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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4. 2021

갯가 벚꽃놀이 마스크가 필요해

#2 구봉도(九峰島)에서 만난 어느 봄날

대한민국 K방역의 눈부신 성과 뒤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약간 썰렁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우리나라 대부도 북서쪽애 위치한 구봉도(九峰島) 바닷가 풍경이다. 바닷가 건물들 뒤편으로 봄이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다. 구봉도는 봉우리가 9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이자 해안길과 대부해솔길 등이 유명한 곳이다. 또 그곳에는 낚시터가 있어서 손맛을 느끼려는 조사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자 이맘때가 되면 다른 데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바닷가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고 눈으로 먹는 생기와 COVID-19 편에 잠시 소개해 드렸다. 이날은 하니의 화우들과 함께 스케치 여행을 떠난 날이었다. 그녀가 화우들과 4월의 풍경을 담는 동안 나의 조촐한 출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하니(오른쪽)는 화우와 함께 바닷가 풍경을 스케치한 다음 수채물감으로 빠르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 곁에서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뒤로 전신주가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하고 있는 모습이 한국스럽고 자연스럽다. 뒤편 산기슭에는 분홍빛 진달래가 자지러진다.



바닷가도 왠지 썰렁해 보인다. 하지만 봄이 오시면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복 받은 땅임에 틀림없다. 나는 약간은 썰렁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바닷가에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애쓰며 바닷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바닷가에 핀 산벚꽃..



산벚은 그냥 벚꽃(?)과 달리 이파리와 꽃이 함께 피는 것이 특징이다. 그냥 벚꽃이 화려하기 그지없다면, 산벚은 참으로 수수하다. 별로 모양을 내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생얼급이다. 그런 산벚이 붉은 황토 가득한 바닷가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피고 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하니는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스케치 여행에 나섰다. 마스크 착용의 이유는 두 가지.. 봄볕으로부터 얼굴을 가려 피부를 보호하는 목적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바닷바람을 막는 동시에 봄철에 우리나를 괴롭히는 황사(黃沙) 때문이었다. 



황사는 주로 봄철에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 있는 모래와 먼지가 상승하여 편서풍을 타고 멀리 날아가 서서히 가라앉는 현상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꽃피고 새가 지저귀는 아름다운 봄날에 그녀를 닮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수두룩 하다. 봄철만 되면 황사를 피해 집콕을 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꽤 오래됐다. 봄만 되면 황사가 도둑처럼 고개를 내미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된 습관이 어느 날 대한민국에 호재를 가져다준 것이라고나 할까.. 대한민국 K방역의 눈부신 성과 뒤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이 황사로부터 발현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입만 열면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 했다. 

하니가 구봉도 바닷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추억을 소환하는 아스라한 풍경이다.


무서운 습관은 곧 코로나를 두렵게 만들면서 우리 국민들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황사의 피해를 잘 느끼지 못하는 본토와 인접 국가는 물론, 유럽과 지구촌은 생전 마스크를 착용할 이유가 별로 없거니 등한시하던 마스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1년 4월 14일 이른 새벽에 깨어나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어본 곳에 그녀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정확히 이맘때 모습이 등장했다. 그리고 습관에 따라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물론 지구촌의 코로나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4월 13일 현재 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수(13,447명)와 사망자 수(476명)는 나아지는 듯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습관이 묻어있다. 나쁜 습관을 가진 녀석들이자 마스크 착용 습관이 약한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간밤에(한국시간) 그녀로부터 메신저가 울렸다. 메신저가 울리는 시간은 주로 저녁시간이거나 한밤중이다. 이곳과 시간차(7시간 혹은 8시간)가 나므로 그녀로부터 걸려오는 메신저의 풍경을 알게 되는 것이다. 첫마디에 그녀의 안쓰러운 표정이 묻어난다. 그리고 이때부터 기나긴 밀담(?)이 오가는 것이다.


"응, 나 잠이 안 와..!"


하니의 손동작이 코로나를 향한 수신호를 닮았다. 코로나 꺼져..!!


나는 생전 전화기 붙들고 1시간가량 혹은 그 보다 더 넘게 통화를 한 기억이 없다. 늘 "통화는 간단히"라는 습관에 젖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는 그런 습관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하니의 하루 일과가 통화 속에 빼곡히 묻어나는 것이다. 견우와 직녀의 삶이 이렇다는 걸 예전에 미처 몰랐지.. 


그리고 통화가 끝날 무렵에는 생텍쥐페리가 화가가 되는 꿈을 포기시킨 어른들의 재미없는 습관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역사와 지리 혹은 문법과 수학과 같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러면 갑자기 조용해진 하니가 이렇게 말한다.


"응, 나 졸려.. 잘 거야..!" 


Un giorno di primavera che mi sono incontrato a Gubongdo
il 14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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