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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0. 2021

여행지에서 만난 그리운 얼굴들

#6 남반구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오르노피렌의봄

보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풍경 앞에서..!!


연재 포스트(꿈꾸는 낭만 덕구) 중에서



나는 낭만 덕구라 해. 샛노란 풀꽃들이 자지러지는 오르노삐렌의 바닷가에서 살았지. 정말 행복했었다. 어느 날, 태평양 건너 멀리 대한민국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왔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기억해. 두 사람은 이곳 아이들과 재밌게 놀면서 나와 친해졌어. 아저씨는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바닷가를 서성거렸지. 아주머니는 빨간 레인코트가 너무 잘 어울렸어. 



아저씨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든 모양이야.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그는 나를 포함한 이곳의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았어. 우리네 삶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던 거야. 나는 주인공으로 출연을 했지. 사람들이 길거리 개로 말하는 축생(畜生)에 이런 행운이 오기도 쉽지 않은 거였어. 이 마을 사람들도 별로 관심이 없는데 그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주었던 거야. 



그리고 달님이 안데스 위로 두둥실 떠 오르면 나를 돌아보며 슬픔에 젖는 거야. 그때 샛노란 풀꽃들은 밤이슬에 촉촉이 젖었어. 나는 수 만년 전 우리 선조님들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분들은 유라시아에 살았는데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개'라고 부르지 않았어. 늑대라 불렀지. 그 늑대가 인간과 함께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파란만장한 축생이 시작된 것이야.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의 삼각주에 밀물이 들면 이렇게 풍경이 바뀌게 된다.


희한하지.. 아무런 고통도 없고 희열만 넘치는 이곳에서 나는 다시 그 바닷가를 그리워하는 거야. 다시 축생으로 태어나면 어때. 나는 그 바닷가에서 다시 사람들로부터 멀어졌던 사랑을 되찾고 싶은 거야. 그게 나의 운명이었으면.. 하늘나라 보다 그 바닷가가 더 좋아. 하늘나라에 없는 아름다운 풀꽃과 맑고 향긋한 바닷바람과 은빛 가루 퍼부으시던 달님이 있는 나라.. 오늘따라 그곳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아저씨 글쵸..?  히히 ^^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의 삼각주에 썰물 때가 되면 이런 풍경으로 바뀌게 된다.



연재 포스트(여행지에서 만난 봄의 요정(妖精)들) 중에서



오르노삐렌에 도착한 첫날 만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질문하며 깔깔대며 좋아했다. 사춘기를 막 지나고 있는 여자 아이들은 무엇이든 신기한 법이다. 누가 그랬나.. 그맘땐 낙엽이 굴러가는 모습만 봐도 킥킥대며 좋아 죽는 것이다. 어디서 오셨는지 왜 오셨는지 언제 가실 건지 어디로 여행을 다닐 것인지 등등 나이까지 캐 물으며 나중에는 숙모 삼촌하고 불렀다. 그렇게 바닷가에서 놀다가 헤어졌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조용해 보이는 이 마을에 누가 보낸 것도 아닌데 소녀들이 우리를 반겨준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봄의 요정들은 이렇게 만난 것이다.



숙소 앞에는 어제 만났던 여학생들이 모두 나와있었다.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여학생들은 이틀 전 만날 때처럼 와락 품에 안겨 볼에 입을 맞추며 인사를 하는 아이들.(여행지에서 이런 호강을 누리다니... 감개무량 ^^ )  아이들 중에는 어제 만난 아이가 빠져있기도 했고 새로 온 친구들도 있었다. 오르노삐렌의 소녀들이 통째(?)로 우리를 만나러 왔던 것이다.


"삼촌, 우리하고 놀러 가요. 네? ^^ "



기분 좋은 제안이기도 했지만 참 뜬금없는 일이기도 했다. 세상 살다 살다 별 일 다 만나는 것이다. 인연은 대체로 인과응보의 결과라고 말하는데 이 아이들과 내가 무슨 연(緣)이 닿았던 것일까.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으며 선업과 공덕을 쌓았단 말인가.. 아무튼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해놓고 하니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그녀는 너무 좋아했다. 여행지에서 이런 일도 있난 싶은 것이다. 그런 잠시 후 하니가 숙소 앞으로 나타나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ㅋ 숙모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반가워요 ^^"



아이들은 깔깔대며 마냥 좋아했다. 그냥 이곳까지 동행했을 뿐인데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며 갖은 재롱을 다 떠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봤다며 어른들에게 엎드려 인사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철제 구조물 위에서 엎드려 하니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이다. 하니는 좋아 죽는다. 넙쭉 엎드려 절을 하는 아이들 등 위로 기다랗게 잘 기른 머리카락이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살고 있던 아이들 전부가 머리를 길렀다. 우리나라 여학생들과 비교되는 모습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선 우리는 선착장을 한 바퀴 돌아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삼촌, 삼촌!" 하며 불러가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애원한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딸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꼭 깨물어 주고 싶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그리운 얼굴들





   서기 2021년 4월 10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유난히도 화창하다. 눈이 부시다. 잠자리에서 휴대폰 메시지 음이 울려 잠에서 깨어났다. 액정을 밀어 보니 그곳에 산벚이 활짝 핀 풍경이 담겨있었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로부터 사진 한 장이 전송되어 온 것이다. 



요즘 그녀는 습관처럼 하고 있는 운동을 하러 산으로 갔다가 사진을 보내온다. 그곳에는 진달래 꽃봉오리며 활짝 핀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들어있다. 그녀가 보내온 사진들에는 그녀의 그리움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는 걸 잘 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지만 기어코 메신저 창에 음성을 띄우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응, 혼자 보기 넘 아까워..!"



그녀의 화법은 직설적이지 않고 늘 이렇게 둘러댄다. 내심 "당신하고 함께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만, 어쩌나.. 태생이 그러하니 말이다. 아무튼 그녀가 사진을 보내온 이유는 코로나 때문에 빚어진 견우와 직녀의 삶을 탓하고 있다고나 할까. 거의 매일 나누는 통화 속에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게 마련이다. 



통화 너머 음색에는 한국에서 혼자 지내는 게 너무 지겨운 모습이 묻어난다. 그러면 나는 즉시 당일의 이탈리아 상황을 보고하게 되는 것이다. 4월 9일 자 이탈리아의 신규 확진자 수(18,938명)와 사망자 수(718명)는 여전히 우려할만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사망자 수가 실로 엄청나다. 이 소식을 전하는 한 매체(아래 링크)는 대서특필하고 있다.


Coronavirus oggi: in Italia 18.938 nuovi casi e 718 morti (di cui 460 in giornata). Giù ricoveri e terapie intensive

I dati del bollettino del ministero della Salute di venerdì 9 aprile sulla base dei 362.973 tamponi effettuati



화보, 내가 만난 파타고니아 최고의 건강 미인과 함께




요즘 나의 하루 일과는 나의 브런치를 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 시대에 나를 위로해 주는 게 브런치에 글쓰기와 커뮤니티를 돌아보거나 이웃을 만나는 일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인터넷으로부터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 코로니 시대를 만났다면 감옥살이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인터넷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피렌체서 이곳 바를레타로 둥지를 옮길 때 이곳 통신사의 느려 터진 선로공사 때문에 한동안 노트북을 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빠른 속도의 인터넷 때문에 흡족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노트북 회면 가득 채운 이미지나 영상이 코로나 시대를 까맣게 잊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그중 오르노삐렌 바닷가에서 만난 한 소녀와 친구들의 싱그러움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이렇게 건강한 미인은 처음 만났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강 미인인 한 아이의 나이는 14세이다. 맨 처음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 맨 먼저 말을 걸고 다음날 아침에 숙소로 찾아와 나를 맞이한 것이다. 얼마나 예쁘고 상냥하며 발랄한지 모른다. 



우리가 아이들과 사흘째 바닷가에서 지내는 동안 어떤 날은 분홍색 봉투에 카드를 담아 건넸다. 카드에는 비뚤비뚤하게 그려진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하니와 나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만났던 아이들의 이메일 주소와 이름을 함께 적어준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들과의 인연으로 이 마을 오르노삐렌의 축제 때 초청을 받기도 한 것이다. 당시 이 아이는 모델이 되고 싶었던지 카메라 앞에만 서면 청순미를 뿜뿜 뿜어내며 뷰파인더를 행복하게 만들곤 했다. 그때 만난 아이들이 오늘 아침에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은 하니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어떤 아이는 물구나무서기를 해 보이며 장기를 뽐내곤 했다. 국빈을 맞이하는 의전행사도 아니고 한 여행자 앞에서 이렇게 환대를 받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시라 큰소리칠만하다. ㅎ 어느 날 우리 앞에 천사들이 나타나 우리를 영접한 것이며, 신의 그림자가 깃든 파타고니아 여행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때부터 대략 1년에 해당하는 기나긴 대정정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매일 아침이면 그때 남긴 기록 등을 살펴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기록을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에서 우리를 환대해준 9명의 천사들에게 드린다. 아이들아 너무 고마웠어요. ^^


La Primavera dell Hornopiren nella Patagonia settentrionale del CILE
il 10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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