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7. 2021

내가 찍고 내가 감동하는 봄바다

#2 남반구 칠레의 북부파타고니아오르노피렌의봄

바다에도 봄이 오신다..!


관련 포스트(전설(傳說)의 그 바닷가) 중에서 



우리는 이곳에서 장차 만나게 될 여행지를 꿈꾸고 있었다. 하니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수평선 너머에 위치한 오르노삐렌이라는 마을이었으며, 그곳은 이 도시와 함께 북부 파타고니아로 불리고 있었다. 그곳이 장차 우라가 만나게 될 여행지인 것이다. 이 섬에 도착한 이후 이곳의 텃새 황조롱이가 이방인의 출입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녀석은 우리가 발길을 옮기는 대로 따라다녔다.(우리.. 나쁜 사람 아니거덩.. 히히 ^^)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저 바다 건너에 있는 미지의 여행지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품에 안길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다만 미리 예습해둔 자료를 머리에 그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미래의 일은 늘 이런 모습이다. 서두에 코로나 시대를 언급한 것도 관련이 있다. 미래의 일은 물론 과거의 일일지라도 현대의 과학이 일구어낸 인터넷(브런치)이 없었다면 기억에만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그저 가슴에만 묻어두고 누룩곰팡이 피듯 발효를 거듭하는 사이에 어느 날 이승을 떠나 저승에 가 있을 게 아닌가.. 청춘일 때는 몰랐던 일들이 안 청춘에 들어서기만 하면 회한들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것이다. 당시에는 잘 한 듯 싶어도 돌아보면 잘 못한 게 수두룩한 게 우리네 삶의 모습이었다. 단 한차례의 연습할 기회도 주지 않는 삶은 그토록 냉정해서 삶을 돌아보는 일 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내가 찍고 내가 감동하는 봄바다




   연둣빛 화려한 색이 묻어나는 이곳은 여행자들이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의 삼각주 모습이다. 삼각주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숲은 안데스 산맥의 한 줄기이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눈만 뜨면 만나게 되는 산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빼곡한 숲 속에 하얀 점이 보일 것이다. 폭포이다. 산 아래 숲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마을에서 꽤 먼 곳이다. 



썰물 때가 되면 삼각주는 훌러덩.. 비현실적 풍경을 여행자 앞에 드러내 놓는다. 나는 그 풍경을 너무 사랑했다. 하니도 그랬다.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삼각주는 물론 삼각주를 만든 두 강(Rio negro, Rio blanco)을 오가며 즐겼다. 



우기가 막 끝나고 있던 이곳은 매일 아침 실비단 안개를 안데스 너머로 퍼 올리고 있었다. 우리에게 행운이 따라준 것이다. 만약 한 달만 더 늦게 이곳에 도착했어도 이 같은 선경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오르노삐렌 삼각주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썰물 때의 풍경이었다. 


바닷가에서 어디로 발길을 옮겨도 비현실적 풍경은 우리를 따라다녔다. 연둣빛이 우리를 매일 유혹하고 황홀경에 빠뜨린 것이랄까.. 사진첩을 열어 당시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자니.. 아쉽기도 한 반면 당시의 감동이 다시금 전해져 온다. 이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여행지이자 가슴에만 남아있는 추억의 여행지로 변한 것이다. 



우리네 삶은 유한하고 운명적이라는 것을 다 알지만 사람들은 천년을 꿈꾸고 산다. 현실을 사랑하면서도 현실을 부정하는 애매모호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로남불'의 모습은 세상 곳곳에 널려있다. 최근 나의 브런치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코로나 시대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 한 두 조각(?)만 튀어도 죽는시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를 뒤집어쓰고 사는 사람들이 시시덕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요즘 언급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의 두 얼굴이다. 우리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현상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코로나는 우리를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매우 친숙한 존재로 변한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어느 날 코로나가 사라졌다면 사람들이 이 나쁜 녀석을 그리워할까.. 상상도 하기 싫은 비현실적 상황이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1년 4월 6일 현재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부활절 연휴기간 동안 강력한 통제에 힘입어 최근에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1만 명 이하(7.767 nuovi casi)로 떨어졌다. (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6 aprile: 7.767 nuovi casi e 421 morti) 



희한한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브런치를 열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매일 저녁에 집계되는 코로나 현황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만약 이탈리아가 3차 4차 코로나가 재확산 일로에 들어선다면, 하니와 나는 견우와 직녀의 삶을 청산하지 못한 채 다시 비현실적 풍경 속으로 휘말리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오르노삐렌 바닷가에 펼쳐진 비현실적 풍경 때문에 잠시 코로나를 둘러봤다. 포스트에 등장한 여행 사진들은 1:1로 보이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된다면.. 가슴속에 환한 등불을 켠 듯 황홀경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가슴이 메마른 사람들에게는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감성의 폭포로 변신할 게 틀림없다. 또 감성이 넘쳐나는 사람들은 아예 삼각주 속으로 잠수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잊지 못할 곳이 없지만, 우리가 북부 파타고니아에 첫발을 들여놓으면서 감동의 물결이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 소설을 쓴다면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장면이 영화처럼 맨 먼저 등장해 장차 우리 앞에 다가올 미래의 장면을 환상적으로 포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때 나의 뷰파인더를 적신 풍경들을 코로나 시대에 집콕을 하며 브런치에 옮기고 있자니,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자화자찬..!



봄이 저만치 가시지 전에 속도를 내어 우리가 만났던 풍경들 일부를 공유하기로 한다. 참고로 연둣빛의 정체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즐기는 매생이와 꼭 닮은 해조류였다. 밀물이 들면 꼭꼭 숨겨져 있다가 썰물 때 전라의 모습을 드러내 놓고 여행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바다에도 봄이 오시고 있었던 것이다. 하니와 나는 어느 날 아침 숙소를 출발하여 장차 우리가 건너게 될 선착장(Carretera Austral Hornopiren)까지 걸어가 봤다. 이때 촬영된 사진이 자화자찬의 풍경이다. 씩~^^


La Primavera dell Hornopiren nella Patagonia settentrionale del CILE
il 07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전설(傳說)의 그 바닷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