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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1. 2021

눈으로 먹는 생기와 COVID-19

-구봉도(九峰島)에서 만난 어느 봄날

코로나 시대에 열어본 생기발랄한 풍경 앞에서 화들짝 깨어났다가..?!!



   서기 2021년 4월 11일 아침,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매우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정말 눈부신 날씨에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날 집콕이 싫은 시민들은 하나둘씩 거리로 나온다. 집 앞 공원도 폐쇄된 상태여서 어디로 갈만 곳도 없는데 거리를 싸돌아 다니는 것이다. 카페도 문을 닫고 리스또란떼도 문을 걸어 잠근 희한한 도시 속을 사람들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이랄까.. 



나는 다시 사진첩을 열어 행복했던 시간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곳은 우리나라 대부도 북서쪽애 위치한 구봉도(九峰島)였다. 구봉도는 봉우리가 9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이자 해안길과 대부해솔길 등이 유명한 곳이다. 또 그곳에는 낚시터가 있어서 손맛을 느끼려는 조사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자 이맘때가 되면 다른 데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바닷가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붉은 황톳길을 천천히 걸으며 막 새싹을 내놓은 해당화와 망개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봄 풍경이 내 가슴에 콕 박히는 것. 이날은 하니의 화우들과 함께 스케치 여행을 떠난 날이었다. 그녀가 화우들과 4월의 풍경을 담는 동안 나의 조촐한 출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만난 망개나무의 새싹이 돋은 장면은 뷰파인더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생기를 북돋우어 주는 기분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오감 중에서 시각을 통해 봄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쌓이고 또 쌓이면 입버릇처럼 말하는 신의 그림자가 충만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봄이 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시각의 작용 때문이랄끼.. 그런 반면 망개나무는 입맛 이상의 약성을 가진 식물이다. 어릴 때 동무들과 산기슭에서 따 먹던 망개 열매는 물론 망개나무(청미래덩굴) 뿌리는 약재(토봉령(土茯岺 ) 혹은 산귀래(山歸來))로 쓰이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면 코로나 시대애 마침맞은 약효가 열매와 뿌리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또 경상도에서는 명감나무라고 부르고, 황해도에서는 매발톱 가시, 강원도에서는 참열매 덩굴, 전라도 지방에서는 명감나무, 종가시덩굴로 부른다니. 좁을 땅덩이 속에 웬 이름이 이렇게나 많은지.. 이런 정보 등을 나의 브런치에서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다.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채집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칫 산야가 황폐해지거나 멸종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이 아름다운 식물을 눈으로만 먹는다. 이맘때 가시덩굴에 꼬물꼬물 꽃봉오리를 내놓는 녀석들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녀석들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혀 짧은 소리로 대꾸하는 것이다. 


"ㅋ 안넝하떼요. 아더찌~! ^^"




영상, 코로나 시대 이탈리아 현지 야간 풍경_Malattia da coronavirus (COVID-19)  Italia



망개나무 요정들이 인사를 건네는 동안 나는 간밤의 일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곳 시간 새벽 3시경 잠시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잠이 깰 때는 주변에 시끄러운 소음이 원인일 수가 있지만, 가끔씩 세상이 너무 조용해도 잠이 깨는 것이다. 



간밤에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집 앞 도로에 세워둔 자동차 주변을 잠시 서성거렸다. 가로등을 켜 둔 도로에는 가로등의 전압을 조정하는 트랜스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 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의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이 그랬다. 그래서 짧은 영상을 남긴 것이다. 이런 비현실적 풍경은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서슬 퍼렇던 군사 독재시대의 통금시간에도 볼 수 없는 풍경이 매일 밤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토코로나 시대 이탈리아 현지 야간 풍경





4월 10일 자, COVID-19 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수(17,567명)와 사망자 수(344명)


Covid, le notizie di oggi. Bollettino: 17.567 contagi su 320.892 tamponi, 344 morti.



망개나무 요정이 앙증맞은 얼굴로 내게 건넨 인사는 이랬지..


"ㅋ 안넝하떼요. 아더찌~! ^^"



요즘 이탈리아는 물론 지구촌이 코로나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잠시 녀석의 표정을 빌어 생기를 북돋우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집콕에 몰두하며 안녕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잠시, 어느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것이다. 


봄이 되어서 꽃이 피니 갈 곳이 있어야지요

여름이 와도 바캉스 한번 가자는 사람이 없네요 

나는 괴롭힐 사람 없는 조용한 남자

나는 괴롭힐 사람 없는 얌전한 남자랍니다


Un giorno di primavera che mi sono incontrato a Gubongdo
il 11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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