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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9. 2021

보랏빛 넘실, 환상과 은혜의 골짜기

-나에게 놀라운 기적(奇蹟) 베푼 십자가 현장

이 글은 나의 체험을 쓴 실화이다. 그냥 재미로 봐 주시기 바란다.


관련 포스트(길_기적의 손길)에 이렇게 썼다



잘 정비된 도로였지만 어쩌다 도로가 패인 곳을 자동차가 지나가면 나는 움찔거렸다. 작은 충격에도 극심한 통증이 허리에 전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소리를 질러 통증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그러했다면 마리아의 수고도 허사로 돌아갈 게 뻔했다. 환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한다는 건 누가 봐도 무리한 일 아닌가. 



나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다. 마리아의 친구가 나서서 나를 응급실로 보내는 한편 그곳에서 나의 몸상태가 점검되었다. 문제는 의료비용이나 진찰 과정이 아니었다. 그들이 내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진통제를 주사한 것 밖에 없었다. 나의 몸상태는 전문병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으며 척추에 무리가 가고 있었다. 무거운 카메라는 물론 배낭과 짐보따리를 가지고 다닌 게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런 현상을 느낀 건 로스 라고스 주의 아름다운 마을 오르노삐렌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피로해진 척추가 잠시 얻어 탄 마차 위에서 비틀어지며 통증을 유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마차에서 내린 후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그 후 오르노삐렌에서 꼬자이께로 이동할 당시 배낭에 짐을 챙겨 넣다가 허리가 삐끗한 느낌을 처음 받은 것이다. 그때 통증이 이 도시에 도착할 때 최고조에 이른 것이며, 그때 내 앞에 두 사람의 천사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디에와 마리아..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두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여행은 고사하고 내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이어졌는데 뾰족한 바늘로 골수를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소리를 지를 힘도 없었으며 그때마다 얼굴은 하얗게 질리곤 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하니의 표정도 동시에 일그러졌다. 죽고 싶었다. 난생처럼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_보랏빛 넘실, 환상과 은혜의 골짜기



*영상은 기적을 체험한 직후 꼬자이께 시립 공동묘지에서 촬영됐다.


보랏빛 넘실, 환상과 은혜의 골짜기


죽으면 죽으리라.. 내가 찾아간 곳은 활짝 핀 초초(Chocho_Lupines) 무리의 보랏빛이 넘실 거리는 리오 꼬자이께(Rio Coyhaique) 골짜기였다. 그곳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은 내게 일어난 생애 큰 사건이자 말로만 듣던 기적의 현장이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중요한 일일 수도 있고, 그저 그런 것 정도로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기적(奇蹟)이란 인간이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자연, 과학의 법칙과 달리 설명될 수 없는 놀라운 사건을 말하는 것이므로, 증거를 보여달라며 때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증거를 봐야 믿겠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는 일도 아니건만,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찍어 맛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를 잘 못 찍어먹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 때문에 종교가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을 향해 '그저 내 새끼 잘 되게 해 달라'라고 빌고 또 빌면서.. 수능 대박 가족건강 영전이나 승진은 물론 로또 당첨 등등.. 원시 종교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좀 해주세요'를 마음에 담아 기도한다. 오죽했으면 예수님의 고향 나사렛 사람들 조차 기적을 보고 싶어 했을까.. 



서두에 내가 실제로 겪은 내용을 짧게 간추려 두었다. 그리고 브런치를 열면 보랏빛이 넘실대는 환상적이자 비현실적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볼수록 아름다운 이 꽃들의 이름은 현지인들이 초초라 부르는 꽃이며 이 도시 꼬자이께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이다. 이 골짜기는 한마디로 말하면 천국이었다. 



어느 날 나는 숙소에서부터 꽤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죽으면 죽으리라'며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게 되었다. 10미터는 물론 길어봤자 100미터를 겨우 걸음마 연습 하듯 걸었던 내가 먼 길을 나선 것이다. 파타고니아 투어 중 한 달 가까이 숙소에서 꼼짝 못 하고 갇혀 지내다가 '어떤 이끌림'에 따라 꼬자지께 시립 공원묘지가 있는 리오 꼬자이께 골짜기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한 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입에 침은 마르고 척추는 기다란 바늘로 마구 쑤시는 듯했다. 고통이 너무 심하여 억 소리 조차 지를 힘도 없었다. 이날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내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을 것이다. 죽기 살기로 골짜기에 다다르자 그곳에는 초초가 만발해 있었다. 생각해 보나 마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먼 나라 공동묘지는 왜 찾아가느냐는 말이다. ㅜ 한 달 동안 심하게 겪은 통증과 우울증세는 나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가끔씩 뉴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랬을 것 같다. 달리 선택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절망적이었다. 삶과 죽음.. 살아오면서 숱한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들어왔지만.. 죽음은 나와 다른 그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어느 날 불쑥 내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모님도 부모님도 이웃들 모두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상을 떠나신 것이라는 생각 등..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공동묘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니는 그동안 숙소에서 TV를 보며 잠시 바람을 쇠러 간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점점 더 숙소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며 마침내 공동묘지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지금 보고 계신 자료사진이 당시 묘지로 이동하면서 남긴 사진들이다. 곧 죽어도 기록은 남겨야 하는 오래된 습관이 곧 다가올 기적의 순간까지 기록하게 된 것이랄까..



하니와 나는 파타고니아의 봄을 쫓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부터 부지런히 남하했다.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를 거쳐 오르노삐렌(Hornopiren) 그리고 차이텐(Chaiten)을 거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의 하나인 이곳 꼬자이께(Coyhaique)까지 장장 1,693킬로미터(직선거리)를 이동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든 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60리터짜리 큰 배낭 하나에 대략 20킬로그램이 넘는 하니의 스케치(도구) 가방까지 거기에 카메라와 렌즈가 든 보조 배낭까지 큰 짐이 세 개나 됐다. 내 몸무게와 비슷한 짐이 파타고니아 여행에 동행한 것이다. 그리고 여행 중에는 대각선으로 어깨에 메고 다닌 무거운 줌 카메라까지.. 벼르고 별렀던 파타고니아 여행에 욕심이 앞서 결국 극한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꽤 긴 시간 묘지 입구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도 모른 채 나는 천천히 묘지로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내 앞에 곧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묘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천천히 앞만 보고 걸었다. 그곳에는 처연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묘지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으며 바람이 머리 위로 불거나 숲과 묘지로 비껴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적의 현장


나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오상(五傷_십자가에 못 박힌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옆구리에서 피를 흘린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조금 전에 묘지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길을 뒤돌아 보며 한 컷의 기록을 남겼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잠시 후.. 나는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묘지 입구에서 여기까지 올 때까지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Halləluya..!!


나는 그 자리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깡충깡충 뛰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묘지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일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서기 2021년 3월 17일 새벽(현지시각)에 일어나 포스트를 편집하는 동안 감동이 밀려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 내 영혼이 은총입어를 소리 내어 찬송하는 동안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주의 얼굴 뵙기 전에/ 멀리 뵈던 하늘나라/ 내 맘 속에 이뤄지니/ 날로 날로 가깝도다/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누가복음 12장 8절~9절_Vangelo secondo Luca


내가 또한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인자도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Io vi dico: chiunque mi riconoscerà davanti agli uomini, anche il Figlio dell'uomo lo riconoscerà davanti agli angeli di Dio;)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는 자는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부인을 당하리라. (ma chi mi rinnegherà davanti agli uomini, sarà rinnegato davanti agli angeli di Dio.)


나는 내가 몸소 체험한 사실관계를 누가복음 12장 8절~9절의 말씀을 통해 여러분들 앞에 증언하고 있다. 기적을 체험한 직후 갑자기 달라진 멀쩡해진 몸 때문에 계획에 전혀없던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나는 김동에 젖은 채로 리오 꼬자이께 골짜기를 따라 걸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다시 기적의 현장으로 돌아와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하니에게 거의 뛰다시피 걸어갔던 것이다. 숙소에서는 환호성이 울렸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하니와 친구 마리아와 나디에가 멀쩡해진 나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며 지른 감동의 물결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었다.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딱 하나.. 죽음의 문제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특히 중년을 맞이한 사람들의 급선무는 죽음에 관한 숙제일 것이다. 죽음은 두려운 존재일 것이나 극복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사후 세계가 어떨 것인지 매우 궁금할 것이며, 우리가 이미 힉습한 지옥과 천국 등의 존재를 고민하게 될 게 뻔하다. 물론 나의 기준이다. 


이럴 때 당신을 도와주는 게 신앙심이다. 세상의 그 어떤 신이라 할지라도 그를 드 높이면 세상은 보다 아름다울 것이며, 살만한 세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죽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면 죽음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일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장차 다가올 본향이 그리워지게 될 것이라는 게 또한 나의 생각이다. 성경(요한복음 24절)에 "하느님은 영(靈)이시라"라고 했다. 당신께서는 사람의 시력으로 확인되는 분이 아니자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다.


기사와 이적이  종교의 본래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신심이 두터운 신앙인들에게 종종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나의 신앙심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ㅜ) 불교에서는 이런 기적의 현상을 부처님의 가피(加被)라고 하며 기독교에서는 은혜(恩惠)라고 한다. 모두 영적 현상이자 보랏빛 초초가 넘실거리는 골짜기에서 값없이 받은 은혜였던 것이다. 그 은혜를 어찌 갚을꼬.. ㅜ 





코로나 시대의 세상은 암울하다. 서기 2021년 3월 15일 자(현지시각)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학교를 봉쇄하는 조치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700만 명에 달하는 학생이 집콕(10명 중 8명)을 시작한 것이다. 3월 17일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규 감염자 수는 23,059명이며 사망자 수는 431명에 이르렀다. 실로 끔찍한 일이 일상이 됐다. 


그런 반면에 독일의 유력 언론 제이트 온라인(ZEIT ONLINE)의 인용기사는 눈여겨 볼만 하다. 제이트는 OECD 국가 중 코로나 19 대응 평가에서 대한민국이 무려 4개 지표(굵은 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 19 사망자, 신규 확진자, 백신접종자, 실업자, 지난해 국가채무증가율 및 경제성장률의 타격의 6개 지표를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코로나 19 대응을 평가 발표한 것이다. 아무튼 코로나 시대에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늘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Gesù mi ha fatto un miracolo straordinario_COYHAIQUE
il 18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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