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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7. 2021

개똥밭의 비밀(秘密)

#13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기억하시는가..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동심(童心)) 편에 소환한 김동환(金東煥)님의 시..!



봄이 오면

_김동환(金東煥)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넛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이 시가 창작된 시기는 일제강점기 때였다. 작곡자 김동진(金東振)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 따라 불렀을 법하다. 나는 이 노래를 통해 당시를 살았던 선조님들의 마음을 넌지시 읽게 되는 것이다. 봄이 오시면 진달래꽃은 한반도는 물론 만주 땅까지 붉게 물들이던 꽃이다. 
그래서 진달래꽃을 통해 일제의 속박과 억압으로부터 지유를 찾는 모습을, 진달래꽃의 개화를 통해 노래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진달래꽃만큼 우리 정서와 어울리는 꽃도 없을 듯하여 우리나라 국화가 진달래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북조선 사람들까지 달달 외우고 있을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도 이 시기에 지어진 시였다.


지난 편에 이렇게 썼다. 진달래꽃만큼 우리 정서와 어울리는 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선조님들의 마음에 티끌 한 점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로부터 대략 9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서기 2021년 3월 16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었다.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곳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대모산의 불국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약수터의 정확히 이맘때 풍경이다. 이맘때 하니와 함께 거의 매일 들렀던 곳이다. 운동도 하고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절인 것이다. 대모산 정상 혹은 구룡산까지 다녀올 때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오곤 했던 장소 이기도 했다. 



서울 근교에서 보기 드문 물맛을 자랑하는 이곳은 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할 당시 몸과 마음을 단련한 장소이기도 했다. 리스또란떼의 일은 익히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안 청춘의 체력단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약수터에 비치된 운동기구는 매우 요긴하게 사용됐다. 운동기구 대부분을 사용하며 근력을 다지고 폐활량을 늘리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아울러 나의 하루 일과는 이탈리아어 공부를 병행했으므로 산길을 오가는 동안 이어폰을 귀에 꼽고 말하고 듣기를 무한 반복했다. 어떤 때는 지나치는 사람들이 흘깃 거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열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다시 그 과정을 밟아야 한다면 손사래를 칠지도 모를 정도로 힘든 일정을 이어갔다. 이렇게 시작된 이탈리아어는 이탈리아 요리를 습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관련 브런치에서 소상하게 소개해 드린 바 있다. 



이때 분홍색 곱게 꽃봉오리와 꽃을 내놓은 요정들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세상은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말한다. 생각과 마음은 하루에도 골 천 번 더 바뀌는 것으로 여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다. 어떤 때는 지옥을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천국을 맛보게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나 기독교의 핵심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팔만대장경은 고려가 몽골군의 침입을 맞아 대장경판을 만들기로 하면서 우리 민족의 마음판에 새겨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고려 현종 때 만들어진 대장경판은 불교가 국교였으므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파할 목적과 함께 나라를 지켜준다고 믿었던 것이다. 국보 제32호인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은 8만 4천 가지의 괴로움에 해당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섬에서 자작나무와 후박나무를 가져와 세 번 절하고 한 글자를 새겼다고 전한다. 나무는 잘라서 바닷물에 3년을 담가 놓은 후 다시 소금물에 쪄서 사용했다고 하며, 경판 하나에 평균 한 줄에 14자씩 23줄을 앞뒷면에 새겼다. 경판 1매당 644자를 새긴 꼴이다. 이런 경판이 81,258 매이니 경판 매수를 곱하면 글자 수는 무려 5,233만 152자가 되는 실로 엄청난 양이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맞춤법 검사도 하지만 대장경은 오탈자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또 경판 하나의 두께가 2.6~4cm로 팔만대장경판을 모두 쌓으면 약 2,400m가 넘는다니 백두산의 높이(2,744m)와 단박에 비교가 된다. 고려시대의 인쇄술을 보여주는 팔만대장경은 불자가 아니라도 우리가 익히 배웠던 역사적 유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방대하고 놀라운 경(經)은 총 1천514종 6천802권의 경전으로 구성됐다고 전한다. 



경전은 승려들이 지켜야 할 계율인 율(律)과 학덕이 높은 스님이 경전에 주석을 단 론(論) 등 삼장(三藏)을 담았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한 글자로 축약할 수 있다고 한다. 놀라지 마시라 팔만대장경을 한 글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자라고 한다. 오락가락 혼란한 마음을 닦는 거울인 셈이다. 



나는 유년기 때부터 정한수를 떠다 놓고 치성을 드리는 어머니는 물론 기독교가 이 땅에 수입되기 전부터 우리 민족의 가슴에 새겨진 이른바 호국불교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1인이다. 그리고 내가 기독교인이 된 이후에 성경을 통독하면서 성경 66권을 관통하는 말씀을 깨닫게 됐다. 잠언서 4장 23절의 말씀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는 것이다. 나는 이 구절 등을 영문으로 달달 외우고 다니곤 했다. 예수님이 친히 당신을 던져 사랑이 무엇인지 실천해 보여주신 것이자, 하나님의 간절한 소망이 마음(心)에 묻어나는 것이다. 



비구들이 출가를 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나갔다가.. 득도를 하면 어김없이 당신이 버린 속세로 돌아오고 중생구제란 명목으로 법문을 하는 세상이다. 성직자나 목회자들은 세력을 더 키우지 못해 안달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신앙인이며 신을 드 높이는데 열중해야 할 텐데.. 인기몰이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 

어떤 종교인들은 아예 이웃들이 믿고 있는 신앙을 저울질하며 폄훼하기도 한다. 그들이 믿는 신과 종교가 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신앙인이 아니라 저잣거리의 장사꾼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그들은 장차 돌아갈 본향 보다 세상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하늘나라는 간데없고 업보에 업보를 더한 윤회의 나락은 존재감이 덜해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오죽하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고 말할까.. 불교에서는 업장(業障)의 소멸은 사는 동안 복을 짓고 선업을 쌓으며 공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착하게 살면서 이웃을 배려하라는 말씀이다. 그래야 미래 생이 좋아진다는 것. 기독교에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이다. 어떻게 같거니 비슷해 보인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두 종교의 모습을 통해 마음을 잘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어느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난 진달래꽃을 앞에 놓고 말이 길어진 것도 계절과 무관하지 않다. 요즘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봄소식이 난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봄을 찾아 너도 나도 산천을 기웃 거리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이 부활한 시기와 부처님 오신 날도 연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 피는 계절에 맞추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개똥밭에 열광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물주가 깃든 것이랄까.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은 '아름다움은 신의 그림자'라고 말했다. 신까지 친히 세상에 관여하므로 천국이 멀리 있겠는가.. 



나는 어느 봄날 천국에서 먼 나라 이탈리아행 티켓을 구하려 했던 것이다. 그 후, 피렌체의 모 리스또란떼에서 맨 먼저 일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피렌체는 개똥밭 천지였다. 좁은 인도 위에 아무렇게나 싸질러둔 개똥 때문에 징검다리 건너듯 했다. 그렇게 조심하며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부비트랩(?)을 밟고 마는 것이다. 피렌체 시민들은 정말 개똥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일까 싶었던 시기였다. 


르네상스의 고도에 내질러놓은 개똥들은 얼마 후 시장이 바뀌면서 철퇴를 맞이했다. 비가 쏟아져야 어디론가 씻겨 내려가던 개똥들이 개 주인들과 함께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게 된 것이다. 피렌체를 괴롭히던 개똥들이 어느 날 마음을 잘 쓴 시장을 만나 다시 천국으로 변한 것이다. 


비록 코로나 시대이긴 하지만 요즘 어디를 가도 천국을 만나게 된다. 당신의 마음속에 '꽃 한 송이가 뭐 그렇게 대단한가'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고, 꽃 한 송이 때문에 천방지축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깃들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깊이 따져봐야 한다. 연중 한차례.. 하늘나라의 요정들이 우리 곁에 머물며 천국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장으로 달려가 보시기 바란다.


*팔만대장경 자료 출처: 우리역사넷

Ecco come arriva la primavera_il Monte DEMO, Seoul COREA
il 16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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