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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8. 2021

핏빛으로 물든 유다 나무 아래서

#2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의 어느 봄날

코로나 시대에 브런치와 함께 떠나는 피렌체 여행..!!


지난 여정(피렌체, 볕 좋은 어느 봄날) 끄트머리



주지하다시피 피렌체는 토스카나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대략 38만 명에 이른다. 피렌체 근교의 중소 도시를 전부 합친 인구는 150만 명에 이른다. 우리는 곧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 피렌체를 굽어보게 될 것이다. 그때 아르노 강(Fiume Arno)을 끼고 건설된 중세풍의 도시를 보게 될 것이다. 



당시 이 도시는 건축과 예술로 유명한 곳이었으며 불세출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를 낳은 도시였다. 오랜 세월 동안 매디치 가문(La casata dei Medici è un'antica famiglia italiana di origine toscana)이 다스린 이곳은 중세 유럽의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스토리텔링이 쏟아지는 곳이자,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들던 곳이다. 그 아름다운 도시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장미들의 정원을 둘러보고 피렌체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했다.



   서기 2021년 3월 27일 오후(현지시각), 사진첩을 열어 다시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의 어느 봄날을 찾아가고 있다. 위 자료사진의 위치는 피렌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이다.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 바로 아래에 위치한 장미들의 정원(Giardino delle Rose)과 광장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우측으로 피렌체 성곽(Mura di Firenze)이 보인다. 



그리고 성곽의 꼭대기에는 뽀르따 산 지오르지오(Porta San Giorgio) 문이 위치해 있다. 그다음 편평하게 이어지는 능선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로 그리고 피렌체에 등지를 튼 후에도 자주 들렀던 곳이다. 그곳은 피렌체의 다른 장소에서 느낄 수 없는 중세풍의 도로와 담벼락들이 길게 이어진 곳이다. 


그러나 피렌체를 찾는 다수의 관광객들은 이 명소를 그냥 지나치고 만다. 짧은 일정 때문에 이 도시의 진면목을 발견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곳의 한 리스또란떼에서 일할 때 만난 한국 관광객(엄마와 아들)을 숙소에서 만나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이 장소를 소개해 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아들내미 공부 때문에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데 감사의 인사를 전해올 정도였다. 


아무튼 하니와 내가 서 있는 장미들의 정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또한) 서쪽으로 피렌체의 해넘이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해 질 녘 사람들은 미켈란젤로 광장의 한쪽 모퉁이 계단에 앉아 장사진을 치고 해가 저 언덕 너머로 떨어 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때 아르노 강은 물론 피렌체의 빨간 기와지붕을 붉게 물들이는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핏빛으로 물든 유다 나무 아래서




하니와 나는 장미들의 정원을 둘러보며 잠시 휴식을 가진 직후 그곳에서 유다의 나무(L'alberi di Giuda)를 만나게 됐다. 유다의 나무에서 유추되는 건 성경의 '가룟 유다'이다. 예수님을 달랑 은 30냥에 팔아넘긴 자가 유다 이스까리오따(Giuda Iscariota)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예수를 대제사장에 팔아넘기며 가짜, 위선자, 배신자 등의 이름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최후의 만찬이 끝나자 예수는 유다를 제외한 나머지 11명의 사도들과 함께 올리브 숲이 있는 겟세마네 동산(Gethsemane, 기름 짜는 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으로 가서 열심히 기도를 했다. 기도가 다 끝났을 때에 맞추어 배신자 유다가 군인들을 이끌고 왔다. 이땐 밤이 깊어 어두웠기 때문에 누가 예수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예수인지 알리는 신호로 유다는 예수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하였다. 그리고 예수는 즉시 체포되었다. 



다음날 예수가 단죄를 받아 산헤드린(Sinedrio) 의회에서 십자가형을 선고받았는데, 의회에서는 사형을 집행할 권한이 없어서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us) 총독에게 예수를 데려갔다. 이에 유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이 한 행동을 뒤늦게 후회하면서 대제사장들에게 가서 은 30냥을 돌려주면서 “내가 죄 없는 사람을 팔아넘겨 죽게 만든 죄를 범하였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제사장들은 "그게 우리들과 무슨 상관이냐? 그건 너의 일이다"라고 말하였다. 복음사가 마태오에 따르면, 가리옷 유다는 그 은을 성전 안에 내던지고 나와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였고, 대사제들은 이를 주워다가 나그네들을 위한 묘지용 토지를 샀다고 전한다. 예수님이 이런 전후의 사정을 모를 리 없었겠지만, 아무튼 유다의 역할은 악역이었다. 



그는 한 때 예수의 제자였지만 예수가 촉망받는 정치인 정도로 생각했을까.. 돈이나 물질로 취하거나 살 수 없는 하늘나라는 그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 얼마 후 예수님은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골고다(Calvario_Golgotha) 언덕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예수를 향해 침을 뱉고 뺨을 때리는 등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라며 인간 이하의 축생을 여기는 듯 조롱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당신께서 부활하리란 사실을 꿈에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기록은 마태복음 등에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마태복음 26: 14~16


14 그때에 열둘 중의 하나인 가룟 유다(Giuda Iscariota)라 하는 자가 대제사장들에게 가서 말하되

15 내가 예수를 너희에게 넘겨 주리니 얼마나 주려느냐 하니 그들이 은 삼십을 달아 주거늘

16 그가 그때부터 예수를 넘겨줄 기회를 찾더라


14 Allora uno dei Dodici, chiamato Giuda Iscariota, andò dai capi dei sacerdoti 

15 e disse: «Quanto volete darmi perché io ve lo consegni?». E quelli gli fissarono trenta monete d'argento. 

16 Da quel momento cercava l'occasione propizia per consegnarlo.



포토, 유다의 나무 


이하 위에서 이어 '유다의 나무'를 실었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예수님의 오상(五傷,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두 손과 두 발의 상처와, 창에 찔린 옆구리의 상처)이 나타난 듯하다. 천천히 스크롤하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니와 잠시 쉬는 동안 장미들의 정원 꼭대기쯤에 유다의 나무가 꽃을 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무 이름은 비록 악역을 맡은 배신자 유다를 떠올리게 했지만, 핏빛으로 물든 꽃 이파리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른바 신의 그림자가 물씬 배어난 풍경이 우리 앞길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장미들의 정원에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빠져나왔다. 그곳에는 봄볕에 졸고 있는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이 도시를 피렌체라 부르지 않고 습관처럼 '미켈란젤로의 도시'라 부르고 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 서서 시내를 굽어보면 이 도시의 마법에 단박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이유 등으로 연중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게 아닐까.. 



하지만 당분간은 나의 브런치에서 피렌체 여행을 대리만족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유가 뭔가.. 서기 2021년 3월 27일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여전히 참담하다. 신규 감염자 수(23,839명)와 사망자 수(380명)는 이탈리아 여행 자체를 두렵게 만든다. 제 아무리 피렌체가 아름답고 이탈리아 전역이 유적과 유물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천하보다 더 귀한 생명과 맞바꿀 수 있겠는가.. 소중한 나를 위해 코로나가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며 꿈을 키워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늘은 하필이면 사순절에 유다 나무를 내게 허락하셨다. 하니와 나는 잠시 후 미켈란젤로의 도시를 굽어보고 있었다. <계속>


Un giorno di primavera a Firenze, la città di Michelangelo
il 27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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