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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3. 2021

꽃비 오시던 날

-서울에 꽃비 오시던 날의 아름다운 기록

시간은 결코 그를 기다려 주지 않았지. 봄이 오시는 듯 어느새 저만치 떠나고 있는 거야..!



   브런치를 열자마자 꽃비 내린 풍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너무 아름다우면 슬프다고 했던가.. 녀석들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열흘도 채 안돼.. 그동안 무수한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낙화를 거듭했지. 그리고 어느 날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시는 날에는 와르르 한꺼번에 다 쏟아지곤 했어. 어떤 녀석은 가느다란 가지에 악착같이 매달려 땀을 뻘뻘 흘리는 것도 봤어. 그런데 시간은 결코 그를 기다려 주지 않았지. 봄이 오시는 듯 어느새 저만치 떠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건 오래가지 못하는 법인지.. 봄날이 떠나고 있는 거야..





   서기 2021년 4월 12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봄비가 보슬보슬 오시고 있다. 물통에 넣어둔 물을 스프레이 하듯이 방울방울 도시를 촉촉이 적시고 있는 것이다. 낮엔 땡볕, 어둠이 깃들자 비가 오시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각은 저녁답이다. 한국은 한밤중..



이때쯤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발표되는 날이다. 코로나 시대에 매일 열어보는 성적표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내게 내민 성적표를 확인해 봤다. 히히.. 이런 날도 있네 싶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4월 12일 자, COVID-19 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수(9,789명)와 사망자 수(358명)


Coronavirus, le notizie sul Covid, oggi 9.789 casi e 358 morti, stop a vaccini per insegnanti e forze dell’ordine



성적표 속에는 모처럼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었고, 하늘 모르고 치솟던 상승세가 서서히 꺾이는 모습이 단박에 눈에 띄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초여름이 오시기 전에 하향세를 거듭하여 바닥을 쳤으면 싶은 것이다. 요즘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가 점점 지쳐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한시라도 빨리 코로나가 사그라들었으면 싶은 바람인 것. 



국민학교 때 신경 쓰이던 통지표처럼 코로나 추이를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발행된 나의 브런치 속에는 그런 바람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내 마음도 어느새 한국의 봄에 가 있는 것이다.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서울에 살 때 짬짬이 기록해 두었던 풍경이 나를 기분 좋게 하고 있다. 



포스트에 등장한 위치는 서울 강남의 대모산 자락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이다. 당시 재건축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조경수로 심어둔 벚나무가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담아 두었던 기록을 테마별로 묶어 놓고 추억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집에 두고 온 외장하드 외에 이곳 바를레타 집에 가지고 있는 외장하드를 뒤져보니 용케도 당시의 기록이 남아있었다. 요즘 내게 이런 기록들은 억만금보다 더 귀한 존재이다. 갈수록 삭막해지던 코로나 시대를 브런치를 통해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직선이 빼곡한 대도시 풍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기하학에서 말하는 직선(直線)은 '인간계의 선'이라 말한다. 우리에게 꿈을 짓는 건축가로 널리 알려진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í)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La linea retta è la linea degli uomini, quella curva la linea di Dio."



꽃비 오시던 날




그는 1852년 6월 25일, 스페인의 동북부 까딸로냐의 레우스에서 태어났다.(Nascita: Reus (Catalogna) 기록을 살펴보니 그의 아버지는 폐병과 류머티즘에 시달리는 등 몸이 허약했다. 그는 아버지의 대장간과 집 주변의 숲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7세 때부터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2세가 되던 해에 바르셀로나 건축대학에 입학하면서 당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게 됐다. 그는 기존의 건축계를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졸업장을 받던 날 학장은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미친넘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세상을 꽤 뚫어본 천재 예술가(건축가)는 이렇게 태어난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 그가 남긴 작품(건축물)은 남달랐다. 직선 투성이던 벽과 천정을 곡선으로 바꾸는 시공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건축물이 자연과 어우러질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말한다.



 그가 공들여 건축한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성당은 직선을 최대한 생략한 것으로 '신이 머무는 장소'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드러난 건축물의 기둥은 나무줄기나 그루터기를 닮았다. 지붕은 산등성이와 산비탈을 닮았으며, 둥근 천장은 포물선을 그린 동굴이다. 또 튼튼한 테라스는 절벽을 닮았다. 



그의 이 같은 영감은 어릴 때 놀던 숲과 6만여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태초의 기운을 간직한 몬세라트(Montserrat) 산이라 한다.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지을 때 "성당은 신이 머무르는 곳으로 기도하는 장소"라 말하며 "하늘의 영광스러운 빛이 성당 안을 환하게 비출 것이며, 종교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모습을 보면 미켈란젤로가 환생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당신의 철학에 빠져드는 것이다. 또 그가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의 <예술가의 십계명>이 절로 떠오른다. 첫째 계명에서 말한 '아름다움은 신의 그림자'라고 말한 것. 



신의 그림자는 직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물주가 지은 세상 만물에 직선이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봄날이 저만치 등을 보이고 떠나던 어느 날.. 연거푸 며칠 동안 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도시의 풍경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채 열흘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머물다가 다시 먼 나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내리던 봄비는 하늘이 우리를 너무 이뻐하고 가여워했던 것일까.. 



꽃비 오시던 날.. 



봄이 오시던 날.. 하늘은 도시의 직선을 잠시 가리며 사람들에게 무한 행복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봄이 저만치 떠나며 꽃비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행복했던 시간이 멀어지며 꽃잎 요정들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숙모님, 아더찌 안넝이.. 안넝히 계떼효~! 흑흑"


II giorno in cui cadevano i petali a Seoul_COREA DEL SUD
il 12 April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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