 살폈더니 그곳에 나의 보조 배낭이 굴러 떨어져 있었다. 좁은 공간에 연출한 야영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까.. 배낭을 챙기는 동안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야영을 할 생각이었다. 나는 다시 그녀가 누워있는 텐트로 다가갔다. 그런데 당연히 잠들어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내 몸이 침대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것이었다. 
그녀 꿈에 내가 보인 것일까.. 그런 직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별리는 결코 짧지 않은 150일.. 코로나가 우리의 꿈에 나타난 것인지 우리의 꿈에 코로나가 나타난 것인지.. 사진첩에는 돌로미티의 상징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장엄한 세 봉우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기 2021년 3월 22일 아침(현지시각), 이른 새벽에 일어나 이틀 전에 다녀온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아드리아해 바닷가 언덕 위에서 건져온 봄맞이 풍경을 돌아보고 있다. 솔직히 이틀 전만 해도 큰 감흥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기분 좋게 룰루랄라 풀꽃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곤 했을 것이다. 연중 이맘때만 볼 수 있는 요정들이 지천에 널려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풀꽃 요정들과 얼굴은 마주쳤지만 대화는 없었다. (흠..아더찌 미워잉..ㅜ) 가끔씩 도도할 필요가 있다. 맨날 희죽대고 다니면 어떤 어이들은 "아더찌 이상해욤. ㅋ)하고 놀려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걸음을 바쁘게 옮긴 것이다. 그 길이 인용한 글에서 하니와 함께 걷던 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 싸돌아 다니기를 좋아하지만 그건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겨울 나는 이곳 바를레타 항구를 감싸고 있는 방파제에서 아드리아해 건너 저 멀리 대한민국을 그리워했을까.. 그곳에 그녀가 살고 있었으며 이제나 저제나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탈 것으로 희망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소환한 노랫말이 <연가>였다. 이랬지..!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저만치 아드리아해가 있고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 길이 기다랗게 펼쳐져 있다. 아드리아해 너머 저 멀리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바다가 가로막고 있고 비행기로 12시간씩이나 날아야 당도할 수 있는 곳. 다시 로마 공항에서 바를레타까지 오려면 대략 5시간 더 걸린다. 이런 여정을 통해 지난해 2월 23일 하니는 마침내 로마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미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은 다 아시는 이야기)


이런 유여곡절을 겪게 된 데는 코로나 때문이었다. 불과 1년 전 이맘때만 해도 한국은 중국과 함께 코로나 선도국가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한국을 벗어나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탔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은 상대적으로 코로나가 잠잠한 시기였다. 그녀가 로마 공항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만 해도 공항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하니와 몇몇 동양인들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2021년의 상황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물론 미국 등)은 코로나 3차 팬데믹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이틀 전 집계된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약간 수그러드는 듯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요즘 나의 브런치에 이 같은 소식을 계속 언급하는 모습에 대해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감염자 수는 4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사망자 수는 3월 21일 자 기준 1명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의 이틀 전 이탈리아 코로나 감염자 수는 2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 수는 300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이웃 한 분은 한국 사람의 절반이 코로나 집계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하지 않으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언론에서 그런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면 범죄행위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당장 이탈리아로 보내야 마땅할 것.(웃겨요, 욱껴!! ㅋ) 차마 웃지 못할 사람 잡는 해프닝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나 할까..



오늘 새벽 잠자리에 둔 휴대폰에서 메시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니로부터 문자가 도착한 것이다. 현지 시간을 알고 있는 그녀는 나를 깨우지 않기 위해 전화를 하지 않고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그때 시간이 오전 4시 30분경(현지시각)이었다. 그녀가 보낸 짧은 메시지는 이랬다.


"지금 통장한테 가서 백신 동의서 신청하고 왔어욤"


나는 즉시 '엄지 척'을 들어 보이고 "참 잘했어요"를 날려 보냈다. 그녀의 이탈리아행 비행기 티켓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지 않았으므로, 백신 접종 동의서가 제출되는 즉시 조만간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동안 하니와 통화 내용 중에 갑갑했던 부분이 언제쯤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우리는 그 날이 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측 가능한 날짜가 잡힌 것이다. 그러자 간밤에 꾼 꿈이 자꾸만 머리를 스친다. 그녀가 텐트 속으로 몸을 옮긴 게 이런 뜻이었을까.. 약간은 도도하게 바라보았던 바닷가 언덕의 풀꽃들이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네는 거있지..(아더찌.. 거 봐요.ㅋ ) 히히 ^^ 


La primavera è venuta a Barletta in puglia_Buona notizia
il 22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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